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브리핑: 500만 달러 중요 투자자 이민(SIV), 결국 폐지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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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오닐 내무 장관

호주의 '골든 티켓(golden ticket)' 비자라고 불렸던 중요 투자자 비자(Significant Investor Visa)가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비자는 무엇이고, 왜 화두에 오르는지 살펴봅니다.


박성일 PD (이하 진행자): 여러분께서는 지금 SBS 한국어 프로그램 경제브리핑과 함께 하고 계십니다. 연방정부의 이민 정책 검토로 영주권 발급 수 인상 등 기술 이민 제도에 변화가 생기면서 투자 이민 제도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오늘 경제브리핑에서는 이와 관련한 내용 알아봅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연결돼 있습니다.

'골든 티켓(golden ticket)' 비자라고 불렸던 중요 투자자 비자(Significant Investor Visa),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선 이 비자는 무엇이고, 왜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것인지 짚어보죠.

홍태경 PD: 중요 투자자 비자는 전 세계의 기업가 및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최소 5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한 후 영주권을 발급하는 것으로 해외의 재력가를 유치하기 위한 호주 정부의 일종의 투자 이민 프로그램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골든 비자 프로그램이라고 불릴 정도로 간소화된 투자 이민 방법을 제공하는 이 비자는 추후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고 영어 점수나 연령에도 제한이 없습니다. 승인된 펀드에 500만 달러를 투자하면 최대 5년간 호주에 체류할 수 있으며 영주권으로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SIV비자는 다른 비자 카테고리와 다르게 영어 점수를 요구하거나 나이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따라 클레어 오닐 내무 장관은 지난 일요일 "황금 티켓"으로 불리는 이 비자가 수년간의 검토와 수정을 거쳐 폐기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습니다. 오닐 장관은 "중요 투자자 비자(SIV) 발급은 호주에 더 이상 가치가 없다"며 이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SIV발급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되는 건가요?

홍 PD: 중요 투자자 비자(SIV) 프로그램은 2012년 길라드 정부에 의해 도입됐고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2016년 보고서에서 생산성 위원회는 이 투자자 비자가 "사기에 취약하다"고 주장하며 폐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오닐 내무 장관은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방 정부가 국가의 이민 시스템에 대한 검토를 약속함에 따라 SIV 비자 프로그램은 "정말 큰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부분의 호주인들은 호주 비자를 돈을 주고 사서 입국할 수 있는 비자 카테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면 매우 불쾌할 것 같다"라면서 "현재 우리 이민 프로그램의 일부로 유지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호주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생산적 집단인 숙련 기술 이민자에게 영주권 기회를 늘린다는 입장인 노동당 정부에게는 거액의 투자 이민은 어쩌면 당연히 찬밥 신세일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요, 중요 투자자 비자가 호주 경제에 실질적인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죠?

홍 PD: 그렇습니다. 오닐 장관은 "SIV 투자 이민 신청자들은 일반적으로 인생의 꽤 후반기, 종종 사업 경력이 끝날 때 호주로 이민을 오며 기본적으로 정착하고 은퇴하기 위해 호주에 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모든 사람들에게 평균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며 "그것은 우리의 이민 프로그램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SIV비자는 임시 비자로서 신청자는 승인된 투자처에 최소 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비자 기간 동안 해당 투자를 보유할 진정한 의도가 있다면 최대 5년간 호주에 체류할 수 있습니다. 승인된 투자처에는 신생기업과 소규모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털 및 성장형 사모펀드에 최소 50만 달러, ASX 상장 신흥기업에 투자하는 승인된 관리형 펀드에 최소 150만 달러, 관리형 펀드에 최소 300만 달러 등 '분산형 투자'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비자 소지 후 특정 요건이 충족되면 영주권 비자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이 SIV 프로그램을 통해 비자를 받은 사람 수는 얼마나 되나요?

홍 PD: 2020년 6월 기준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후 2,349건의 SIV 비자가 발급됐습니다. 이 기간 동안 약 117억 달러가 투자금으로 적립됐습니다. 전체 비자 신청의 약 84.8%는 중국 출신 신청자였으며 이들 중 84.9%에 비자가 승인됐고 발급된 비자의 약 3.6%는 홍콩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디 오스트레일리안 지는 약 2,370명의 중국인 신청자와 그들의 가족 5,000명 이상을 포함해 7,000명 이상의 중국 시민이 SIV 비자를 통해 임시 비자를 발급받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이 신문은 또한 지난 5년 동안 캄보디아의 훈센 정권(Hun Sen regime) 일부 부패한 관리들과 10명의 일부 부유층 캄보디아인들이 중요 투자자 비자를 통해 호주 비자를 얻기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점이 바로 돈만 있으면 호주 영주권을 살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점은 또 연방 예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인데요,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홍 PD: 오닐 내부 장관은 이런 종류의 투자 비자는 연방 예산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실제로 모든 신청자에게 평균적인 비용이 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불 리즈비 전 이민부 부장관도 이에 동의하며 수년 동안 이 계획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SBS 뉴스에 "돈을 주고 비자를 살 수 있는 중요 투자자 비자가 호주의 비자 프로그램 운영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술 이민 프로그램은 호주 사회와 호주 경제 및 예산에 분명하고 명백한 이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것이 입증될 수 없다면, 그 비자는 폐지되어야 한다"며 “현 단계에서 호주가 이 SIV비자 유형으로부터 어떤 이익을 얻는지 나는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투자 이민 프로그램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 입장들은 각기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홍 PD: 이 프로그램은 사실 펀드매니저들에게 사업상의 호재로 작용해 왔습니다. 2019년 모엘리스 오스트레일리아(Moelis Australia)의 자산 관리 전무인 앤드류 마틴 이사는 SIV 프로그램이 호주에 큰 자본을 가져다 주었다고 주장합니다. 마틴 이사는 "SIV 투자자들의 후속 투자가 의무 투자금액인 500만 달러보다 최대 4~5배 더 많은 것으로 추정돼 호주에 투자한 자본이 최대 500억 달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호주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Australia)의 클랜시 무어CEO는 일명 "황금 비자 제도"의 폐지를 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무어 대표는 "고속 투자이민 프로그램인 이 비자는 부패한 정치인, 사기꾼, 범죄자들에게 비자를 발급함으로써 그들은 호주 부동산과 다른 경제적 투자를 통해 더러운 돈을 세탁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당 정부의 이민제도 검토는 이 불공정한 비자 카테고리를 폐지하고 또 다른 더러운 돈이 유입될 수 있는 허점을 관리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라고 환영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SIV비자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이나요?

홍 PD: 일단 일자리 및 기술 서밋 이후 발표된 이민 프로그램 변화로 이 프로그램을 통한 비자 발급 수는 이번 회계연도에 대략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오닐 장관의 지난 주 발표에 따르면 내년 2월 말까지 보고될 호주 이민 시스템에 대한 검토 이후 SIV 프로그램이 폐지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오닐 장관은 "SIV 프로그램이 호주에 더 이상 가치를 더해주지 않고 있으며 이민 제도 검토의 차원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귀뜸했습니다. 이 제도가 폐지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이 제도를 우리 프로그램의 일부로 유지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압둘 리즈비 전 이민 부국장도 투자자가 돈을 투자하기만 하고 관리는 하지 않아도 되는 "수동적 투자" 방식의 투자자 비자 폐기를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투자 이민 프로그램에는 호주에서 사업을 시작하거나 직접 운영하며 호주인을 고용해야 하는 다른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나는 그러한 종류의 비자 카테고리는 확실히 유지할 만하며 호주 경제, 연방 예산 및 호주 사회에 주는 이익적인 면에서 아마도 유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연방 정부의 이민 프로그램 검토와 관련해 리스비 전 이민 부국장은 또 각 비자 유형을 검토하는 데 있어서 “호주 사회에 미치는 혜택”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을 적극 동의하며 "이것을 이민 프로그램 검토 기준에 포함시키는 것이 전적으로 합리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호주 투자이민 프로그램 중 논란이 되고 있는 중요 투자자 비자(SIV) 프로그램의 폐지 전망에 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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