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호주인 40%, 롱코비드 증상…‘안갯속’ 롱코비드 실체

black woman napping on sofa

롱코비드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Source: Moment RF / Catherine McQueen/Getty Images

코로나19에 감염된 호주인 40%가 롱코비드 증세를 겪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국내적으로 이에 대한 연구 및 대처가 뒤처진 상태로 지적됐다. 즉, 롱코비드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 상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호주의 롱코비드 현주소
  • 총 110만여 건의 코로나19 감염 사례 보고
  • 감염자의 40%, 롱코비드 증세
  • 롱코비드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 부족
  • 코로나19에 처음 감염된 후 4주~1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 롱코비드로 진단
  • 코로나19 증세 4주 이상 지속될 경우 반드시 의사 진료…8주 이상 시 전문의 진료 권고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증가추세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호주, 한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변이 바이러스에 맞선 강력 신규 백신 접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롱코비드 문제도 다시 부각되는 추세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는 호주인들의 40% 가량은 롱코비드 증상을 겪은 것으로 추산된다.

의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코로나19에 처음 감염된 이후 4주 이상 피로감, 호흡 곤란, 지속적인 기침, 가슴 통증, 관절 통증, 기력 저하, 발열, 두통 브레인포그, 우울증이나 불안감 등을 겪을 경우 롱 코비드 증상으로 간주하나 공식적으로는 12주의 기간으로 설정돼 있다.

멜버른 RMIT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롱코비드 문제 대처에 있어 호주는 매우 뒤진 것으로 지적됐다.

멜버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마틴 밴 보예은은 2022년 4월 처음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올해 5월 재감염됐다.

마틴 밴 보예은은 “재감염 되기 2개월 동안 정말 기어서 출근했을 정도였는데 1주일에 겨우 3, 4시간 근무할 수 있을 정도였다”면서 “코로나19 증세를 겪기 전에는 1주일에 60~70시간 가량 근무했는데, 또 다시 코로나19에 재감염됐고 한동안 일주일에 겨우 한 두시간 일할 수 있을 정도로 믿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었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그는 과학분야에서 일하는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코로나19 증세는 사실상 감염된 후 12주 이상 지속된 것이고 이는 롱코비드 증세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마틴 밴 보예은은 “당시에는 의사 그 누구도 그러한 증세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고 결국 롱코비드 증세로 사실상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지 5, 6개월이 돼서야 이 증세가 롱코비드로 진단됐다”고 설명했다.

RMIT 대학의 새로운 연구결과에 따르면 호주는 롱코비드 증상 발견이나 치료 및 환자 관리에 있어 다른 나라에 뒤처졌다.

호주에서는 현재 코로나19에 처음 감염된 후 1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 롱코비드로 분류된다.

RMIT 대학 보건의학과의 젠 젱 교수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롱코비드 정의를 따른다는 원칙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WHO 권고사항과 환자들이 겪는 현실에는 괴리가 있다는 것이 젠 젱 교수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호주에서는 총 1100만여 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젠 젱 교수는 그러나 롱코비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고 지적한다.

젠 젱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코비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서 “특히 주변에서 분명 롱코비드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도 스스로는 어떤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쉽게 설명해서 평상시 5km에서 심지어 20km를 뛸 수 있었던 사람이 동네 슈퍼마켓까지 겨우 걸을 수 있을까 말까할 정도가 되는 것인데 당사자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볼 때 롱코비드에 대한 계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젠 젱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 가운데 10% 가량은 롱코비드 증상을 겪게 된다

아무튼 코로나19 증세가 4주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강력한 권고다.

하지만 증세가 8주를 넘어갈 경우에는 롱코비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젠 젱 교수는 특히 비영어권 출신 이민자들의 롱코비드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롱코비드에 대한 다중언어 안내서가 더욱 보완돼야 하고 배포도 확대돼야 하며, 특히 일반 가정의(GP)들을 대상으로 보건당국 차원의 최신 정보 공유 및 지침 전달이 적극 이뤄져야 한다고 젠 젱 교수는 당부했다.

하지만 롱코비드 증상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은 개개인 모두의 자기 관리라고 젠 젱 교수는 각별히 강조했다.

그는 운동, 정신건강 관리, 그리고 염증억제 식이요법, 즉 면역증진 식이요법 등이 각별히 중요하다고 한다.

젠 젱 교수는 “이른바 기를 다스리는 기공 같은 것도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면서 “문화적 배경에 적절한 식이요법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예로써 그리스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은 지중해식 식이요법이 적절하고 중동 출신은 중동식 식이요법이 적절할 것이라고 부연한다.

롱코비드 환자 지원 시민단체인 이머지 오스트레일리아의 앤 윌슨 회장은 롱코비드가 결국 만성 피로증과 직결된다는 점을 지목한다.

 앤 윌슨 회장은 “롱코비드와 만성피로증은 질환 후유증으로 우리 단체는 지난 18개월 동안에 걸쳐 롱코비드나 만성피로증과 같은 질환 후유증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캠페인을 펼쳐왔고 그나마 미국의 예일대학이 가장 먼저 이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한 것은 그나마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앤 윌슨 회장은 피로감, 불안감, 브레인포그 등의 증세를 단순히 근심증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다문화사회에서 롱코비드 증세가 경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앤 윌슨 회장은 “영어가 제1 언어가 아닐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는데 장애가 많은 것이 사실이고 원주민을 포함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다양한 계층의 경우 특히 그러한데, 첫 단계에서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 밖에도 다수의 전문가들은 롱코비드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더욱 폭넓게 지속돼야 한다는 점에 적극 공감한다.

연방 재무부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 롱 코비드로 매일 3만1천 명이 정상적으로 일하지 못했고 올해 들어서만 근무일로 치면 300만 일에 해당하는 노동력 손실이 발생했다.

롱 코비드는 수주,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고, 바이러스가 더 이상 체내에 존재하지 않아도 특정 증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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