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수교 60주년 특집(3부): 호주 이민 3세대, 꿈을 확장하다

Stephen Oh family

호주 한인 이민자 2세 오창원 씨와 아들 진우 군 Source: Stephen Oh

“굉장히 자랑스럽고(proudful) 한국 사람이라 좋아요.” “호주 친구들을 한국 바베큐 데리고 갔는데 다들 언제 또 가는지 물어요.” (오진우 3세대)


세리 씨는 아들 진우군의 친구들을 데리고 한국 식당을 갈 때마다 호주인 친구들이 한국 음식을 아주 좋아하는 것을 보면 흐뭇합니다.

“바베큐 다 데리고 갔는데 아이들이 엄청 많이 시켜서 온 음식을 다 잘 먹는 것을 보고 놀라더라고요. 한국 음식이 너무 인기 있고…”

진우 군은 최근 친구들이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늘었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오징어 게임 되게 재미있었어요. 새로 나온 오징어 게임에 대해 호주 친구들이 많이 얘기하고 재미있게 봤어요. 되게 잘 만들었고 재밌대요.”

시드니 캠시 초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사로 일하는 유은영 씨 역시 최근 들어 한국 문화에 대한 호주인들의 관심이 한층 커졌다고 말합니다.

“개학해서 학교에 갔는데 저를 보자마자 호주인 동료 선생님이 저를 보자마자 '방학 잘지냈어?'가 아니고 오징어게임 봤냐고 인사말이 그랬어요. 학생들도 한국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선생님들도 물론이고. 청소년이나 대학생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직접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통로를 찾아서, 혼자 개인적으로 배운다던지 … "
나이, 연령, 성별 이런 걸 떠나서 전체적으로 한국 문화나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다는 것을 제가 체감하고 있어요.
유은영 씨가 근무하는 캠시 초등학교에서는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한국어-영어 이중언어반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3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비단 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시드니 대학교와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한국어 수업 인기도 과히 폭발적입니다.

“대학에서도 한국어 과정에 등록하는 학생들 수가 시드니 대학, 뉴사우스웨일즈대학의 경우에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로 정확한 학생 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400명-5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처음에는 한국 문화 컨텐츠의 매력에 빠진 젊은 친구들은 한국어를 배우며 점차 한국의 문화와 역사까지 그 궁금증을 확장해 간다는데요,

“영화나 가사를 한국어를 배워서 직접 통역 필요없이 내가 고스란히 느끼고 생각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하다보면 또 역사를 알아야 하는 부분이 오잖아요. 그렇게 되면 학생들이 제가 알기로는 외국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라든지, 한국 분단이 왜 됐나 기초적인 것부터 올라가서 한국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고…”
김지희 원장 유은영 선생님
(왼쪽부터) 시드니 한국 문화원 김지희 원장, 캠시 초등학교 유은영 교사 Source: Supplied

한호 수교 60주년

2021년, 한국과 호주가 외교 관계를 수립한지 6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국가 간 외교와 국방 관계뿐만이 아니라 인적 교류 역시 더욱 밀접해졌고 호주에 거주하는 한국계 이민자의 영향력 역시 그 어느때보다 확대되고 있습니다.

2003년 호주화 6억 달러에 불과했던 한국과 호주의 투자 규모는 2018년에는 호주화 490억 달러까지 성장했습니다. 한국은 호주의 네 번째로 큰 수출 시장으로 호주의 에너지, 원료, 농산물들이 주로 한국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양국 간의 문화 교류에서도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시드니 한국 문화원의 김지희 원장은 한국과 호주의 문화교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최근에는 문화원 단독으로 진행하는 행사가 거의 없을 정도로 호주 현지의 박물관이나 도서관, 극장, 엔터테인먼트사, 서점, 학교,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을 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것만 봐도 양국 간 문화교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단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주에서 케이팝, 한국 음식,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해마다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호주에서 특히 한국 대중 문화에 대한 인기는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다들 실감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호주인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이유는 역시 케이팝입니다. 2011년에 케이팝 뮤직 페스티벌에 약 2만 명의 관객이 운집을 했고 2012년 싸이 강남스타일의 흥행에 성공하면서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큰 폭으로 커졌습니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2021년 자료에 따라서 보더라도 호주에서 한국하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한식과 케이팝이 가장 높습니다.

영화에 대한 관심도 매우 큰 상황입니다. 2015년 이후에 매년 10편 이상의 한국 영화가 한국과 동시에 개봉되고 있고 작년에 기생충 그리고 올해 미나리도 호주에서 큰 폭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한호 수교 60주년을 맞아 최초의 한인 이민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멜버른 대학교의 송지영 교수는 이민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있어 한류야말로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합니다.

“2,3세대는 특히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한게, 한류의 영향이었다고 대답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이전까진 (주변인들이) 본인이 한인인 줄 모르고 살다가, K-pop 한국 드라마/영화 등이 인기를 끌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저절로 한인임이 알려지고 본인도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는 2,3세대의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송지영 교수 신원선 교수
(왼쪽부터) 멜번대학교 송지영 교수, 신원선 교수 Source: Supplied
공동연구자인 멜버른 대학교 신원선 교수는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 인식됨에 따라 많은 이민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문화는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의 대중문화 뿐만 아니라, 음식, 패션, 미용, 게임, 만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면서 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가 한국 문화의 폭발적 확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고요. 최근에는 넷플릭스 등의 스트리밍 미디어도 한국 문화 확산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셜 미디어로 빠르게 확산되는 문화로 인해 한국은 문화 강국으로 인식되고 있고, 다양한 이민세대들이 이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창원 씨 가족
오창원 씨 가족 Source: Supplied

꿈을 확장해가는 이민자 사회

1972년 태권도 사범으로 호주에 첫발을 내딛은 이민 1세대 오영열 태권도 사범.

오영열 사범은 이민 3세대인 손자 진우군이 할아버지 집에 놀러올 때마다 반드시 한국어로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자 손녀들이 왔을 때도 주로 한국말을 합니다. 왜냐하면 특히 우리 아들이나 딸은 애들한테 한국말을 해달라고 저희들한테 부탁을 해요. 왜냐하면 애들이 한국말을 배워야 한다고 그래서 애들이 한국말을 다 잘합니다.”

또 오영열 사범은 손주들이 방문할 때마다 주로 한국 음식을 함께 즐깁니다. 그래서일까요? 진우군은 호주 음식보다 한국 음식을 더 좋아하는데요.

“나는 한국 음식이 훨씬 더 맛있고 더 좋아요. 그런데 우리는 호주 음식 거의 안 먹고 한국 음식 더 좋아졌어요.”

진우 군의 아버지 오창원 씨는 아들 진우에 이어 호주 한인 4세대가 나올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한국에 대한 매력을 호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더 많이 알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저는 2세고 제 아들은 3세고 이제 4세대도 나오겠죠.”
한국이 더 알려지게 될수록 2세, 3세, 4세가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아요. 드라마 때문에 많은 호주에 있는 젊은 2,3세들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더 갖게 되고 더 연구하고 싶게 되니까 자랑스러운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한국에 대해 더 알고 배우게 되면 더 자랑스러워하게 되고, 그러면 우리가 호주에 있는 또 세계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거죠.
호주에서 태어난 진우 군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음악과 예술뿐만 아니라 매우 빠르게 발전한 앞선 기술력을 가진 나라로 느껴집니다.

“호주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케이팝이라든지 그런 것 많이 생각하죠. 팝컬처, 한국은 할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빨리 발전했어요(advanced very quickly)”

“한국은 머리 속에는 되게 큰 시티(라는 생각이 들고), 선진 기술 사회(advanced technological society)라고 생각해요.”

진우 군은 그런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고 말합니다.
나는 아직도 코리안 오스트레일리안이라고 생각해요. 호주 사람이 내게 어디에서 왔냐고 하면 '한국 사람이다'라고 하고, 굉장히 자랑스럽고(proudful) 한국 사람이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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