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일 년에 한 번, 속아도 즐거운 '만우절'...역대 레전드 해프닝

Late American comedians Bud Abbott and Lou Costello on April Fool's Day, early 1950s.

April Fool's Day is the perfect excuse to crack a joke Source: Getty / Gene Lester/Getty Images

한 해에 단 한 번 재미있는 거짓말을 마음껏 퍼낼 수 있는 날. 세계인의 즐거운 이벤트가 된 만우절의 유래와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만우절 레전드 해프닝을 모아 본다.


Key Points
  • 만우절 방송의 고전…1957년 BBC 최초 만우절 방송 '스파게티가 자라는 나무'
  • 컴퓨터 그래픽의 진가를 발휘한 2008년BBC 만우절 방송…'하늘을 나는 남극 펭귄'
  • 호주 모닝톤 페닌쉴라 지역신문 "팬데믹으로 만우절 4월 1일에서 9월 1일로 연기"
  • 1998년 미국 버거킹 왼손잡이를 위한 햄버거 워퍼(Left Handed Whopper) 출시 광고
오늘은 일 년에 한 번 거짓말을 유쾌하게 넘길 수 있는 날 'April Fools’ Day' 만우절입니다. 한자로는 (萬愚節)을 써서 만인이 바보가 되는 날로 누구나 바보가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만우절의 '거짓말하기'는 지구촌 공통의 이벤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선의를 바탕에 둔 거짓말은 속은 사람도 유쾌하게 합니다.

해마다 만우절 때문에 다양한 해프닝들이 벌어지는데요. 만우절은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대표적인 역대 만우절 해프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컬처 IN에서 알아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PD(이하 진행자): 일 년에 한 번 거짓말을 해도 웃고 넘어가는 만우절입니다. 전 세계인들이 즐기는 만우절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 참 궁금한 부분인데요. 만우절에도 여러 기원설이 있다고요?

유화정 PD: 먼저 고려시대에도 만우절과 비슷한 날이 있었다면 믿으실까요? 바로 그 해 첫눈이 내리는 날입니다. 조선시대에도 이 전통은 이어져 첫눈이 오는 날은 신하들이 왕에게 가벼운 거짓말을 해도 용서받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만우절의 기원에 대해 국가별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힘을 얻는 것은 중세시대 유럽에서 시작됐다는 설입니다.

과거 새해는 춘분을 기준으로 3월 25일 부터 4월 1일까지 춘분의 제사가 행해졌습니다. 그러다 1564년 당시 프랑스 왕이었던 샤를 9세가 기존의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 즉 지금의 양력으로 역법을 변경하면서 새해의 시작 날이 4월 1일에서 1월 1일로 바뀌었는데요.

하지만 당시의 정보 전달은 지금에 비해 아주 느렸기에 발표 이후에도 몰랐던 사람들이 있었고, 아일랜드의 구교도들처럼 왕의 선포 이후에도 바뀐 사실을 무시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 무리의 사람들은 여전히 4월 1일을 새해의 시작이라고 여겨 축제를 준비했는데 이 모습을 비웃는 것에서 4월 April fool’s day가 시작됐다는 설입니다.

이후 유럽에서는 4월 1일이 되면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속이는 풍습이 이어져 왔고 이것이 미국으로 전해지면서 전 세계인이 즐기는 이벤트가 됐습니다.

진행자: 만우절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기상천외의 거짓말들이 등장했는데, 심지어 검증된 팩트만을 전해야 하는 방송 언론 매체들이 앞장서 시청자들을 완벽하게 속이는 해프닝이 종종 벌어져 왔죠?

유화정 PD:
거짓 방송의 고전은 영국 BBC입니다. BBC방송은 1957년 만우절 방송을 최초로 시작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1950년대 시작된 방송국의 만우절 거짓말은 소위 레전드가 되었습니다.

1957년 4월 1일 BBC의 간판 탐사 보도 프로그램인 '파노라마'에서 겨울철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는 이상기온 때문에 스위스의 한 농장 나무에서 스파게티가 열리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한 것인데요.

당시 농부가 나무에 주렁주렁 열린 스파게티를 수확하는 모습이 나간 뒤 수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스파게티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문의가 빗발친 쳤는데, 시청자 문의에 대한 방송사의 답변은 "토마토 깡통에 스파게티를 꽂고 행운을 기다려보라"는 것이었습니다.
APRIL's FOOL
paghetti harvesting in Switzerland, as shown in the 1 April edition of Panorama in 1957. Photograph: BBC Source: BBC
진행자: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황당한 이야기인데 스파게티를 수확하는 모습까지 비쳐줬으니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실제로 믿을 수밖에요. 또 어떤 방송 사례가 있나요?

유화정 PD: 1962년에는 4월 1일 스웨덴의 유일한 텔레비전 채널이었던 SR Television(현 SVT1의 전신)에서 방송 기술자인 셸 스텐손이 컬러로 TV 영상을 즐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방법은 바로 흑백 TV에다가 스타킹을 씌우는 것이었습니다.

셸 스텐손은 이 기술을 직접 시연하면서 TV에서 일정거리 이상에서 떨어져야 한다는 세심한 주의까지 당부했는데요. 이 방송으로 당시 스타킹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후문입니다. 더욱 재미있는 건 실제 스웨덴에서 컬러방송이 시작된 것이 8년 뒤인 1970년 4월 1일이었습니다.

이밖에 네덜란드의 한 방송사는 1960년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 피사의 사탑이 무너졌다고 만우절 보도를 내 지구촌을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한편 2000년 대 들어서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만우절 장난도 급이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만우절 방송의 시조 격인 영국 BBC가 또 한 번 기발한 장난 보도로 세계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었는데, 바로 하늘을 나는 펭귄이었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2008년 권위 있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으로 유명한 BBC에서는 남극대륙 인근의 섬 킹 조지 아일랜드에서 하늘을 나는 펭귄 무리를 발견했다며 펭귄의 비행현장과 촬영팀의 목격담을 담은 다큐멘터리 예고방송을 내보냈습니다.

몇몇 펭귄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하늘을 날아 남미까지 여행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여기에는 유명 코미디언 테리 존스가 직접 남극을 찾아 펭귄들의 비행장면을 목격하는 매우 그럴듯한 영상이 곁들여져 전 세계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웅장한 영상은 사실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 세트장에서의 촬영으로 연출한 것이었습니다. CG가 얼마나 진짜 같았는지 사람들이 만우절 방송인지 진위여부를 두고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이 영상의 제작 과정도 공개되었는데 테리 존스의 스튜디오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만든 것으로 컴퓨터 그래픽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만우절 해프닝이었습니다.
진행자: 뜻밖에 한국의 방송사에서도 만우절 해프닝이 있었다고요?

유화정 PD: 2019년 KBS 제2라디오는 07시~24시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라디오 사상 최초로 하루만 시간대를 바꾸어 진행하는 '거짓말도 보여요' 특집을 진행했는데, 이는 만우절 한 달 전부터 비밀리에 기획된 특집이었고 기습적으로 진행돼 시청자들을 유쾌한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2021년 4월 1일 한국 SBS방송 유튜브 '스브스뉴스'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안녕하세요 SBS 엠빅뉴스입니다. 행복한 봄날 되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글과 함께 MBC 박성제 사장 사진도 첨부돼 방송 대통합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습니다. 이 만우절 이벤트는 SBS디지털뉴스랩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MBC 엠빅뉴스 측이 수락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호주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때 한 지역 신문이 만우절이 연기됐다는 보도를 내 해외 가십에 오르기도 했죠?

유화정 PD: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세계인들이 어려움에 부닥친 가운데, 2020년 모닝톤 페닌술라라는 호주의 한 지역신문은 만우절 기사를 쓰면서 매년 4월 1일 돌아오는 만우절도 자숙 모드에 들어갔다며 "만우절이 코로나 19 때문에 미뤄졌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 신문은 "438년 만에 만우절이 4월 1일에서 9월 1일로 연기됐다"고 보도했는데, 물론 '가짜 뉴스'였지만 신종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우울한 가운데 잠시 미소 짓게 한 선의의 거짓말이었습니다.
download - april fools day postponed.jfif
Breaking a continuous 438 year history of pranks and practical jokes, April Fools Day has been postponed until 1 September this year due to COVID-19.
진행자: 방송뿐만 아니라 만우절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들도 쏟아졌는데, 수년 전 구글코리아가  한국 사투리 표준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결국 만우절 해프닝으로 드러났죠?

유화정 PD: 2008년 구글코리아의 연구개발(R&D) 센터가 사투리 조합에 대한 통계번역 시스템을 개발해 이색적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알린 겁니다.

외국어를 자동 번역해 주는 구글서비스가 난데없이 우리나라 사투리를 표준어로 번역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공지한 것이었는데요. 구글이 한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이 같은 서비스에 나선 것을 두고 '구글의 첫 한국형' 서비스가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는 등 기대했지만 만우절 해프닝이었습니다.

진행자: 햄버거와 관련한 만우절 해프닝도 있었죠?

1998년 미국 햄버거 브랜드 버거킹은 왼손잡이를 위한 워퍼(Left Handed Whopper) 버거가 탄생했다는 신문 광고를 USA투데이지에 실었는데, 고기 토마토 상추 등 내용물을 180도 돌려 왼쪽으로 쏠리도록 해 왼손으로 잡아도 흘림을 방지한다는 게 버거킹의 설명이었습니다.

이를 만우절 거짓말임을 미리 눈치챈 고객들은 광고에 나온 왼손잡이 햄버거 대신 굳이 오른손잡이 햄버거를 주문했고 버거킹은 "워퍼를 먹을 때는 양손이 모두 필요하다"고 발표하면서 만우절 즐거운 해프닝이 됐습니다.
chained fast food add vegan menu
Hamburger Source: Pixabay
진행자: 그런데 만우절 장난 거짓말이 아니라 만우절에 일어난 실제 사건이 장난으로 오해받는 일도 있었다고요.

유화정 PD:1946년 4월 1일 알류샨 열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시속 800킬로미터의 파도가 하와이를 삼키며 165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가 일어났는데요. 하와이 주민들조차도 만우절 해프닝으로 여겨 이 사실을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2003년 4월 1일 홍콩 영화배우 장국영이 자살했다는 소식 역시 일각에서는 만우절 장난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배우 장국영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날짜가 하필 만우절인 4월 1일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당일에 뉴스를 보고도 장난인 줄 알고 이 소식을 믿지 않았다가 다음 날에도 계속해서 속보로 다뤄지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많은 분들의 경우 만우절 하면 선생님 몰래 책상 자리를 앞뒤를 바꿔서 칠판을 등지도록 앉기도 하고 아예 반을 통째로 바꾸기도 하는 등등 주로 선생님께서 당황하시는 모습에 즐거웠던 기억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여학교 1학년 때 2학년 언니들과 반을 바꾸고 시침 뚝 떼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전혀 흔들림 없이 수업에 임하셔서 오히려 저희가 당황하며 한 시간 내내 어려운 수학 공부를 해야만 했던 기억이 있어요. 요즘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모교로 찾아가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진행자: 네 매년 4월 1일, 일 년에 단 한 번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재미있게 남을 속이면서 웃고 즐기는 날 April Fool’s Day를 맞아 만우절의 유래와 역대 레전드 거짓말 사례들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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