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토크] 가족이란... 호주 입양 가정의 실화 영화 ‘라이언(Lion)’

Nicole Kidman and Sunny Pawar in a scene from the movie Lion. Supplied by Transmission Films.

Nicole Kidman and Sunny Pawar in a scene from the movie Lion. Source: seanna.cronin

호주로 입양되어 성인이 된 사루가 다섯 살 기억을 되살려 구글어스를 통해 25년 만에 인도의 친어머니를 찾아간다. ‘입양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루의 내적 갈등과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품어 온 양부모의 사랑을 담아냈다.


영화의 배경은 1986년. 5살의 사루는 형 구뚜와 함께 달리는 기차 주변의 석탄을 주워 우유를 사 오곤 합니다. 인도 칸드 지방의 빈민지역에서 가난하지만 엄마와 삼 남매가 서로 도우며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어느 날 사루는 일 나가는 형 구뚜를 따라나섰다가 기차에서 깜빡 잠이 들고, 그사이 기차는 집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대도시 캘커타에 도착합니다. 낯선 기차역에 홀로 남겨진 사루는 엄마와 형을 애타게 불러보지만 기억나는 것은 형 ‘구뚜’의 이름과 정확하지 않은 동네 이름뿐. 사람들에게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무도 그가 말하는 ‘가네스탈라’를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루는 폐지위에서 잠을 자고, 인신매매의 위험에도 노출됩니다.  그렇게 수 개월을 거리에서 방황하다 우여곡절 끝에 미아보호소로 가게 됩니다. 아동보호 담당자는 사루의 가족을 찾아주려고 신문광고도 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고, 연고가 없는 사루는 1987년 호주 타즈매니아 호바트의 평범한 가정에 입양됩니다.
인도와는 180도 다른 환경에서 살게 된 사루는 따뜻한 미소와 온화한 말투로 다정하게 보듬어 주는 양부모 수(Sue)와 존(Jhon)에게 차츰 마음을 열고 의지하며 애정 속에서 성장합니다. 부부는 사루 외에 자폐증을 가진 인도 출신 아이를 한 명 더 입양합니다.

양부모의 사랑과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잘 성장한 사루는 20년 후 멜버른으로 이주해 호텔 경영학을 전공하고 좋은 직장도 얻습니다. 예쁜 여자 친구도 생겼습니다.

어느 날 인도 출신 친구 집에 초대돼 식사를 하는데, 거기서 밀가루 반죽에 설탕 시럽을 절여 튀긴 인도 간식거리인 튀김과자 젤라비(Jalebi)를 발견하곤 문득 어린 시절 형에게 사달라고 졸랐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5살 이후 20여 년간 잊고 살았던 과거의 기억들이 스치면서 사루는 자신이 가족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길을 잃어 호주로 입양되었다는 것. 그 실체를 깨달으면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힘들게 지냈을 엄마와 형 구뚜를 떠올립니다.

나를 계속 찾아다니진 않았을까…?” 그리움과 죄책감이 밀려오는 사루..

구글어스로 세상의 모든 지도를 볼 수 있다는 친구의 말에 사루는 자신이 살던 곳을 찾으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가 기억하는 ‘가네스탈라’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가 살던 동네의 실제 이름은 “Ganesh Talai”였습니다.

사루는 어린 시절 물탱크가 있는 기차역에서 잠들었던 기언 기억을 떠올려, 기차 안에 있었던 시간에 1986년의 기차 속도를 곱해, 자신이 내렸던 캘커타에서 오차범위를 설정하고, 반경 내의 물탱크가 있는 모든 역 주변을 위성사진으로 하나하나 확인해 나갑니다. 아무리 반경 내라 해도 실제로는 엄청나게 큰 땅덩어리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루가 자신의 실제 가족을 찾는데 여념이 없는 사이, 양부모 수와 존의 또 다른 입양아들은 사고를 치고, 수는 건강이 악화됩니다.  사루는 양부모님이 서운해 할까 봐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힘들어하는 양 어머니 수(니콜 키드먼 분)의 모습을 보고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됩니다. 자신들을 입양하지 않았다면 수 와 존이 좀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사루의 반문에, 수는 어린 시절 자신이 학대를 받고 자랐으며 세상에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불임이 아니었음에도 입양을 택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마음의 빗장을 열고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알린 사루는 구글어스를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드디어 자신의 집을 찾게 됩니다. 그동안 힘들었을 사루를 양어머니 수는 진심으로 이해하고 안아줍니다.

“그곳에 너의 어머니가 있기를 바란다.

2012년, 7500여 킬로미터를 돌아 마침내 고향을 찾은 사루는, 잃어버린 아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25년 동안 기다려온, 어머니와 여동생 쉐키라와 기적적인 상봉을 합니다. 하지만 형 구뚜는 그날 동생 사루를 찾아 헤매다 반대편에서 오는 기차를 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도 듣게 됩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어린 사루가 집을 떠나게 된 사유와 고향 칸드를 떠나 서부 뱅골, 그리고 호주의 ‘호바트’까지 이르는 험한 여정을, 영화의 후반부는 20년 후 성장한 사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는 완연한 호주인이 된 사루. 크리켓 경기에서 인도와 호주가 맞붙는다면 당연히 호주를 응원할 것이라 말하지만 사루의 시선은 언제나 자신이 떠나온 고향을 향해 있는 것을 관객들은 알 수 있습니다.

영화는 앤딩에서 실제 가족과 호주의 양부모가 함께 만나는 감동의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깁니다. 영화의 제목이 라이언인 이유는 끝부분에 나오는데 사루의 본명 Seru가 사자 ‘Lion’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호주로 입양된 사루 브리얼리(Saroo Brierley)의 ‘엄마 찾아 삼만 리’ 가슴 저린 실화 이야기 영화 <라이언> 시네마 토크에서 만나봤습니다.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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