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브리핑’ 배달앱 시장 급성장…”열악한 근로환경 등 명암 엇갈려”

Gig Economy

Are side hustles your main source of income? Source: AAP

호주에서도 배달산업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박성일 PD (이하 진행자):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면서 비대면 생활 방식이 우리 생활에 깊숙히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방문하는 장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외부 활동을 자제하게 되고, 모임 제한 조치로 인해 외식 등의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이제 배달업체를 중심으로 한 배달산업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내용들 알아봅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연결돼 있습니다.

긱 이코노미라고 부르는 공유 경제 시스템이죠, 음식 배달 대행업계가 팬데믹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여론조사 기관인 로이 모건의 지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2020년 호주의 음식 배달 앱 시장은 2년 전인 2018년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2년 전에는 14세 이상의 호주인들의 9.8%가 배달앱을 이용했다면 2020년에는 19.1%가 사용을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가장 큰 증가세는 역시나 젊은 층이었습니다. 80년대생부터 95년생까지의 밀레니얼 세대는 13.6%가 증가해 4분의 1이 넘는 29.7% 인구가 배달앱을 사용하고 있고, z세대라고 불리는 1995년 이후 세대의 경우 15.5%포인트가 상승한 28.7%가 배달앱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대적으로 그 이전 세대인 베이비 부머 세대는 1.1%만 증가한 단 4.7%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 2년간 배달앱 시장이 그야말로 급성장하고 있군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호주에서 주문 배달이 가능한 음식은 피자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2015년부터 음식 배달 앱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맥도날드부터 대형 슈퍼마켓 체인, 고급 레스토랑까지 배달서비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산업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배달 음식도 일반 식사용 음식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디저트, 음료로까지 확대대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Deliveroo에서는 2019년부터 월 회비를 내고 무제한 음식 배달을 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런칭하며 업계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2015년 중반 UberEATs와 Deliveroo가 출시된 이후 지난 몇 년 동안 앱의 사용 현황을 면밀히 살펴보면 배달서비스 앱의 빠른 점유율 성장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닙니다. 2019년 중반부터 우버가 일반 택시를 제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개인 교통 수단으로 자리를 잡은 선례를 볼 때, 현재 전체 호주인 중 5분의 1 정도가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서비스 이용률을 높일 여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밀레니얼 세대(29.7% 사용)와 Z 세대(28.7%)의 이용률이 3분의 1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또 로이 모건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17.6%)보다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정 내에서 식사 준비를 담당하는 비중이 여성에게 더 많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요 하지만 25세에서34세의 젊은 층의 경우 여성(32.8%)보다 남성(33.3%)이 음식 배달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시기에는 독립해서 혼자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배달 음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성별뿐만 아니라 지역 별로도 다른 특징을 보였는데요, 도시 거주자(23.9%)가 지방 지역(10%)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배달앱 사용률을 보였고, 시드니(25.8%)와 멜버른(25.6%)이 근소한 차이로 가장 많은 음식 배달앱 사용량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배달업계 파이가 커지면서 신흥 배달앱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여전히 업계 선두 주자는 우버이츠인가요?

홍태경 PD: 네. UberEATs는 여전히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현재 10대에서 20대에 해당하는 Z세대 젊은 층의 5분의 1을 포함해 전체 호주인의 11.5%가 우버이츠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의 성장세도 거센데요, 메뉴로그(Menulog), 딜리버루(Deliveroo), 헬로프레시(HelloFresh) 등 다른 음식 배달 서비스들도 2018년 중반 이후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로이 모건의 미켈레 라빈느 CEO는 지난 18개월 동안 급성장한 음식 배달앱 서비스 이용률은 점점 더 많은 호주인들의 배달 서비스에 호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보다 창의적인 혁신 단계로 들어서는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러한 앱이 새로운 대규모 시장을 창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다른 산업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일례로 아마존과 같은 대형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새로운 패키지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를 선보인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아마존 플렉스는 개인운전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배송 플랫폼 서비스인데요, 기존의 물류 업체를 통하지 않고 개인 운전자들이 지역 내의 물건을 직접 배송해주는 역할을 하는 다소 파격적인 긱경제의 형태인 건데요,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아마존 플렉스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크게 도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배달 업계의 수요는 늘어가고 다양한 형태의 배달앱이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급격한 성장에는 부작용이 뒤따르게 마련이죠.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점도 꾸준히 제기돼 오고 있지 않습니까?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배달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물류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전통적인 운송 서비스가 아닌 온디만드 형태의 배송기사를 활용하는 배달앱 서비스 방식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 배송기사들이 정규 직원이 아닌 개인사업자라는 점입니다. 물류 과정에서 들어가는 각종 비용이나 부담을 배송기사들에게 떠넘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배송 기사들은 피고용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연금이나 추가 근무수당, 연차 수당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사실상 최저임금이 보장되지 못하는 것이죠.

게다가 배달 시간에 맞춰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안전사고 관련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SafeWork NSW에 따르면 지난해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65건 이상의 도로 사고가 배달기사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고 호주에서 지난해 연말에만 2달 동안 5명의 음식 배달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안전과 관련한 사고가 이보다 더 많고, 사망자 수도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진행자: 안전사고를 포함해 배달기사의 열악한 근로 조건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인데요, 주정부에서도 이에 대해 정책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홍태경 PD: 특히 시드니에서 배달 기사들의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됨에 따라 NSW 정부는 업계 종사자들의 근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지침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지침 초안은 배달업체가 배달 기사의 부상 위험과 관련한 안전 문제에 대응할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내용에는 "비현실적인 예상 배송 시간"울 맞추기 위해 배송기사들이 느끼게 되는 "시간적인 압박감"과 "신체적인 피로감"에 대한 우려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안전상 위험 요소로는 "정비가 불량하고 안전도가 떨어지는 자전거"를 사용하는 것과 배달 플랫폼 내에서 자신의 등급을 확보하기 위해 배달기사들이 "위험하게 운행하는 관행"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배달 업체가 배달기사의 평균 운행 속도와 현지 교통 조건을 감안해 예상 배달 시간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도한 근무 시간을 방지하고 교대 근무 사이에 최소 10시간의 쉬는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12시간 운행 후에는 배달 기사의 앱을 잠그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진행자: NSW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배달 기사의 안전 문제에 주목한 것을 알 수 있네요. 노동당도 다음 연방 총선을 앞두고 정책 플랫폼에 관련 내용을 담고 있죠?

홍태경 PD: 앤소니 앨바니즈 노동당 당수는 캐쥬얼 근로자와 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는 기조의 당 정책 플랫폼을 발표했는데요, “호주 근로자들은 기본적인 근로자의 조건 등 적절한 처우를 받아야한다”고 제안하며 “우리 근로 방식이 변했고, 우버 차량을 이용하거나 음식 배달 서비스를 통해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는 등의 혜택이 생계 유지가 불가능한 열악한 근로조건의 대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긱 경제(gig economy) 분야를 비롯해 불안정한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권리와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긱경제 시스템은 자율적인 듯 보이지만 오히려 규제가 더욱 제대로 이뤄져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문화의 큰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 대해 분석해봤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새로워진 SBS 라디오앱을 지금 다운로드하세요. SBS 라디오 앱으로 한국어 프로그램을 청취하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