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대변기구 ‘보이스’ 정치공방의 본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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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소니 알바니지 연방총리와 피터 더튼 야당당수

원주민 대변기구 ‘보이스’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본격적으로 가열되고 있다. 정치 공방이 가열될수록 대다수 국민들은 도대체 그 공방의 진위가 무엇인지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보이스 논란
  • 노동당: 원주민 대변기구, 헌법기구로 추진
  • 자유당: 헌법기구로서의 원주민 대변기구 반대…지방정부 산하 혹은 지역 기관설립 대안 제시
  • 반대 진영: 특정소수권력집단 탄생…국가의 새로운 권력축
  • 찬성 진영: 역사적 흐름…울루루 선언문 실천의 핵심
[진행자] 부활절 연휴에 피터 더튼 자유당 당수는 가롯 유다로 내몰리는 상황이 연출됐는데요…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 그런데 피터 더튼 당수는 누구를 배신했다는 거죠?

조은아 프로듀서(이하 조은아): 원주민 대변기구 보이스를 헌법기구로 설립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기로 한 자유당 당론에 대한 반발의 목소립니다.

원주민 사회의 저명한 지도자인 노엘 피어슨이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이다”라며 피터 더튼 당수를 부활절에 즈음해 가롯 유다에 비유한 겁니다.

그는 “울루루 선언문에 대한 배반이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원주민 대변기구를 헌법기구로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들도 분명 존재하고, 야당이 반대하는 이유도 있을 텐데 가롯 유다로 몰아치는 것은 좀 심한 것 아닌가요.

조은아: 그렇습니다. 자유당이 헌법기구로 원주민 대변기구 보이스를 설립하기 위해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실시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내린 직후, 피터 더튼 당수는 당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평에 직면하는 등 수세에 물렸습니다.

하지만 노동당 정부와 원주민 지지 단체들의 거센 비난이 쏟아지자 오히려 당이 결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보이스 공방 전에 즈음해 침묵을 지키던 자유당의 일부 평의원들은 “노동당과 원주민 지도자들의 ‘욕설’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원주민 대변기구 보이스에 대해 반대의사는 아예 짓누르려는 비민주적, 강압적 자세이다”라며 피터 더튼 당수를 옹호했습니다.

진행자: 자유당 출신의 전직 연방총리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조은아: 네. 자유당의 보이스 반대 당론을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인사는 역시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토니 아봇 전 연방총립니다. 그는 결사적으로 원주민 대변기구를 헌법기구로 설립하는 것은 옥상 위의 옥이라며 반대하면서, 막대한 비용과 국론 분열의 위험소지가 있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 전에 헌법개정 국민위원회를 설립해 충분한 토론과 절충의 절차를 밟으라고 제안했습니다.

반면 그의 전임자 말콤 턴불 전 연방총리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이번에도 자유당 지도부와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진행자: 직전 연방총리 스콧 모리슨 의원은 반응이 있었나요?

조은아: 연방총선 패배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이번 사안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지금 스콧 모리슨 전 연방총리가 정계은퇴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또 다시 보궐선거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보궐선거만 실시되면 피터 더튼 당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 분명한데, 자유당으로서는 첩첩산중입니다. 자, 그러면 정확히 자유당이 반대하는 내용은 무엇입니까?

조은아: 원주민 대변기구를 굳이 헌법기구로 설립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자연히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자체도 반대하는 것이 당론이 되는 거죠.

반대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보이스가 헌법기구로 설립되면 현재의 입법행정부와 사법부에 또 하나의 부가 탄생되는 것이라며, 수천명의 직원과 수십억 달러의 예산이 매년 소용되겠지만 실질적으로 원주민들의 삶의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변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자유당은 “원주민 대변기구 보이스는 지방정부나 지역의 기관으로 설립돼야 한다”는 입장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

진행자: 앤소니 알바니지 연방총리가 처음 보이스를 제안했을 때는 자유당이 헌법기구보다는 법률기구로 신설하자고 하지 않았나요?

조은아: 중요한 지점입니다. 즉, 자유당의 반대 입장이 더욱 강해진 대목이죠. 이제는 연방의회의 입법작업을 통한 법률기구 방안도 접고, 지방 정부나 지역 기관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한 거죠.

진행자: 그래도 원주민들의 헌법적 지위는 인정하겠다는 것이 자유당의 당론아닙니까?

조은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논리적으로 맞지 않죠… 원주민들의 헌법적 지위를 적시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을 해야 하고 헌법개정을 위해서는 국민투표를 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원주민 대변기구 보이스 설립방안은 빼고 부수적인 이슈를 헌법개정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발상에 동의할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자유당은 원주민의 헌법적 지위 보장 이슈도 대충 넘어갈 공산이 큰 건가요?

조은아: 이미 일부 언론들은 그렇게 내다보는 분위깁니다. 한 주류 매체는 “아마도 자유당이 원주민의 헌법적 지위 보장 이슈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릴 것이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이에 대한 노동당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조은아: 겉으로는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자유당이 반대하면 사실상 보이스 설립 헌법개정 국민투표 통과가 녹록치는 않을 것임을 노동당도 충분히 인식할 겁니다.

연방교육장관을 맡고 있는 노동당 중진 제이슨 클레어 의원은 “피터 더튼 당수 하의 자유당은 역대 최장수 연방총리를 역임한 로버트 멘지스의 자유당이라기 보다는 폴린 핸슨 당에 가깝다”고 돌직구를 던졌고요, 말란디리 맥카시 원주민 정무차관은 “보이스 설립과 국민투표에 대해 반대하겠다는 자유당의 결정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조치며,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앤소니 알바니지 연방총리는 일단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과 함께, 결단코 자유당과의 절충이나 협상은 없고, 그대로 밀어 부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진행자: 자유당 일각에서는 연방정부의 선임법률자문도 보이스의 헌법기구 설립 발상에 우려감을 드러냈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데요.

조은아: 그렇습니다. 약간 아리송한 점이 있습니다. 이런 점을 의식하듯, 앤소니 알바니지 연방총리는 “연방정부의 선임 법률자문위원도 보이스의 헌법기구 설립 방안에 대해 지지 입장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선임법률자문위원의 법적 자문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곧 선임법률자문위원이 공개적으로 지지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진행자: 다시 정리하자면, 연방정부는 원주민 대변기구 보이스를 헌법기구로 설립하기 위해 헌법개정 국민투표를 추진하려는 것이고요, 연방자유당은 헌법기구로 설립해서는 안되고 지방 정부나 지역기구로 설립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그런점에서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 자체를 반대하는 건데요… 원주민 인사들 가운데도 자유당의 입장에 동조하는 인사도 있죠?

조은아: 네. 이미 저희가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노동당 전국의장까지 역임한 바 있는 워런 먼딘 씨가 반대 입장을 재차 천명했습니다. 한 마디로 정부 기구의 비대화만 가져올 뿐 실질적인 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그는 일부 원주민 지도층의 정치 행보를 겨냥한 듯, 지금 필요한 것은 농촌 및 벽촌 지역의 전통 원주민 부락 주민들의 복지와 교육 증진이 시급하며 이를 위한 지역별 대책 기관의 신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보이스’ 헌법개정 국민투표 방안에 지지하는 녹색당의 당론에 반발해 탈당을 단행하면서 정치권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리디아 소프 연방상원의원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조은아: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땅의 원주민들의 자주권을 되찾는 것이 종국적인 목표이며, 이를 위해 투쟁하는 인사들이 많고 나는 그들과 함께 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원주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헌법기구가 시급한 것이 아니라 한발짝, 두발짝 더나아가 아예 원주민 자주권 회복을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는 급진적 발상을 고수하고 있는 거죠.

그는 “호주 정부와 원주민 사회와의 조약 체결을 통한 자주권 회복도 하나의 방안이다”라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

진행자: 복잡합니다. 자유당 내의 반발 상황은 어떻습니까.

조은아: 당내 평의원 3명 정도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냈는데, 줄리안 리서 예비법무장관이 당직에서 물러나면서 반대 입장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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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대변기구 ‘보이스’ 정치 공방 가열

SBS Korean

10/04/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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