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라 손, 라 보엠 ‘미미’로 오페라하우스 감동의 무대 선사

Soprano Karah Son roll of Mimi

Soprano Karah Son roll of Mimi Source: opera australia

유럽에서 ‘푸치니아나’로 명성을 높인 한국 소프라노 카라 손(Karah Son)이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2020 시즌 오프닝 푸치니 의 주역 ‘미미’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감동의 무대로 물들인다.


오페라가 아름다운 안에 담긴 우리 이야기 때문입니다. 오페라 주인공은 때로 내가 되기도 하고, 우리의 이웃이 되기도 합니다. 가난하지만 꿈과 사랑을 갈망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푸치니 3걸작 오페라 <라보엠>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의 2020 시즌 오프닝으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무대를 장식합니다.

전세계적으로 한국 오페라 가수가 없으면 공연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해외의 ‘오페라 한류’ 바람이 강합니다. 호주도 예외는 아닌데요. 유럽에서 ‘푸치니아나’명성을 높인 소프라노 카라 손이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2020 시즌 오프닝 푸치니  <보엠>주역 ‘미미’로 호주를 찾았습니다.  카라 소프라노를 전화로 만나봅니다.

유화정 PD(이하 진행자): 안녕하세요, 2020년 새해 다시 뵙게 돼 반갑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 먼저 인사 주시겠어요?

카라 손 Soprano(이하 카라 손): 안녕하세요, 소프라노 카라 손입니다. 이렇게 새해에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요즘 호주 산불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 빨리 불길이 잡히길 바랍니다.

진행자: 네. 모두 간절한 바람입니다. 카라 손 소프라노는 지난해 투란도트의 ‘류’로 멜버른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으셨는데요. 짧은 몇 개월 사이 이번에는 라 보엠의 주역 ‘미미’로 변신하셨어요. 오페라하우스 공연이 벌써 시작이 됐다고요?

카라 손: 네. 항상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즈음해서 많이 올라가는 오페라가 라 보엠인데요. 특히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해마다 시즌 오프닝 공연으로 이 작품을 올립니다. 그래서 1월 2일 공연을 시작으로 1월 30일까지 한 달간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진행자: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은 예술을 하는 청년들이 가난하지만 그 안에서 진실되게 사랑하고, 그렇지만 또 그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가슴 저린 비극의 스토리로 알려져 있는데요. ‘보엠’이 프랑스 어로 보헤미안을 뜻한다고요?

카라 손: 네. 푸치니의 <라 보엠>은 19세기 파리 뒷골목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을 에피소드로 엮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들의 인생풍경>을 바탕으로 작곡된 오페라입니다. 꿈과 환상을 갈망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작품인데요. 푸치니는 젊은 시절에 밀라노의 다락방에서 작곡 공부를 하며 춥고 배고픈 크리스마스와 겨울을 견뎌야 했는데, 훗날 부와 명성을 얻은 뒤에 그 시절을 추억하며 <라 보엠>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푸치니의 젊은 시절 그의 인생 경험담이 배인 오페라라고 할 수 있겠군요. 덧붙여서 ‘라 보엠’의 줄거리 설명을 간단히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모두 네 명의 젊은 예술가가 등장한다고요?

카라 손: 가난하지만 희망과 꿈을 꾸며 사는 네 명의 예술가 친구들이 파리의 작은 다락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난로에 땔 장작이 없어서 자신이 쓰고 있던 원고를 태워 불을 피우던 중 밀린 집세를 받으러 온 주인에게 여자 문제를 말하도록 유도하여 집주인을 쫓아냅니다. 모두 카페에서 크리스마스를 즐기러 나가고, 남아있던 로돌포에게 이웃에 사는 미미가 불을 빌리러 찾아왔다가 어둠 속에서 그들의 사랑이 싹트게 됩니다. 이렇게 서로를 소개하면서 나오는 노래가 이 오페라의 유명한 아리아 “그대의 찬 손”그리고 “네, 내 이름은 미미”라는 노래입니다.

진행자: 줄거리 설명에서 자연스럽게 라 보엠의 가장 유명한 두 아리아 ‘그대의 찬 손’과 ‘내 이름은 미미’ 아리아까지 얘기가 나왔는데요. 촛불이 꺼지면서 미미가 열쇠를 떨어뜨리고, 두 사람이 엎드려 열쇠를 찾다 손이 맞닿는 순간 로돌포가 미미의 찬 손을 어루만지며 부르는 아리아가 지금 흐르는 ‘그대의 찬 손’ 인거죠. (음악)

카라 손 : 네 그렇습니다.
진행자: 연애에서 가장 멋진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상대에게 자신을 알리고 또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되는 그 첫 설렘의 과정 아닐까 싶은데요. 로돌포는 뭐라고 자신을 소개하나요?

카라 손: 로돌포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 이런 것들을 쭉 소개하는데요, 그 부분을 잠시 소개하자면요. 이런 내용입니다. “내가 누구냐고요? 시인이죠. 무슨 일을 하냐고요? 글을 써요. 어떻게 사느냐고요? 그냥, '사는' 거죠. 이 행복한 가난 속에서 저는 제왕처럼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작품 속에서 사랑을 노래하며, 꿈과 환상의 궁전에서 백만장자로 사는 거예요 ….”라고요. 그리고 “이제 당신 얘기를 해 주세요”라고 물어봅니다.

진행자: 가난하지만 제왕처럼, 허풍 섞이고 살짝 치기 어린 방식으로 소개를 하네요. 여기에 미미는 어떻게 답을 하나요?

카라 손: 미미는 소박하게 이렇게 답을 합니다. “제 이름은 미미라고 불리지만 진짜 이름은 루치아예요. 전 수를 놓으며 사랑과 봄을 말하고 꿈과 환상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혼자 살아요. 교회는 자주 못 가지만 기도를 합니다. 하늘과 지붕이 보이는 하얀 방에서 봄이 오면 햇빛이 제게 첫 입맞춤을 합니다. 그리고 그 햇빛은 바로 저의 것입니다. 꽃병에는 장미꽃이 피고 전 그 사랑스러운 향기를 맡습니다. 하지만 제가 수놓는 꽃에는 향기가 없네요.”라고 자기소개를 합니다.

진행자: 미미 역시 똑 부러지게 자기소개를 하는데요. 소박하지만 꿈과 환상을 좋아한다 또 혼자 살고 있다.. (웃음) 말씀만 들어도 노래를 듣는 듯했는데요. 준비해주신 음원이 있습니다. 미미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예요’.

카라 손: 아, 이게 제가 리허설 중에 녹음한 것이어서 그렇게 음질이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음악)

진행자: 소프라노 카라 손이 불러주는 미미의 아리아 듣고 계십니다. 앞서 호주에서 선보인 나비부인의 초초산, 투란도트의 류와 비교해 라 보엠의 ‘미미’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세 사람 모두 극 중에서 생을 마감하는 공통점이 있죠..

카라 손: 미미는 제가 지금까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푸치니의 주인공 역할과 많이 다른데요, 그런 역할들과 비교하면 병으로 죽는 역인 만큼 좀 더 연약하고 섬세하고 소극적인 그런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제가 노래를 부를 때 더 마음이 쓰이는 그런 역할입니다.
Soprano Karah Son
Source: opera australia
진행자: ‘미미’는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게 되나요?

카라 손: 제가 이번 프로덕션에서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미미는 남자를 다루는 데 능숙하지만 또 그렇지 않은 척 순진하고 청순하게 표현해야 될 때가 있어요. 또 그리고 미미가 가지고 있는 정제된 내면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야 되기 때문에 항상 그런 부분을 신경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태껏 연기했던 류, 마담 버터플라이, 그리고 미미 세 사람 모두 극 중에서 죽는데요, 죽는 방식이 각기 달라서 그것들을 달리 표현하면서 연기할 때 재미를 느낍니다.

진행자: 재미요?

카라 손: 네. 특히 여기 시드니 오페라에서 계속 죽은 역할만을 하니까 동료들이 인사로, 또 장난으로 ”오늘도 잘 죽어” 이렇게 얘기를 해줍니다.

진행자: 저런! (웃음)

라 보엠에서 남자 주인공 로돌포 역할을 맡는 테너들은 높은 C 음이 있는 1막의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을 무사히 넘기면 “아, 오늘 공연은 무사하구나.”하고 안심하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미미의 아리아에도 그 못지않게 어려운 부분이 있나요? 제 생각에는 아픈 연기라 발성을 크게 내지 않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요.

카라 손:  미미는 다른 역할에 비해 극고음이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 저음과 고음을 굉장히 조화롭게 연결을 잘해야 하고 선율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멜로디에서 끌어올리는 극 강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특히 말씀하신 대로 4막에서는 죽어가는 연기를 하면서 노래하기 때문에 너무 크게 하면 안 되지만 또 전달이 잘 되어야 하므로 소리 컨트롤을 굉장히 잘해야 되는 역할입니다.

진행자: 아, 그렇군요. 우리가 오페라 하면 우선 드는 생각이 규모가 크고 스토리에 복선이 많고, 이런저런 이유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눈요기 식 관람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라 보엠’은 의의로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친절한 오페라라는 얘기가 있어요. 어떤 면에서 그런 걸까요?

카라 손: 제 생각에는 시대를 초월해 현재에서 특히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그런 소재고, 파악하기 쉬운 내용과 또 청춘들의 비극의 사랑이야기 때문에 계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극적으로 4명의 남자 캐릭터들의 코믹한 부분, 또 2막의 크리스마스 파리 거리의 화려한 카페 씬 같은 것들이 볼거리 등을 선사하면서 재미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la boheme
Source: opera australia
진행자: 이번 라 보엠에는 더블 캐스팅으로 테너 박지민 씨도 함께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미미를 상대하는 로돌포이지만, 두 분이 무대 밖에서 서로 격려할 기회, 짬은 좀 있으신가요?

카라 손: 연습 중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때 서로 격려할 기회가 있는데요, 박지민 씨는 라 보엠을 100번 넘게 공연하셨다고 해요. 너무 훌륭한 로돌포를 선보이고 계셔서 연기를 보고 있으면 눈도 즐겁고 귀도 즐겁습니다.

진행자: 안 그래도 저희 방송에도 라 보엠, 돈 파스콸레 등으로 여러 번 출연해 주셨어요. 만나시면 안부 좀 전해주세요.

카라 손: 예, 알겠습니다. (웃음)

진행자: 이번 라 보엠 오페라하우스 공연이 1월 30일까지 이어지고요, 라 보엠을 마치면 또 어떤 공연들이 계획돼 있나요?

카라 손: 이 공연 다음에 바로 또 제가 사랑하는 역할, 나비부인으로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공연이 있고, 또 볼로냐 이후에도 프랑스 낭뜨, 또 여러 가지 공연들이 있습니다.

진행자: 다시 지구 한 바퀴를 도시는군요!  언제 또 호주에서 뵙게 될까요?

카라 손: 한 일 이년 후에 또 뵐 것 같습니다. 그때는 또 다른 역할로 뵙게 될 텐데요. 그때까지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행자: 앞으로도 좋은 무대, 빛나는 활약으로 한국을 빛내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오늘 인터뷰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라 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 새해를 여는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푸치니 <라 보엠>의 주역 ‘미미’로 또다시 주목받는 푸치니 아나, 소프라노 카라 손과의 대담이었습니다. 진행에 유화정이었습니다.

[상단의 팟캐스트를 클릭하시면 전체 내용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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