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아시안 인종차별’ 보고 급증… “서로를 지지하고 도와야 할 때”

코로나19 발병 기간 호주에서 발생한 아시안에 대한 인종 차별 사례가 2주 만에 170건 이상 보고됐다. 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인종차별 신고 역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Lynn Ooi

Lynn Ooi lives on the Sunshine Coast in Queensland and was told "you do not belong here". Source: Supplied

린 우이(Lynn Ooi) 씨는 지난 3년 동안 선샤인 코스트를 자신의 집이라고 불러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그녀는 SBS 뉴스에 출연해 “예전에는 식당을 가든지 식료품을 사러 가든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볼 일이 없었다”라며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호주를 강타한 후 변화가 느껴졌다. 사람들이 걸어오다 걷는 방향을 바꾸거나 웃긴 표정으로 쳐다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나는 아프지도 않고 주변 사람들 역시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몇 주전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마스크를 왜 안 썼는지를 물어봤다”라고 덧붙였다.

호주에서 보건 당국자들의 공식적인 조언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건강한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라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27살의 약사는 지난달 동네 식당을 방문할 당시 들었던 온갖 욕설과 폭언을 털어놨다.

그는 “저녁 7시 정도였는데 동네 식당을 가다 한 남성이 내게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다”라며 온갖 욕설이 난무했고(You f*****g b***h, What are you f*****g doing here?) “너는 여기에 속하지도 않는데 여기서 뭐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술에 취한 듯 위협적인 몸짓을 하는 남성에게서 두려움을 느껴 재빨리 식당으로 뛰어 들어갔다고 말했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한편 2주 전 싱크탱크 ‘퍼 캐피타(Per Capita)’의 연구원 오스몬드 치우(Osmond Chiu) 씨의 지원을 받아 아시안 호주인 연합(Asian Australian Alliance)이 시작한 인종차별 조사에 지금까지 170건 이상의 피해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운동을 시작한 에린 츄 씨는 차별적 행동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안전하게 자신이 겪은 사건을 보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모인 자료에 따르면, 보고자의 80%  가량은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 사건이 코로나19 팬데믹의 결과라고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응답자의 60%는 “중국으로 돌아가라”, “박쥐와 개를 그만 먹어라”와 같은 인종 비방이나 폭언을 들었다고 말했고, 25%는 인종차별 문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마치 농담하듯 인종 비방을 하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사람들은 “기침 때문에 너를 경찰에 신고하겠다”, “널 잡고 말 거야”와 같은 말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발병이 시작된 이후 아시아인 외모를 지닌 사람들에게 인종 차별을 행하는 사건은 전 세계에서 속속 보고되고 있다. 아시안계 호주인들 역시 “코로나19를 퍼뜨렸다”라는 욕설을 공공장소에서 들은 적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여섯 명의 유명 동양계 호주인들이 지난주 코로나 바이러스로 촉발된 인종 차별에 대한 경종을 올리기 위해 청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아담 리우 (Adam Liaw) 셰프, 벤자민 로 (Benjamin Law) 작가, 전 올해의 호주인 수상자 존 유 (John Benjamin Yu), 사업가 제이슨 얏센 리 (Jason Yat-Sen Li) 등 호주 내 예술, 금융, 의료 분야에서 저명한 위치에 있는 열여섯 명의 동양계 호주인들이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한편 에린 츄 씨는 자신이 시작한 서베이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건을 당한 피해자의 88%가 경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그들이 불만을 접수해야 하는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어떤 단체가 있는지? 등 보다 상세한 답변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겪을지 모를 과정들을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기 때문에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거나 경찰을 찾아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시안 호주인 연합은 조만간 한국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으로 서베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보다 조직적인 대응이 필요

한편 인권위원회는 SBS 뉴스에 최근 몇 달 동안 인종 차별에 대한 불만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위원회 친탄 위원장은 “이번 회계 연도 2월 한 달 동안 인종차별법(Racial Discrimination Act)에 근거한 불만 건수가 가장 많았다”라며 “이중 32%는 코로나19와 관련된 불만 사항”이라고 말했다.

탄 씨는 3월 불만 사항의 23%가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2월보다는 조금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통계 자료가 포괄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모든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을 본 것이 아니며 우리가 처리할 수 없는 일들도 있다”라며 “물리적 협박이나 폭력과 연관이 있을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탄 씨는 호주에서 발생하는 인종 차별 문제와 관련해서는 보다 중앙 집중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은 우리 모두가 서로를 더욱 지지하고 서로에게 더 친절하게 행동할 때”라며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서로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러분이 겪은 코로나19와 관련된 인종 차별을 보고하고 싶다면 (보안 메일)으로 연락 주세요.

호주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1.5미터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가족 혹은 함께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함께 길을 걷거나 모일 수있는 사람의 수는 2명에 한정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코로나19 감염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면 의사에게 연락하십시오병원을 바로 방문하지 마시고 ‘국립 코로나바이러스 건강 정보’ 핫라인 1800 020 080으로 연락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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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17 April 2020 2:14pm
Updated 17 April 2020 2:23pm
By Lin Evlin
Presented by Justin Sungi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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