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한국의 정책이 이주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재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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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 대표가 모나시 대학교가 7월 14일부터 운영하는 한-호 젠더, 이주여성 관련 전문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호주를 방문한다. Source: Supplied / Young Sook Heo

모나시 대학교가 오는 14일부터 한-호 젠더, 이주여성 관련 전문가들의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상임 대표와 함께 한국 이주 여성들에 대한 젠더 폭력 실태에 대해 알아본다.


Key Points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주여성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시민단체
  • 재한 외국인 251만 명 가운데, 45%인 11만 명이 이주 여성
  • 허오영숙 상임대표,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차별받지 않으려면 한국에서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적인 정책, 태도들이 없어져야 돼”
나혜인 PD: 호주 외교통상부 호한재단 (Australia-Korea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모나시 대학교가 한-호 젠더, 이주여성 관련 전문가들의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오는 7월 14일부터 5박 6일간 진행되는데요. 한국에서는 총 10개 기관이 참여해 약 10개의 호주 기관 전문가들과 호주에서 만납니다. 프로그램 마지막 날에는 호주 젠더, 이주 전문가들에게 한국 현황과 시사점 등을 알리고, 함께 젠더 불평등이라는 글로벌 의제를 고민할 예정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한국의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 대표님 연결해서 한국 이주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상임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허오영숙 대표: 네. 안녕하세요? 호주에 계신 분들을 만나게 돼서 너무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이주와 젠더 관련한 활동을 하고 있는 허오영숙입니다. 사실 한국은 1990년대 이후에야 아시아 지역에서 이주 목적국이 됐습니다. 지금 호주의 한인 분들이 많은 것처럼 한국은 과거에 송출국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송출국이기도 합니다. 한국이 뒤늦게 이주 목적국이 되었기 때문에 이민 국가인 호주의 경험이 저희한테 여러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기에 더 반가운 마음입니다. 반갑습니다.

나혜인 PD: 반갑습니다. 먼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어떤 곳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허오영숙 대표: 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2000년에 준비 모임을 시작해서 2001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주 여성을 위한 전용 쉼터를 만들었고요. 그래서 지금도 이주 여성 상담소, 이주 여성 쉼터 같은 폭력 피해 이주 여성들을 지원하고 관련한 이슈를 다루는 것이 저희의 첫 번째 과제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에 들어온 이주 여성들이 당당하게 시민적 주체로 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비영리 시민단체입니다.

나혜인 PD: 한국에 이주 여성들이 많다는 것은 저희 호주 한인 동포분들도 알고 계실 텐데요. 실제로 어느 정도 규모입니다.

허오영숙 대표: 2023년 연말 기준으로 하면요. 한국에는 외국인이 251만 명 정도가 있고요. 그중에서 절반 조금 못 되는 한 45% 정도로 이주 여성이 113만 정도입니다.
나혜인 PD: 이 여성들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인권 문제는 무엇인지요?

허오영숙 대표: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이주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사회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주 여성과 관련 정책과 제도가 오히려 이주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서는 국제결혼중개업법이 합법이거든요. 그래서 주로 한국 남성과 아시아 여성의 결혼을 중계하는 것인데요. 이 과정에서 한국 남성이 비용을 지불할 능력만 있으면 가난한 나라에 착하고 순종적인 외국 여성을 얻을 수 있다는 식으로 한국 남성의 수요를 창출하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아시아 여성들에 대한 어떤 성차별적이고 그리고 돈 때문에 움직일 수 있고 그래서 함부로 할 수 있는 존재로 상상하게 만들게 됩니다. 이런 시선들이 사회 전체적으로 내재화되다 보니까 젠더 기반 폭력에도 취약하게 만들어서 선주민 여성보다 더 많은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나혜인 PD: 가난한 나라에 순종적인 여성을 찾을 수 있다 너무 슬픈 말인데요. 배우자를 찾는 거지 않습니까? 호주에서는 배우자 비자를 가지고 있는 여성이 가정폭력을 겪을 경우 계속해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데요. 한국은 어떻습니까?

허오영숙 대표: 그 질문을 들으니까 저희가 지원했던 사건이 하나 떠오르는데요. 지금 생각해도 되게 길고 복잡하고 뜨겁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한 여성이 베트남에서 14살에 납치혼으로 출산을 했습니다. 나중에 이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하게 되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의 갭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게 됩니다. 남편의 계부는 그 성폭력으로 인해서 7년형 확정을 받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이혼 취소 소송을 제기를 합니다. 이유가 뭐냐면 아동 성폭력이었던 납치혼과 그로 인한 출산 사실을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했으니까 혼인 취소다 이렇게 해서 실제로 1심과 2심에서 혼인 취소 판결을 받습니다. 저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국회 토론회도 열고 기자회견도 하고 수많은 탄원서도 제출해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다시 재판을 하게 되는데요. 근데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여성이 패소를 하게 됩니다.

나혜인 PD: 아, 취소되면 한국에서 머물 수 없게 되는 건가요?

허오영숙 대표: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 여성은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했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혼인이 취소되면서 결혼 비자가 사라지기 때문인데 문제는 이 여성이 혼인 취소 판결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남편의 계부로부터 성폭력을 받았던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성폭력 피해로 인한 별도의 비자가 없기 때문에 이 여성은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한국인 배우자로서 가정폭력을 경험할 경우에 반드시 재판을 통해서 가정폭력 피해로 인해서 이혼한다라는 거를 판결문을 통해서 입증해야지만 체류 자격을 얻을 수 있고 그 체류 자격을 얻었다라고 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외의 정도의 폭력 피해에 관해서는 영주권까지 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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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이었던 납치혼과 그로 인한 출산 사실을 알리지 않고 결혼했다는 이유로 결혼 취소 판결을 받은 여성을 위한 시위 Source: Supplied / Young Sook Heo, Head of the Korean Women Migrants Human Rights Centre
나혜인 PD: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야만 하는군요.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요?

허오영숙 대표: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공적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주 여성들이 젠더 기반 폭력을 경험하면 이용할 수 있는 공적 지원 체계는 핫라인 그리고 상담소 쉼터 이렇게 구분되어 있는데요. 한 라인은 13개의 언어로 24시간 상담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앙센터가 있고 지역에 센터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상담과 연계가 아니라 조금 더 깊이 있는 상담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상담 같은 경우에는 이주 여성 상담소에서 지원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아직 전국적으로 많이 있지는 않아서 전국에 10개의 상담소가 있고요. 그리고 물리적인 폭력으로 실질적인 치료와 회복 그리고 생활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주 여성 쉼터에서 생활할 수 있는데 전국에 28개의 이주 여성 쉼터가 있습니다. 이 시스템들은 모두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앞서 대표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호주도 세계의 대표적인 이민 국가인고요.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해외에서 출생했거나 적어도 부모 한 쪽이 해외에서 출생한 이민자 출신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 한인 동포들도 고국에서 생활하는 해외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요.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한국 정부가 너무 일방적인 다문화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주민들의 문화나 언어의 존중은 없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강요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좀 불편하게 느껴지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이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허오영숙 대표: 호주에서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이 한국의 다문화 정책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지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도 제 생각에는 호주의 다문화주의하고 한국의 다문화 가족 정책은 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다문화 가족 정책은 정확하게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했을 때에 한한 정책입니다. 그래서 외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하거나 하면 다문화 가족 범주 안에 법적으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사실은 다문화 가족이라는 정의 자체 굉장히 혈통 중심적이라는 거를 알 수가 있습니다. 사실 한국은 아직까지도 단일민족 단일 혈통 이런 이미지가 굉장히 강합니다. 그리고 언어도 한국어만을 단일 언어로 굉장히 강력하게 사용하는 사회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는 결혼해서 가족을 이루고 그 결혼 안에서 자녀를 출산해서 세대를 이어가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소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도 굉장히 강합니다. 그래서 가족과 관련한 제도들도 법률혼과 그 법률혼 안에서 출생한 자녀만을 인정하는 보수적인 제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가족 제도 이런 한국 사회에 적응하라고 하는 것이 사실상 한국어와 한국 문화 그리고 가부장적인 한국 가족 문화를 수용하고 동화되어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압력이 사실은 제도적으로 아까 다문화 가족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시피 제도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나혜인 PD: 네. 그렇다면 사실 이름을 다문화 정책이 아니라 한민족 정책으로 바꿔야 되는 거 아닐까요?

허오영숙 대표: 저도 간혹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나혜인 PD: 교육이나 인식 재고가 필요한 것은 이주 여성이나 이주자들뿐만 아니라 이들과 같이 사는 한국 가족 그리고 한국 사회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좀 어떤 부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십니까?

허오영숙 대표: 한국 사회는 이주민에 대해서 그리고 타 언어에 대해서 나름의 위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서구 백인 영어에 대한 선호가 강한 반면에 아시아 지역의 사람들에 대해서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라는 것 자체에서 출발해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 한국 사회가 이주민에 대한 이해를 먼저 가지고 있어야 보다 열린 사회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차근차근 교육이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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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시위 중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상임 대표 Source: Supplied
나혜인 PD: 네. 호주에서는 영어를 쓰는 국가지만 한국어, 중국어 다른 여러 언어에 대한 교육들이 학교에서도 잘 진행되고 있고 너무나 포용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에 사실 이런 부분 고국에 이런 부분들이 좀 이해하기가 힘들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허오영숙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이주 여성들과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허오영숙 대표: 네. 저는 오래전에 한 2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요. 우연히 필리핀에 NGO 연수를 갔다가 거기에서 이주 단체를 만나고 제가 연수 기간 동안 거기에 한국어로 이주 노동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한국어를 가리키는 자원봉사 활동을 좀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한국의 이주 노동을 경험하고 오신 분들로부터 한국에서 받았던 여러 차별적인 얘기들을 듣게 되면서 좀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으로 귀국하고 나서는 제가 직접 이주 여성들을 만나서 관련한 활동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해서 이 활동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나혜인 PD: 네. 그렇군요. 허오영숙 대표님께서는 과거 "이주여성을 차별하면 우리국민도 해외서 차별받는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저희 호주 한인 동포분들도 분명 그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끝으로 남기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허오영숙 대표: 네. 사실 지금 한국에 있는 외국인 숫자가 250만 정도라고 말씀드렸는데 한국인들이 해외에 나가 있는 재외 동포 숫자는 750만 정도로 거의 3배 가까이 되거든요.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차별받지 않으려면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적인 정책 태도들이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최근에 인구 위기에 진입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이주민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될 것이기에 이주민들과 함께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노력하고 준비해야 된다라고 생각합니다.

나혜인 PD: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상임 대표님 호주의 다 문화 주의에 대해서 많은 경험을 하시길 바라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허오영숙 대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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