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브리핑] “이민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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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migrant job matching could boost Australian economy by $6 billion annually. Source: Pixabay

이민자들을 위한 일자리 매칭 서비스가 개선될 경우 호주가 해마다 6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BCEC (Bankwest Curtin Economics Centre) 보고서 내용을 살펴봅니다.


박성일 PD (이하 사회자): 강혜리 리포터와 함께 호주 생활 경제 쉽고 재미있게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혜리 리포터(이하 리포터):  안녕하세요 SBS 애청자 여러분, 매주 여러분의 생활에 밀접한 경제 뉴스를 가져오는 강혜리입니다.

사회자: 오늘은 어떤 소식 가지고 오셨나요?

리포터: 오늘은 이번 달 초에 SBS에서 보도했던 소식 중에 흥미로운 기사를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애청자 여러분 기억하시죠? “이민자의 경력이 호주에서도 빛을 발한다면?” 이란 뉴스였는데요.
사회자: 이민자들을 위한 일자리 매칭 서비스가 개선될 경우 호주가 해마다 6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BCEC (Bankwest Curtin Economics Centre)의 보고서 내용이었죠?

리포터: 그렇습니다. 호주는 OECD 국가 중 해외 출생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로 조사됐는데요. 무려 국민의 ¼ 이상이 이민자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국민의 ¼이 자기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셈이죠.

사회자: 이민 당사자들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오히려 관심이 좀 적은 느낌이 있었는데요. 이렇게 들으니 정말 큰 문제네요.

리포터: 특히 호주 이민의 60%가 30살에서 34살, 즉 한참 일할 나이에 들어오고요. 많은 사람들이 전문직, 스킬 비자로 들어온다고 밝혀졌는데요. 스킬 비자는 아시다시피, 호주에서 부족한 직업군들을 골라 받는 거잖아요. 이 인력들의 활용이 정말 중요하죠.

사회자: 정말 그렇네요. 그중에서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민자들이 더욱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출신 국가별 이민자 수가 궁금합니다.

리포터: 2018년 가족 이민 비자로 호주에 온 이민자 수는 출신 나라별로 1위가 중국, 2위가 인도, 3위가 베트남, 4위가 아프가니스탄과 5위가 필리핀이었다고 합니다.

사회자: 대체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은 나라들이었군요. 개선 방안이 시급한데요. 전통적으로 영어권인 영국이나 남아공에서도 호주 이민을 많이 오지 않았습니까?

리포터: 2016년 집계에 따르면 영국과 남아공의 이민은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합니다. 특히 영국인의 이민은 78%까지 떨어졌다고 하네요.

사회자: 그런데 이런 이민은 오고 싶다고 해서 호주 정부가 무조건 받아주는 게 아니잖아요. 굉장히 자세하고 강력한 이민 규정에 맞는 사람만이 이민을 올 수 있는데요. 사실, 호주에 필요하면서도, 본국에서 그만큼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을 고르는 셈이에요.

리포터: 그렇죠. 보고서에서도 이민자들, 특히 비영어권 이민자들이 호주 출생자보다 학력이 높은 걸로 밝혀졌습니다. 대졸자 비율로 치면 호주 출생자가 33%인데, 비영어권 이민자는 48%가 대졸자고요. 석사 소유자는 16%로 호주 출생 석사의 두 배였죠.

사회자: 굉장히 고급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조사에 보면 비영어권 이민자 중 단 60%만이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리포터: 제가 아는 분 중에 이미 필리핀에서 간호사로 일을 하다가 호주로 오신 분이 계셨는데, 호주에서 자격을 인정해 주지 않아서 다시 몇 년간 학위를 하고 계신 분이 있었거든요. 학위 끝날 때까지 간호 조무사로 일을 하셨어요. 또 이미 한국에서 유명 대형 빌딩을 몇 채 지으신 분인데, 호주 건축사 자격증으로 변환이 안돼서 건축사보다 하위 자격인 빌더 자격증을 새로 따신 분도 계셨고요.

사회자: 지난 시간에 영 리치 100위 리스트에 올랐던 제인 루의 부모님도 베이징에서 은행원과 엔지니어였는데, 시드니 이민 후 청소 비즈니스를 시작했었잖아요. 이런 예가 한인 교민 사회에서도 아주 흔하죠.

리포터: 맞습니다. 비슷한 경력의 호주 출생자에 비해 영어권 이민자는 3.2퍼센트 더 많은 수입을 거두는데 비해, 비영어권 이민자는 5.5퍼센트 낮은 수입을 거두고 있었다고 하네요.

사회자: 아무래도 영어권 이민자는 호주에서도 자신의 전문 분야를 계속 인정받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리포터: 네. 그냥 영어의 문제일 뿐 아니라 자격 인정 등의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죠. 영어가 부족해서 취업이 안된다는 건 굉장히 작은 이유라고 보고서도 밝히고 있는데요.

사회자:  그래서인지 이민자의 35%가 입국 후 더 교육을 받고, 석사 학위 소지자의 4분의 1은  또 하나의 석사를 한다는데요.

리포터: 이런 비용들도 이민자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이민 자체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사회자: 만약 자신의 원래 전문 분야에서 다시 일하기 위한 재교육 비용이 너무 크다면, 게다가 부양할 가족이 있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재교육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되기도 하겠죠.

보고서에서도 이민자들의 출신국 경력이 호주에서 더 쉽게 인정받게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하는데요. 직군에서 자주 쓰는 용어 중심의 영어 교육과 직업 재교육을 제안했다고요?

리포터: 맞습니다. 두 번째로는 캠페인 등을 통해 호주 고용자들이 해외 자격증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예를 들면 서호주에서 시행한 만화경 (Kaleidoscope) 프로그램이 성공적이었는데요. 고용주들에게 고용인들이 다문화를 공유할 때의 장점을 전파하고, 이민자들에게는 멘토링을 제공하여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취업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었다고 합니다.

사회자: 사실 고용주와 커뮤니티의 태도가 이민자들의 삶에 굉장히 중요하죠. 이민자들이 호주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 이민자들 때문에 호주 노동 환경이 안 좋아진다는 이야기들이 종종 들리잖아요.

리포터: 사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이민자 대다수가 호주의 부족한 직업군을 채우는 스킬 비자로 오니 정말 이건 오해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번 연구는 평균적으로 이민 온 노동자의 비율이 1% 증가할 때 호주 태생 노동자의 실제 임금이 2.4% 상승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자: 무분별한 이민자 혐오에 대한 좋은 답변인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죠? 호주의 젊은 세대는 이민자들에게 좀 더 호의적이라고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Y 세대의 3분의 2가 이슬람 교인 호주인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줬는데요. 베이비부머 세대의 45%, 1945년 출생 세대의 29%에 비하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자: 백호주의 시대는 점점 과거의 일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보고서에는 이민자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부분도 있었죠.

리포터: 그렇습니다. 많은 부분이 난민 비자로 온 분들의 정신 건강에 할애가 돼 있었는데요. 같은 이민자로서 우리가 많은 부분 도와야 할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고서 중에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한국인은 4분의 1 이상이 외국인이 이웃이길 바라지 않는다고 답했다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는데요. 호주 응답자의 9%, 스웨덴인의 3.6%에 비해 굉장히 높은 수치였죠.

사회자: 호주에 사시는 한인 여러분은 좀 다르시겠죠? 타지에서 사는 설움을 이미 겪었으니까요.

리포터: 한편 이민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도 굉장히 크잖아요. ‘내가 이거 하려고 여기 왔나…’ 이런 생각. 여기에 대한 부분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사회자: 그렇군요. 정체성 문제도 이민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문제잖아요? 70%의 호주 출생자들이 소수 민족들이 자신들의 전통을 보존하는 활동을 하는 데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것에 반대했다고요?

리포터: 네. 각종 다문화 페스티벌을 즐기는 호주인들의 모습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었는데요.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이런 페스티벌들에 돈을 많이 내셔야 할 텐데요.

사회자: 그렇죠. 한인 축제들만 봐도 한국에서 온 수준 높은 전통 공연자들이 무료로 공연을 하잖아요?

리포터: 조사에 따르면 각 민족 커뮤니티들이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도록 돕는 것이 그들의 웰빙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요. 또 다양한 호주인들이 축제 등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편견을 줄이는 것 역시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회자: 강혜리 리포터도 이런 그랜트 많이 신청해 보셨죠?

리포터: 네. 이런 그랜트를 신청하면서 느끼는 건, 호주 정부도 이런 점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 차원의 실적도 되는 것 같고요. 하지만 한편으론 각 민족 커뮤니티가 그랜트로 받는 돈 이상의 열정적 참여를 하거든요. 돈 주고 이런 사람들을 고용해서 페스티벌을 한다면 훨씬 더 비싼 이벤트가 될 텐데, 시민들을 위해 좋은 이벤트를 저렴하게 잘 하는 윈윈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그렇죠. 호주에 이민자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전 국민의 4분의 1이 이민자인 호주에서는 이미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됐는데요. 오늘 이민자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사한 BCEC (Bankwest Curtin Economics Centre)의 보고서 살펴봤습니다. 강혜리 리포터, 수고 많으셨습니다.

리포터: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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