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Back: 캥거루, 호주 상징에서 사냥 대상으로…생태계 관리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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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ame hunter looking through the reeds with his sniper rifle Credit: PeopleImages/Getty Images

SBS 한국어프로그램은 '에코백(Eco Back), 다시 보는 환경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잘 몰랐던 호주와 한국의 환경 문제를 자세히 짚어보려한다. 이번 방송에선 호주에서 행해지고 있는 캥거루 사냥에 대해 살펴본다.


Key Points
  • 캥거루, 호주 4개 주에만 약 3400만마리 추정…급격한 개체수 변화 원인은 '유럽 식민지화'
  • 광범위한 토지 개발, 캥거루 주식 '풀' 증가…딩고 감소도 주요 원인
  • 캥거루 과도한 개체수, 교통사고·자연 생태계 악영향
  • 개체수 조절 위해 사냥 이뤄져…생태계·캥거루 복지에 긍정적 영향
  • 윤리적 문제 지속적 대두…"과학 이용한 어려운 선택해야"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인 캥거루. 호주 축구 국가대표팀도 캥거루에서 이름을 따와 사커루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요. 그만큼 캥거루에 대한 호주의 사랑도 각별합니다.

하지만 호주에선 캥거루를 지키기 위해 캥거루를 사냥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호주에서 행해지고 있는 캥거루 사냥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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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Korean

28/06/202411:29
호주에선 큰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캥거루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캥거루는 배에 있는 육아낭에 새끼를 넣고 다니는 독특한 생김새와 오직 호주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는 특징으로 호주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동물입니다.

하지만 호주에선 과도하게 수가 늘어난 캥거루를 보호하기 위해 개체수 조절을 명목으로 캥거루 사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캥거루 개체수 조절이 이뤄지고 있으며, 캥거루 사냥이 호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유안 리치 (Euan Ritchie) 디킨대학교 교수. Credit: SBS Korean
유안 리치 (Euan Ritchie) 디킨대학교 교수. Credit: SBS Korean
SBS 한국어프로그램은 디킨대학교의 유안 리치 (Euan Ritchie) 교수와 캥거루 개체수 조절을 위한 캥거루 사냥에 대한 이야기 자세히 나눠보려 합니다.

캥거루 개체수 조절 이유는?

정부 통계에 따르면, 남호주, 서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퀸즐랜드 등 호주 4개주에만 약 3400만마리의 캥거루와 왈라비가 살고 있습니다. 2006년 2300여마리였던 캥거루와 왈라비 수는 2011년 통계 기준 1100여만마리가 증가했습니다.
2011 Population estimates for kangaroos within the commercial harvest areas. Source: Department of Climate Change, Energy, the Environment and Water
2011 Population estimates for kangaroos within the commercial harvest areas. Source: Department of Climate Change, Energy, the Environment and Water
리치 교수는 캥거루 개체수의 급격한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 주된 원인은 유럽 식민지화라고 주장했습니다. 광범위한 토지 개간으로 인해 나무가 파괴되고, 캥거루의 주식인 풀이 증가한 영향 때문입니다.

그는 또 딩고 수의 감소와 원주민 전통 사냥 축소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

리치 교수는 "유럽 식민지화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며 "그 중 하나는 광범위한 토지 개간으로 나무가 파괴된 것으로, 그 결과 캥거루의 먹이가 되는 풀이 훨씬 더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또한 사람을 제외한 주요 포식자는 딩고였으나, 딩고는 심한 박해를 받고 일부 경우 호주 대부분의 지역에서 제거됐다"며 "그 결과 캥거루의 개체 수 또한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리치 교수는 "호주 일부 지역에서는 원주민의 전통적인 사냥도 줄어들거나 완전히 중단됐다"며 캥거루 개체수 증가의 원인을 설명했습니다.
급격하게 증가한 캥거루 개체수는 인간의 삶은 물론 자연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쳐 개체수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과도하게 많은 수의 캥거루는 서식지와 주변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한 지역 내에 캥거루의 개체 밀도가 높을 경우, 캥거루 자신이 먹을 초목은 물론, 다른 동물들의 먹이까지 모조리 먹어치워 종국에는 캥거루 전체 무리와 주변 생물들의 자멸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리치 교수는 "캥거루가 너무 많으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과도한 방목으로 서식지와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너무 많은 캥거루가 초목을 먹으면 다른 종의 은신처와 먹이로 매우 중요한 초목이 사라지게 되고, 이는 다른 야생동물과 다른 종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너무 많은 캥거루 개체수는 차량 충돌과 같은 인간의 안전에 해를 끼치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농작물에 피해를 끼쳐 인간의 농업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2020 Centre for Road Safety Wildlife Collision Data. Source: NRMA Wildlife Road Safety
2020 Centre for Road Safety Wildlife Collision Data. Source: NRMA Wildlife Road Safety
보험사들의 통계에 따르면, 매년 호주 도로에서 900만 마리 이상의 캥거루와 왈라비가 로드킬 당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루에 1㎞당 3마리의 캥거루가 로드킬 당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캥거루와 차량의 충돌은 캥거루에게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차량 운전자에게도 큰 피해를 가져옵니다. 차량 손상부터 운전자의 부상, 심하게는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치 교수는 "캥거루는 특히 차량 충돌과 같은 인간의 안전에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캥거루가 많이 출몰하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사람들이 운전을 하면 캥거루와 충돌할 수 있고 이는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캥거루 개체수 조절 방법은?

리치 교수는 캥거루의 과도한 개체수로 인해 불거지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캥거루 개체수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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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선 캥거루 중성화 수술, 물가 폐쇄 등의 방법으로 캥거루 개체수를 조절하고 있지만, 호주의 넓은 땅 면적을 고려해 봤을 때 총을 이용한 캥거루 사냥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합니다.

호주에선 동부 회색 캥거루, 서부 회색 캥거루, 붉은 캥거루, 왈라비 등 4개 종에 한해 사냥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리치 교수는 "호주가 캥거루 개체수를 조절하는 주된 방법은 지속 가능한 사냥을 통해 호주 내륙의 대부분 지역에서 개체수를 추정한 다음, 그 개체수 대비 약 15%의 사냥 할당량을 설정하는 것"이라며 "허가받은 캥거루 사냥꾼은 사유지에서 캥거루의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Kangaroo
Kangaroo Source: SBS
구체적으로 "면허를 소지한 사수들이 밤이나 이른 아침 또는 늦은 오후에 해당 장소에 가서 강한 빛을 캥거루 눈에 쏜다"며 "캥거루는 보통 숙련된 사수가 한 발의 총을 쏴 잡는 방법이 행해진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호주는 매우 큰 나라로 넓은 지역에서 번식 통제를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개체 수를 조절하는 주된 방법은 당연히 총을 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캥거루 개체수 조절의 긍정적 영향

리치 교수는 캥거루 개체수 조절은 주변 생태계와 캥거루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는 "가뭄이 계속되면 캥거루의 먹이가 부족해져 굶주림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가뭄이 지속되면 개체수의 80~90% 이상이 굶어 죽을 수 있다는 추정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이는 캥거루에게 정말 나쁜 복지 결과"라며 "따라서 캥거루를 사냥하거나 캥거루를 도태시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동물 복지 측면에서는 좋은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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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사냥과 윤리적 문제

하지만 호주에선 여전히 캥거루 사냥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캥거루 사냥 방법이 인도적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감시 소홀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 캥거루 사냥 과정에서 아기 캥거루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호주의 지침에 따르면, 죽은 성체 캥거루 주머니에서 새끼 캥거루가 발견된다면 인도적 차원에서 새끼 캥거루도 함께 죽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리치 교수는 캥거루를 위해 어렵지만 지속가능한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캥거루의 개체 수를 통제하지 않으면 캥거루의 복지가 나빠지는 등 나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고, 어려운 선택이지만 과학을 이용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동물을 포획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캥거루의 개체 수를 너무 많이 줄이지 않으면 캥거루와 환경 자체에 매우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고, 이러한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어떤 대안이 있는지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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