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챗: 인연의 끝, 죽음에 대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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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코미디 퀸' 포스터와 레이 마틴 Credit: SBS On Demand

매주 SBS On Demand에서 무료로 접할 수 있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씨네챗. 매주 권미희 리포터가 한 편 한 편 직접 영화를 시청한 뒤 고른다. 이번 주는 인연의 끝인 죽음을 다룬 영화 3편을 소개한다.


Key Points
  •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76년을 이어온 한국 노부부 사랑과 이별 이야기
  •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갑자기 백혈병 진단을 받은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탈리아 코미디 영화
  • '코미디 퀸', 엄마의 죽음 이후 웃지 않는 아빠를 위해 코미디언이 되는 13세 소녀를 다룬 스웨덴 영화
  • ‘레이 마틴: 더 라스트 굿바이’, 호주의 언론인 마틴이 자신의 장례식을 계획하며 죽음을 얘기함
나혜인 PD: 매주 금요일에 만나는 시네챗입니다. SBS 온디맨드를 중심으로 다시 보면 좋을 영화들을 매주 추천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권미희 리포터가 함께합니다. 권미희 리포터 안녕하세요?

권미희 리포터: 네,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네, 오늘 이야기 나눌 주제는 다소 묵직하게도 들리는데요, 죽음이라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첫 번째 영화는 진모영 감독님의 2014년 다큐멘터리 <>입니다. 2011년 KBS 인간극장에서 방송되었던 ‘백발의 연인’ 편으로 이미 한국에서 잘 알려졌던 이야기였죠.

나혜인 PD: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꽃같이 아름다운 노년의 사랑, 기억나는데요.

권미희 리포터: 네,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 부부의 한결같은 사랑은 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다큐멘터리는 76년을 이어온 노부부의 사랑이 넘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는 점점 기력이 약해져가고, 할머니는 슬퍼하면서도 담담하게 다가올 이별을 조금씩 준비해 갑니다. 함께 지내던 두 마리의 강아지 중 한 마리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다른 한 마리는 새끼를 낳습니다. ‘꽃이 피면 영원할 듯 아름답지만, 언젠가는 지게 마련’이라는 할아버지의 생전 말씀처럼, 사랑으로 아름답게 피었던 인연의 끝자락과 새로운 탄생까지 사계절의 순환과 같은 삶을 고스란히 마주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나혜인 PD: 네, 노부부의 모습이 퍽 순수할 때도 있고, 서로에 대한 사랑이 온전히 느껴져서 더 슬펐던 영화였어요. 예상했고 누구에게나 올 이별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 마지막 마음을 전할 때,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옷을 고이 접어 하나씩 태울 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눈물샘 자극하는 한국 영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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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챗: 색다른 여행부터, 탈주극까지… 로드 무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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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202413:41
나혜인 PD: 두 번째 작품은 어떤 영화일까요?

권미희 리포터: 네, 이번엔 주인공이 죽음을 직면하는 영화인데요, 프란치스코 브루니(Francesco Bruni) 감독의 2020년 영화 <> 입니다.

나혜인 PD: 네, 이탈리아 코미디 영화군요.

권미희 리포터: 네, 주인공 브루노는 40대 중반의 영화감독입니다. 감독으로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 최근엔 아내 안나와 헤어져 두 아이는 엄마와 지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차에 타려다 브루노의 옆을 지나치는 절세 미녀를 넋 놓고 바라보다 차 문에 스스로 코를 부딪히게 되고, 치료를 위해 들른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백혈병 진단을 받게 됩니다.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데, 85%의 확률로 일치하는 골수를 기증받을 거라 호언하는 의사의 말에 브루노는 본인이 나머지 15%에 들어가면 죽는 거냐고 되묻습니다. 이후 브루노는 조심스레 아이들에게 검사를 요청했고, 씩씩한 첫째는 슬픈 마음을 숨기며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병원을 방문하지만, 둘째는 검사가 아픈지, 주삿 바늘은 어떤지 꼬치꼬치 물으며 불안해합니다.

나혜인 PD: 네, 생각만 해도 너무 놀라고 가슴 철렁할 소식인데, 벌어진 상황이 어쩐지 코믹스러운데요.

권미희 리포터: 네, 영화는 이 황당하고 기막힌 상황을 얼떨떨한 브루노의 마음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오히려 가족이나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이 더 슬퍼하죠. 브루노에게 적합한 골수가 없다는 소식 이후 브루노의 아버지는 꽁꽁 숨겨뒀던 자신의 비밀을 밝히는데요, 이것도 사실 엄청난 비밀이었는데, 밝혀지는 과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영화는 이 모든 상황의 흐름 속에 나중에 병원에 입원하여 항암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브루노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현실화되는 과정과 브루노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온전히 느끼게 합니다. 본인을 포함하여 온 가족이 무너지거나 좌절할 수도 있을법한 슬픈 상황에서 그것을 사랑의 힘으로 치유해나가는 모습이 따뜻하고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나혜인 PD: 네, 영화의 제목처럼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희망에 대한 영화 같은데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영화도 만나볼까요?

권미희 리포터: 네, 마지막 영화는 산나 렌켄(Sanna Lenken) 감독의 2022년 스웨덴 영화 <>입니다. 13살의 소녀 사샤가 영화의 주인공인데요, 엄마의 죽음 이후 눈물을 삼키며 절대 울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집에서든 밖에서든 모든 것이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게 하고, 그 슬픔을 견딜 수 없는 사샤는 엄마처럼 죽지 않겠다며, 살기 위한 리스트를 작성하는데요, 엄마랑 다르게 보이기 위해 삭발하기, 살아있는 생명체-영화에선 강아지였어요-를 가까이 두지 않기 등 다소 엉뚱합니다. 그녀의 마지막 리스트는 스탠드 업 코미디언이 되는 건데요, 이건 더 이상 웃지 않고 매일 밤 눈물을 흘리는 아빠를 웃게 하기 위한 결심입니다. 아직은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벅찬 슬픔의 무게에 사샤는 오히려 터프하게 행동하거나 괜찮은 척 웃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화를 폭발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으로 하루하루 성장하며, 마침내 코미디언으로 무대에 서고 아빠를 웃게 만듭니다.

나혜인 PD: 네, 그래도 가혹하기까지 한 슬픔 뒤 사샤의 행동이 멋지게 느껴지기도 한데요. 물론 슬픔이든 어떠한 감정이든 있는 그대로 더 표현해도 될 텐데 하는 안타까움도 듭니다만, 그걸 코미디언이 되는 걸로 승화시키는 건 어찌 보면 더 고차원의 감정 표현인 것 같기도 하고요.

권미희 리포터: 네, 무대에서 공연을 마친 후 사샤는 아빠 품에 안겨 펑펑 울면서 솔직한 감정을 어린애처럼 표출하는데요, 영화는 사샤의 감정 선과 시선을 섬세히 담으며 상실의 아픔과 소년의 성장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코미디 퀸>은 한국에서 열리는 스웨덴 영화제와 부산 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를 통해 한국 관객들을 만났었고요, 2022년 뮌헨 국제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나혜인 PD: 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코미디 퀸 Comedy Queen>, 인연과 이별, 죽음을 통한 새로운 시작, 그리고 상실의 아픔까지 영화 소개 잘 들었습니다.
나혜인 PD: 끝으로 SBS 온디맨드에서 한국어 자막으로 보실 수 있는 콘텐츠 소개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작품은 <Ray Martin: The Last Goodbye> 인데요. 레이 마틴 호주를 대표하는 기자이자 언론인이죠?

권미희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레이 마틴, 호주에서 로기 상을 5번이나 수상한 대표적인 언론인인데요. 통계적으로 보면 레이 마틴은 앞으로 4년 안에 사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호주 남성의 평균 사망 연령이 83세이기 때문이죠. 마틴은 새로운 시리즈 레이 마틴: 더 라스트 굿 바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마지막 금기 중의 하나이자 인생 유일의 절대적인 확실성 중의 하나인 죽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마틴은 이 시리즈에서 자신의 장례식을 직접 계획하면서 죽음과 관련된 트렌드, 의식, 실용성 그리고 최신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이 시리즈는 오는 8월 14일 수요일 저녁 8시 30분에 첫 방송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어 자막으로 보실 수 있으시니 꼭 놓치지 마시고요. 인간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죽음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시죠.

나혜인 PD: 네. 멘트 추가. 오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Everything's Gonna Be Alright>, <코미디 퀸 Comedy Queen>와 더불어 <Ray Martin: The Last Goodbye>소개해 드렸습니다. 다양한 영화들과 함께 따뜻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이번 주 시네챗 이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고생하셨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다음 주에도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들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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