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브리핑] ‘탑숍’ 시드니 마지막 오프라인 매장 철수… “호주에서 사업 접는 다른 브랜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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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 있는 탑숍 마지막 매장이 문을 닫으며 호주에서의 오프라인 매장 철수를 마무리했다. 힘겨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호주 소매업계 현황을 들여다본다.


박성일 PD (이하 박): 계속해서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호주 생활 경제 쉽고 재미있게 짚어보는 경제 브리핑입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홍태경 PD(이하 홍):  안녕하세요 박 피디님.

박: 네 이번 주 경제 브리핑은 어떤 내용 알아볼까요?

홍: 네 오늘은 호주 소매업의 최근 현황을 짚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박: 네, 저희가 올 초에 호주인들의 소비 트렌트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리면서 대형 브랜드 소매점들이 철수한다는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 이와 연장선에 있는 얘기인가요?

홍: 네 그렇습니다.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보스가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고 온라인에 집중한다는 것과 생활용품 쇼핑 체인인 해리스 스카프가 전국의 21개 매장을 철수한다는 소식들, 그리고 이비게임즈의 매장 철수 등 오프라인 소매업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전해드렸었죠. 오늘 전해드릴 소식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로벌 뷰티케어 기업인 메리케이가 호주, 뉴질랜드의 직접 판매 영업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메리케이는 지난해 8월 한국 시장에서 전격 철수를 발표해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박: 그렇군요. 또 하나의 글로벌 기업이 사세를 축소하고 있는 모습이군요.

홍: 네. 메리 케이는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 본사를 둔 뷰티케어 기업인데요, 1963년 9월 메리케이 애쉬가 설립해 현재 세계 40여 개 국가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호주에는 1971년에 처음 진출한 후 사업을 운영해왔는데요, 지난 5일 호주법인과 뉴질랜드 법인의 홈페이지를 통해 두 나라에서의 영업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굉장히 오랫동안 비즈니스 운영을 해온 기업인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걸로 보이네요.

홍: 네. 그렇습니다. 메리 케이 측은 “두 나라의 시장 상황이 미래에 지속 가능한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으며 철수 결정은 가볍게 내려진 것이 아니다”라고 공지했습니다. 메리케이는 직접판매 방식을 띄고 있는 일종의 다단계 방식의 기업인데요, 2014년 전 세계 시장에서 4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다이렉트 셀링 뉴스가 매년 발표하는 ‘직접판매 글로벌 기업 탑 100’에서 4위에 올랐지만 20015년에는 37억 달러로 6위, 2016년 35억 달러로 5위, 2017년 32억 5000만 달러로 6위로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2018년에는 매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결국 올해 호주에서도 철수를 결정하면서 글로벌 사세가 축소되는 분위기입니다.

박: 아무래도 다단계 판매 방식으로 인해 일부의 비난을 받기도 했죠?

홍: 그렇습니다. 다단계 판매 방식은 끊임없이 비난의 대상이 돼 왔는데요, 2012년 한 언론 보도에서는 메리 케이의 다단계 판매 방식을 ‘빛살 좋은 피라미드 체계’일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만이 돈을 벌고 나머지 사람들은 피라미드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업 방식’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박: 그렇군요. 어쨌든 이제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메리케이 사는 영업을 종료하면서 1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소매업계의 불황의 늪에 합류하게 됐군요.

홍: 네, 앞서 말씀드린 대로 1월 7일에 해리스 카페가 전국의 21개 매장을 철수하기로 한 것을 시작으로 140년 넘게 가족 운영을 이어온 와인 회사, 맥윌리엄스 와인스(McWilliam 's Wines)도 청산 절차에 들어가서 충격을 안겼습니다.

박: 맥윌리엄스 와인스는 호주에서 여섯 번째로 큰 와인회사인데요.

홍: 네. 뿐만 아니라 인기 비디오 게임업체인 이비게임즈(EB Games)가 다음 차례로 전국 19개 매장을 폐쇄했고, 패션 체인인 바돗(Bardot) 또한 3월까지 전국의 58개 매장을 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뿐만이 아닌데요, 과거 오스트레일리안 지오그래픽(Australian Geographic)으로 알려졌던 교육 소매업체인 큐어리어스 플래닛(Curious Planet)이 브랜드 인수업체를 결국 찾지 못하고 전국의 63개 매장을 정리하게 됐고, 데님 체인인 진스웨스트(Jeanswest)도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박: 그렇군요. 정말 소매업계가 대대적인 침체 상황에 들어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네요. 단지 호주 브랜드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닐 텐데요, 글로벌 기업들 상황은 어떤가요?

홍: 네. 2020년 연초부터 들이닥친 소매업계의 어두운 그림자는 사실상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말연시의 매출 규모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는데요, 호주 브랜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소매업이 겪고 있는 상황이죠. 남성복 업체인 애드 해리(Ed Harry)도 지난 1월 구조조정에 들어갔고요, 호주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스포츠 브랜드 스킨스(Skins)는 스위스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후 사업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또 신발업계 선구자 역할을 해온 슈즈 오브 프레이(Shoes of Prey), 영국의 패션 대기업인 카렌 밀렌(Karen Millen)도 작년 9월 호주 내 모든 매장을 철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박: 그렇군요. 주로 패션업계의 타격이 커 보이네요.

홍: 네.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패션업계가 아무래도 경기 불황에 큰 타격을 받게 되는데요, 하지만 여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년 10월에는 유명 셰프 셰넌 베넷의 멜버른 버거 체인인 베니 버거(Benny Burger)가 법정 관리에 들어갔고, 치킨 업계인 레드 루스터도 매장 축소를 발표했죠. 또 유명한 레스토랑 체인인 크리니티(Criniti)와 할인 소매체인인 디미즈(Dimmeys)도 구조조정에 들어갔습니다.

박: 소매업계에 우울한 소식뿐인데요, 구조조정을 발표했다가 기사회생한 업체도 있다고요?

홍: 네. 앞서 말씀드린 해리스 스카프가 기사 회생한 경우입니다. 지난 1월 전국의 21개 매장 철수 발표를 하고 법정 관리에 들어갔던 해리스 스카프는 3개월 만에 인수업체를 극적으로 찾으면서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매장 폐쇄를 발표한 후 일자리를 잃을 두려움에 처했던 1300명의 직원들은 안도감을 느낄 수 있게 됐는데요, 법정관리 업체였던 딜로이트에 따르면 인수 희망업체 4곳 중에 한 곳인 스포트라이트 그룹(Spotlight Group)이 독점 사업권을 인수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박: 그렇군요. 이제 해리스 스카프의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해 볼 수 있겠네요.

홍: 네, 해리스 스카프는 작년 12월부터 법정 관리에 들어간 이후 전국의 21개 매장이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44개 매장은 운영 중이고, 더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기 위해 스포트라이트 그룹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청바지 브랜드 진스웨스트도 인수 희망업체 두 곳 중에 한곳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하니까요, 운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 그렇군요.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소매업계의 불황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겹치면서 소매업계는 정말 전례 없는 비상 상황을 맞고 있지 않습니까?

홍: 그렇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는데요, 한때는 호주에서 인기 절정을 달리던 영국의 의류 브랜드 탑샵 매장이 지난 주말, 호주 진출 9년 만에 호주 내 마지막 매장의 문을 닫았습니다. 94% 할인 문구나 단 돈 1달러에 판매한다는 라벨에도 불구하고 매장이 텅 빈 채로 고객을 찾아볼 수 없고, 심지어 시드니 도심 중심가 있는 조지 스트리트 매장에서도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박: 네. WHO에서 오늘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규정한데다가 호주에서의 확진자 수도 계속 늘어나면서 아무래도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는 것이 소매업계에는 엎친 데 덮친 셈이죠.

홍: 맞습니다. 지난해 호주를 괴롭힌 산불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두려움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데요, 그런데 탑샵의 몰락은 단지 산불이나 바이러스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때는 브랜드 이름처럼 탑을 누렸던 탑샵은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업계에서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미국의 거대 패션기업인 포에버21(Forever 21), 갭(Gap)과 함께 실패를 인정하고 호주 시장에서의 철수를 택하게 된 겁니다.

박: 그렇군요. 패션업계가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하니까요.

홍: 네. 시드니 쇼핑거리인 피트 스트리트만 봐도 경쟁업체인 유니클로, 자라, H&M 등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서 패션업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죠. 2011년과 2012년 멜버른과 시드니 중심에 첫 진출할 당시만 해도 탑샵에 들어오려는 고객의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인기가 대단해 당시 호주 매장은 이 브랜드의 ‘가장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오픈 사례’로 일컬어질 정도였습니다.

박: 그렇게까지 인기 있었던 브랜드가 10년도 채 되지 않아서 몰락하게 된 것은 그럼 대체 어떤 점이 잘못되었던 것일까요?

홍: 네.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매장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마이어 백화점과 손을 잡고 호주 전역의 마이어에 입점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는 듯싶었지만, 그때부터 이미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있는데요, 매장의 조명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재고의 순환이 느리다는 점 등 패션 업체가 지녀야 할 추진력과 호소력이 아쉬웠다는 지적입니다.

박: 그렇군요. 하긴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서면 불빛이 환하다는 느낌을 받긴 하는 것 같아요.

홍: 네. 유니클로는 밝은 매장과 세심하게 관리하는 직원 이미지를 갖고 있고 재고가 항상 빠르게 변경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죠. 탑샵은 바로 그 점을 놓친 게 아닌가 싶은데요, 또 호주 매장의 임대료가 높아서 영국 현지의 탑샵 가격보다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지는 호주 매장의 가격이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쇠락하던 호주 탑샵은 2017년 3천500만 달러의 부채를 기록하며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결국 지난 주말 시드니 마지막 매장을 폐쇄로 더 이상 호주에서 탑샵 매장을 만나볼 수 없게 됐습니다.

박: 결국 경기 불황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시장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관리의 부재가 패션 선두업체 탑샵을 왕좌에서 끌어내리게 만들었군요.

홍: 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 주식시장도 폭락을 겪고 있고, 금융 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소매업계 불황은 당분간 빨간불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 네 알겠습니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산불 피해를 겪은 시점에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2020년 경제 상황이 순탄치 않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오늘은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호주 소매업계 현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홍: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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