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그려요"... 미술치료와 음악 치료가 호주 한인 사회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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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Park is developing her dream of becoming an art therapist. Source: SBS

미술과 음악은 자존감 향상을 비롯한 정신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을 줍니다. 미술 치료와 음악 치료란 무엇이고, 이들의 잠재적인 이점은 무엇일까요?


팬데믹 기간 심한 향수병과 우울증을 겪었던 상진(*가명)씨는 미술 치료를 경험한 후 힘겨운 시간을 이겨낼 힘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호주에 온 상진 씨, 갑자기 팬데믹이 터지며 한국에 갈 수 있는 방법이 막혀 버렸습니다.

친구도 없이 가족과 떨어져 홀로 호주에서 공부를 하던 상진 씨는 호주한인임상미술협회 이홍란 고문을 만나게 됩니다.

“너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저를 만났어요. 그래서 여섯번, 일곱 번 정도 만났는데 처음에는 미술 치료가 뭔가? 이렇게 생각하셨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이분이 향수병이 어떻게 왔는지? 왜 우울증이 생겼는지?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면서 자기 스스로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캐치하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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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TA(Australia Korean Art Therapy Association) art class Credit: Australian Korean Art Therapy Association (AKATA)
상진 씨를 만난 이홍란 고문은 무엇을 했을까요?

“처음에는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 모습을 그리게 하고요, 저희가 그리는 것이 아니고 본인이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그림을 그리면서, 그 그림에 대한 설명과 얘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거예요.”

그림을 그리고 나면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는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이홍란 고문은 이 시간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불만이 다른 쪽에 있었어요. 처음에 그림을 그리면서 아내에 대한 불만도 많았고 이런 것들이 많았는데 결국은 그 그림에서 문제가 뭔지를 알게 되더라고요. 얘기하면서 설명을 부탁드리면 설명을 하면서 아! 그게 다른 쪽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문제가 있었구나라는 것들을 찾아가게 되죠.”

이영심 감사는 일반 상담사를 만날 때보다 미술 치료사를 만날 때 사람들이 상담에 대한 저항을 적게 받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왜 미술 치료가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는가 하면 저항을 덜 받아요. 내가 상담사한테 가서 내 얘기를 할 때도 방어를 하잖아요. 이 말을 하면 이렇게 알아들을 것 같아, 이렇게 내가 얘기를 하면 이분이 이렇게 판단하겠지?라고 생각을 하게되죠. 그래서 자기의 말을 조절하게 돼요. 방어를 하죠. 그래서 그 사람의 문제를 알아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죠. 그런데 미술은 심리 플러스 미술이잖아요. 그림을 도구로 쓰는 거예요. 치료 도구로 쓰면서 이걸 그리면, 그림은 말보다 언어보다 훨씬 저항이 적어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적인 그림을 그리게 되는 거예요.”
자기 스스로 설명을 하다 보면 자기 스스로 통찰이 와요.
호주 한인 임상미술협회 이영심 감사
이영심 감사는 미술 치료를 하면서 그린 그림이 계속 작품으로 남아 있는 것도 미술 치료의 장점이라고 말합니다.

“저렇게 작품이 남잖아요. 미술 치료는 그래서 한 번 지나간 말로 끝나는 게 아니고 자기가 그린 그림, 만든 작품을 놓고 영속성이 있어요. 계속 남아 있죠. 그것을 보면서 자기가 또 생각을 해요. 저 작품에서 내가 이랬었지, 저 작품을 만들 때 이랬지, 이렇게 그런 것을 또 느낄 수 있고 그 사람이 작품하는 그 과정을 잘 관찰하면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행동 패턴하고 똑같아요. 그림 하나 그릴 때 관찰을 잘하면 그 사람의 문제를 다 찾아요. 말 안 해도 스스로 알아요. 내가 이렇게 했네? 예를 들면 어떤 분이 이렇게 작품을 하는데 하루 완전히 막 진하게 태양을 그렸어요. 그러고 나서 그다음 주에 와서 그 그림을 바라보다가 너무 강렬하다고 얘기해요. 스스로 하는 거예요. 우린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강렬하게 자기가 행동한다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통찰하는 거예요. 그러면 훨씬 효과가 있죠. 자신을 찾아가는데 그렇게 진행을 합니다.”

“한인 청소년들을 돕고 싶어요”

미술 치료의 효과를 직접 경험한 박사라 씨는 미술 치료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미술 치료를 공부하길 원하는 박사라 씨는 호주 한인 임상미술협회 이남순 회장으로부터 미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박사라 씨는 본인 스스로가 미술 치료를 시작하면서 정신 건강 상 큰 도움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저는 어렸을 적에 여러 나라를 옮겨 다녔어요. 그래서 어디 한 곳에 정착을 하거나 소속감을 느끼기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성장하는 동안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새로운 곳에 간다는 두려움도 많이 생기고 그게 성인 때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그래서 미술 치료를 하기 전까지는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많이 떨리고 불안하고 또 걱정도 굉장히 많이 하고 일단 자신이 없으니까 결정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미술 치료를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굉장히 많이 회복이 됐거든요. 어떤 작품이 나왔을 때 어떻게 내가 이걸 할 수 있었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고 이렇게 재능도 있고 이렇게 칭찬받을 만한 그런 사람이구나 그런 자신감이 많이 회복이 됐어요.”

어린 시절 겪었던 자신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라 씨! 한 중학교 여학생과 친구가 되며 미술 치료사의 길을 걷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됩니다.

“최근에 중학교 다니는 여학생하고 친구가 됐어요. 그런데 이 친구를 보면서 제 어렸을 적에 불안하고 외롭고 또 어떤 애정을 받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그런 모습들을 많이 봤어요. 그리고 그 친구가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공감만 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잖아요. 어떤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데 어떻게 줘야 될지가 막막하더라고요. 그 시점에 미술 치료에 대해서 알게 되었구요.”
호주 한인 사회에서 자라는 청소년 친구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일이 너무 하고 싶어졌어요.
박사라
“미술을 하는 것도 너무 좋지만 이 친구들을 향한 마음이 있어요. 이게 접목된다면 너무 너무 실질적인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라 씨는 미술 치료가 정신 건강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저희가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한 주간 일하고 공부하고,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주말이 됐을 때 스트레스가 쌓여있잖아요. 압력이 쌓이게 되는데요. 건강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이것들을 표출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미술이라는 것은 정말 안전한 도구로, 안전한 환경에서 그것들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그래서 저는 규칙적으로, 정기적으로 미술을 하면서 압력이 찼던 게 김이 빠지듯이, 이렇게 차올라서 터지지 않고, 건강한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굉장히 실질적인 도움이 됐어요.”

사라 씨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호주 한인 임상미술협회 이남순 회장은 팬데믹 기간 협회가 진행한 ‘토닥토닥’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은 한인들이 정신 건강 상 혜택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기간이 길어지고 각자들 전혀 겪어보지 못한 시기를 갑자기 받아들였잖아요. 그러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고 아무데도 못 간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갑자기 갇힌 느낌이 들면서 얼마나 힘들어요. 그래서 그때 저희가 온라인으로, 줌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해 매주 만남을 가졌는데요.매일 매일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며 숙제를 완성했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그 안에서 자기의 얘기를 하게 된다고... 매일 일기처럼 그것을 계기로 해서 쭉 하시는 분도 있었어요. 그런 식으로 하고 커피 그림 그리기도 하고… 카운슬에 방을 빌려서 양말인형 만들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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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left to right: Yung Shim Lee, Hong Ran Lee and Nam Soon Lee of the Australia Korean Art Therapy Association Source: SBS
호주 한인 임상미술협회는 시드니 라이드 카운슬의 펀딩을 받아 토닥토닥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덕택에 한인들은 5달러만 내고도 미술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임상미술협회 이영심 감사의 말입니다.

“코비드 기간에는 정말 너무나 유용하게 쓴 것 같아요. 다 갇혀 있는 가운데서 우리는 줌으로 프로그램을, 계속 미술 작업을 했고요. 또 모아진 걸 갖고 도서관에서 스크린에 보여주는데 대단하더라고요. 저희 회원들 플러스 교민들 또 양말 인형을 그 도서관에서 할 때는 펀드를 받았기 때문에 그 사람들한테 한 5불씩 받고 이렇게 했어요. 너무 신청자가 많아서 나중에는 지나가다가 보고 들어오는 사람도 있어서요, 줄을 서 있는 바람에 하루에 세 번 진행을 했어요. 진짜 목이 말라 있는 교민들이 많은 거예요.”

이영심 감사는 카운슬의 기금으로 혜택을 본 한인의 수가 200명 가량 된다고 말하는데요. 이영심 감사는 최근 라이드 카운슬에서 봉사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라이드 카운슬에서 주는 올해의 봉사상을 받았네요. 받고 나니까 이제 몸이 아파도 나가죠. 봉사상이었기 때문에 계속 봉사해야 되잖아요. 제가 대표로 받은 것이니까 우리 그룹의 덕이고 감사하죠.”

정신 건강 돕는 음악 치료

미술과 마찬가지로 음악 치료를 통해서도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시드니 웨스턴 대학교의 음악치료 석사 과정에 있는 김도윤 씨는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생활하며 불확실한 미래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말합니다.

“20살 초반에는 제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경험이 있어요. 그런데 그 시절에 정말 힘들고 돈도 없고 외롭고 엄청 불안한 시기였고 또 20대 중반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확실성 그런 시기가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다고 저는 생각이 들고요. 그럴 때마다 음악이 위로를 많이 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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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un Kim is studying a master's degree in creative music therapy Credit: Do Yun Kim
도윤 씨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는데요,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과 심리학을 결합해 정신 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심리학 전공을 했거든요. 심리학을 전공하며 정말 인생을 바꿀 만한 그런 경험들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심리학과 음악을 결합할 수 있는 학문이 혹시 어떤 게 있나 생각을 하고, 또 찾아봤더니 음악 치료라는 학문을 알게 됐어요. 굉장히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하게 됐습니다.”

도윤 씨는 음악 치료가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며 음악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 이상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정신이 부적응적인 상태일 때 우리는 부적응적인 신체 증상을 보이게 되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우울증, 불안증, 신경증 이런 것들이 대표적인 예겠죠.”
우리가 말로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을 음악으로서 표현해 줄 수 있고 공감해주고 수용해 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도윤
도윤 씨는 음악을 통해서 사람들이 사랑과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합니다.

“저는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고 싶어요. 사람들은 부적응적 상황에 들어서면 공감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 공감의 욕구를 음악으로 느끼게 해줬으면 합니다. 결국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는 뜻인데요. 자신의 어떤 감정을 느끼고 또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음악으로서 느끼게 해준다면 공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내면의 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과 용기로 삶을 향유할 수 있고 삶을 확류할 수 있게 제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미술 치료사를 꿈꾸는 사라 씨는 앞으로 미술 치료사가 된다면 호주에 사는 한인 청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제 마음 속에는 청소년들이 있어요. 호주 한인사회에는 어느 문화에도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친구들이 많이 있죠. 생각보다 많아요. 그리고 호주에서 태어났지만 영어가 어려운 청소년들도 아직 있어요. 그런 갈등 속에서 자신감을 잃는 친구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 친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싶고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미술 치료 공간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본 기사를 영어로 만나시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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