[시네마 토크] 단절과 소외를 향한 노크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

A Man Called Ove

A Man Called Ove Source: Getty Images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죽은 아내 곁으로 가고 싶어 하는 오베(Ove). 매번 사소한 훼방꾼에 의해 그의 자살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이웃의 관심은 그의 마음 빗장을 열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다.


원리원칙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사소한 것에도 완벽함을 추구하는 고집불통 오베.  온 세상에 불만이 가득해 마치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괴팍한 다혈질 노인의 이미지입니다.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것도, 집 앞에 오줌 싸는 옆집 개도,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주민도 그에게는 모두 잔소리의 대상입니다.  '차량 출입 금지' 표지판을 내걸어 매일 들어오는 차량들을 단속하는 등 매사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으니 이웃들은 그가 성가시기만 하고, 급기야 ‘노망난 할아버지’쯤으로 치부하고 가까이하려 들지 않습니다.  실제 오베의 나이는 생각보다 젊은 59세입니다.

6개월 전 사랑하는 아내 소냐가 암으로 사망하고 난 뒤, 그는 매일같이 꽃다발을 들고 아내의 무덤 앞에 찾아가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곧 당신 따라 갈게."

프레드리크 배크만의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하네스 홀름 감독의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입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오베는 생애 가장 기뻤던 날(성적표를 받은 날) 사고로 아버지마저 잃고 철저히 외롭고 혹독한 성장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아버지의 직장이었던 기차 청소원으로 일하기 시작하지만 직장 동료들의 괴롭힘에 시달리고, 보금자리인 집조차 재개발로 인해 빼앗길 위기에 처합니다.

이래저래 마음 둘 곳이 없어 괴롭기만 하던 오베에게 어느 날 기차에서 운명처럼 다가온 ‘소냐'. 책을 좋아하며 선생님이 되고 싶어하는 따뜻한 마음씨의 ‘소냐’는 무뚝뚝한 오베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봐 준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 가던 중 여행길에 버스 전복 사고로 인해 소냐는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를 타게 됩니다.
Film, A Man Called Ove
Source: Getty Images
교사를 꿈꿔왔지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번번이 면접에서 거절당하는 아내가 안쓰러웠던 오베는 학교에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를 밤새 설치한 끝에 결국 소냐가 일할 수 있게 해줍니다.

소냐를 위한 경사로, 소냐를 위한 주방, 소냐를 위한 서재 등을 만들면서 알록달록 행복한 삶을 살던 오베는 아내가 암으로 죽자 삶의 의미를 잃어갑니다.  오베에게 소냐는 강인한 정신적 지주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였던 겁니다.

아내가 죽고, 설상가상으로 43년간 일해온 직장에서 갑작스레 해고통보를 받게 된 오베는 아내가 없는 세상은 모두 엉망이라며 자살을 결심합니다. 

거실에서 줄에 목을 매고, 밀폐된 자동차 안에서 가스를 들이마시고, 심지어 방에서 총으로 머리를 쏘려고도 하지만, 그 때마다 번번이 그를 방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아무 때나 시도 때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이웃 파르바네와 패트릭 가족입니다.

이란에서 새로 이사온 파르바네는 운전 미숙으로 우편함을 망가뜨리고, 시끌 벅적 파티를 하고, 사다리를 빌려 달라, 운전을 가르쳐 달라, 아이들을 봐 달라면서 수시로 찾아와 귀찮게 굽니다.  때론 직접 만든 음식을 가져와 권하기도 하는데요.

두 딸의 엄마이자 만삭의 임산부인 파르바네는 괴팍하고 다혈질인 오베의 성격에 절대 기죽지 않는 당찬 성격의 소유자로,  오히려 오베의 따뜻한 속마음을 알아보고, 그가 죽은 아내 소냐에게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살뜰히 챙겨줍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절대 웃는 법이 없고 항상 삐딱하게 살아왔던 오베.  그는 그런 방식으로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에게 다시 새로운 일상을 선물해준 파르바네 가족과 진짜 가족처럼 특별한 감정을 쌓아가면서 오베는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다른 이웃과도 소통하기 시작합니다.

평소 심장에 문제가 있었던 오베는 결국 세상을 떠나지만, 그의 마지막은 외롭고 우울한 죽음이 아닌 자연스럽고 행복한 죽음이었습니다.  장례식은 자신을 좋아했던 사람들만 참석해 간소하게 교회에서 치르고 싶다고 말한 그의 유언과는 다르게, 그의 장례식장은 그를 이해하고 진정 사랑했던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영화 <오베라는 남자>는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주제인 외로움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웃 공동체 안에서 오베가 외로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내와 평생 직장을 잃고 살아갈 이유마저 상실했던 한 남자가 이웃을 통해 다시 살아갈 이유를 되찾는 따뜻한 위로의 인생 영화, 프레드리크 배크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2015년 스웨덴 영화  하네스 홀름 감독의 <오베라는 남자> 시네마 토크에서 만나봤습니다.

[상단의 팟캐스트를 통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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