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브리핑] 호주는 여전히 ‘행운의 나라’인가?

Australia’s after housing costs ‘headline’ poverty rate in 2013-14 stands at 13.3 per cent.

Australia’s after housing costs ‘headline’ poverty rate in 2013-14 stands at 13.3 per cent. Source: Getty Images

잘 사는 나라 호주이지만 3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빈곤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가 여전히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의 나라인지를 알아본다.


박성일 PD(이하 사회자): 네, 주간 경제 브리핑 함께하고 계십니다. 계속해서 강혜리 리포터와 함께 호주 생활 경제 쉽고 재미있게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혜리 리포터, 안녕하세요?

강혜리 리포터(이하 리포터):  안녕하세요,  SBS 애청자 여러분,  매주 여러분의 생활에 밀접한 경제 뉴스를 가져오는 강혜리 입니다.

사회자: 오늘은 어떤 뉴스를 가지고 오셨는지 궁금한데요.

리포터: 피디 님, 혹시 지난 주가 어느 캠페인 주간이었는지 알고 계세요?

사회자: Anti-Poverty Week 였죠? 혹시 오늘의 주제가 호주의 빈곤 문제에 관한 것인가요?

리포터: 맞습니다. 저도 길에서 The Big Issue를 보고 알게 됐는데요. 사실 호주하면 ‘행운의 나라’, 자원이 풍부하고 날씨도 좋고… 느긋하게 살아도 먹고살 만하다. 이렇게 알려져 있는데요. 기사들을 보니 안타까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사회자: 물론 호주는 선진국에 속하니까 일단 기아 같은 문제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다고는 할 수 있겠지만, 아직 노숙자나, 교육 등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어린이들이 많이 있죠?

리포터: 그렇습니다. The Poverty in Australia에서 조사한 리포트에 보면, Poverty Line, 그러니까 빈곤을 결정하는 수입선은 평균 호주 가정 수입의 반이라고 합니다. 혼자 사는 사람의 경우 수입이 주 433 달러, 2인 자녀가 있는 부부 가정의 경우 909 달러 이하이면 빈곤층에 속한다고 하는데요.

사회자: 433달러면 집세와 식비만으로도 빠듯하겠어요. 셰어를 한다고 해도 여기에 차비나 핸드폰 요금까지 하면…

리포터: 그렇죠. 그런데 이보다 낮은 수입으로 살고 있는 호주인은 전체의 13.2%나 된다고 하는데요. Productivity Commission에 따르면 이 수치는 30년간 나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회자: 그런데 이상한 건, 지금 호주가 25년간 계속 경제 성장을 하고 있거든요. OECD의 다른 나라들보다 더 잘하고 있는 건데요.

리포터: 네. 사회 정책 연구 센터의 Peter Saunders 교수에 따르면 1991년에 비교해서 물가 인상률과 인구 증가를 고려해도 가구별 수입 중 여유 금액이 거의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해요. 그러나 파이는 커졌는데, 자기 몫의 파이를 놓친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사회자: 통계를 더 살펴볼까요? 호주인 5명 중 1명이 돈이 없어서 식사를 거른 적이 있다고 합니다. 6명 중 한 명의 어린이가 빈곤에 처해있고, 빈곤 환경에 있는 호주인의 40%가 장애인이며, 31%는 호주 원주민이군요.

리포터: 또 한 부모 가정의 3분의 1이 빈곤하며, 그 중 82%는 여성이네요. 여성 빈곤 문제는 또 고령으로 갈수록 심각해서, 2017년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의 싱글 여성이 세대 형태 중 수입이 가장 낮고 빈곤에 처할 위험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34%의 싱글 여성이 60세 즈음 빈곤 상태에 처한다고 하네요.

사회자: 왜 그럴까요?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크게 낭비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60세에 빈곤 상태가 되면 이제 그 이후로는 더욱 직장을 구하기 힘들게 되잖아요.

리포터: 지난 시간 엄마 임금에 대해서 말씀드렸던 것과 같은 맥락일 것 같습니다.

사회자: 엄마가 된 여성의 임금이 10년 동안 엄마가 되기 전으로 회복이 되지 않는다는 스웨덴 조사였죠? 돌봄 노동으로 인해 일을 줄이게 되어 수입이 적어진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리포터:  네. SBS 뉴스에 따르면 호주에서 돌봄 노동의 1차적 책임을 맡는 사람의 3분의 2가 여성이라고 하는데요. 자녀뿐 아니라 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부모 형제 등의 수발도 돌봄 노동에 들어갑니다.

사회자: 돌봄 노동을 위해 캐주얼이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보면 나중에 본인이 돌봄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나이에 쌓인 퇴직 연금 적립금이 많이 남지 않겠네요.  

리포터: 또 이 기사에 따르면 신체적, 경제적인 가정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의 경우도 있습니다. 파트너가 부부 통장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거나, 파트너를 피해 숨는 과정에서 일을 그만두게 되어 커리어가 끊기는 경우 등인데요.

사회자: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미디어에 보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이런 보조금을 받는 사람들을 게으르거나 약물 중독 등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조롱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자료에 따르면 빈곤층에 속한 많은 사람들이 장애나, 가족 문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사회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캐나다는 지난 몇 년간 빈곤율이 많이 적어졌다고요?

리포터: 네. The Big Issue 에 따르면 이 성과의 일부는 양육 보조금을 늘린 덕분이라고 하는데요. 2015년 양육 보조금 인상 이후 2017년, 약 82만 5000명이 빈곤 상태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사회자: Anti-Poverty Week는 올해 목표를 뉴스타트 주당 75달러 인상 운동으로 잡았다고요. 뉴스타트는 구직 상태의 성인이 받는 정부 보조금이죠. 현재는 얼마죠?

리포터: 282달러라고 합니다. Poverty Line이 주 433 달러인데요. 25년간 실질적으로 오르지 않았다고 하네요.

사회자: 음… 뉴스타트를 받으려면 취업 지원을 한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돈으로는 가족의 도움 없이는 렌트 비나 핸드폰 비도 내기 힘들겠는데요?

리포터: 그렇죠. 요즘 핸드폰, 컴퓨터 이런 것들 없이는 직업을 구하기가 어려운 세상인데요. 이 캠페인을 지지하는 녹색당에 따르면 282달러에서 렌트를 빼면 평균적으로 하루 17불 정도 남는다고 합니다. 7일로 계산하면 119달러인데, 여기서 식비, 세금, 차비 등을 내야 하는 것이죠.

사회자: 빠듯하네요. 또 다른 해결책이 있나요?

리포터: 더 빅 이슈의 Katherine Smyrk는 여섯 가지 방법을 제시했는데요. 말씀드린 뉴스타트 인상 외에도 교육과 건강 문제 지원, 도움의 손길, 주거 비용 조정, 감옥 수감자 퇴소 시 지원 등이 있었습니다.

사회자: 수감자들이 퇴소 후 6개월 만에 무직이나 홈리스가 된다는 기사는 저도 읽은 것 같습니다. Community Restorative Centre, Sisters Inside, Work Pathways Program 등이 사회 적응과 숙소, 카운슬링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하고요.

리포터: 어린이 교육 부문에서는 Embrace Education 같은 단체가 난민과 취약 계층의 학업을 돕고 있고요. Homework Club이란 대학생 자원봉사 단체는 과외 수업 외에도 교과서 등 학업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Colman Foundation의 Our Place 이란 프로그램도 빈곤 지방의 성인과 청소년 교육과 커뮤니티 서비스 역할을 하고 있고요.

사회자: 주거 문제 부분을 볼까요?  35%의 장기 홈리스 인구를 줄인 핀란드는 정부 주도의 예산 투입으로 홈리스들이 고정된 장소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Anglicare 조사에 따르면 호주 전국 시티 근처에는 뉴스타트 수입으로 지낼 수 있는 주거 형태가 존재하지 않았다고요. 젊은 층이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유가 여기 있네요.

리포터: 도움의 손길 부분에서는 무이자 론을 소개했는데요. 1500달러 이하의  No Interest Loan Scheme, NILS는 저소득 계층이 약간의 목돈이 필요할 때 12-18개월에 걸쳐 상환하면 되는 시스템입니다. 또 LaunchME란 프로그램은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멘토링, 사업 계획 보조와 microenterprise 론을 지원합니다.

사회자: 마지막으로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계시는 분들을 돕기 위한 단체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MindSpot은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불안증이나 우울증 등의 증상을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리포터: 45%의 호주인이 인생 중 한 번 이상 정신 질환을 경험한다고 하는데요. 실제 뉴스타트로 비싼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하니 이런 서비스가 점점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

사회자: 그런데 직업이 있는 사람 중 빈곤층에 속하는 사람도 많다면서요?

리포터: 네. 2017년 SBS 기사에 따르면 보조금이 아니라 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32.1%가 빈곤 상태라고 하는데요. 최근 대두되는 긱 경제와 기업의 정규 고용 회피도 이러한 워킹 푸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사회자: 자동화나 인공 지능이 점점 가장 낮은 레벨 직업들을 대체할 거라는 전망도 있잖아요.  말씀하신 돌봄 노동처럼 일을 하는데 직업으로 안 쳐주는 것들도 있고요.

리포터: 그래서 최근에 미국 대통령 후보로 인기를 얻고 있는 앤드류 양이나 일론 머스크 같은 첨단 산업 기업가들이 4차 산업 시대에는 기본 소득을 필수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앤드류 양은 모든 미국인에게 한 달 1000불씩을 보편적 기본 소득으로 지급하자는 주장을 했죠.

사회자: 호주 달러로는 약 1500불 정도 되는데요. 주 375불이니까, 만약 뉴스타트가 75달러 인상될 경우인 357달러 보다 조금 많은 금액이네요.

리포터: 미국이 호주를 능가하는 복지 국가가 될 지 주목되네요. 사실, 돈이 없는 건 그냥 돈이 없는 문제 이상인 것 같아요. 일단 돈이 없으면 모든 게 위축되잖아요. 특히 6명 중 한 명의 어린이들이 빈곤 상태에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픕니다.
사회자:  최근 SBS의 Struggle Street에서도 이런 빈곤 문제를 다루고 있죠?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시청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오늘은 호주의 빈곤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눠 봤습니다. 강혜리 리포터, 유용한 정보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리포터: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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