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챗: 세상을 변화시키는 움직임을 담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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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어나더 라운드' 영화 포스터 Credit: Official poster

매주 SBS On Demand에서 무료로 접할 수 있는 영화들을 소개하는 씨네챗. 매주 권미희 리포터가 한 편 한 편 직접 영화를 시청한 뒤 고른다. 이번 주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움직임을 다룬 영화 3편을 소개한다.


Key Points
  • <다음 소희>,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을 소재로 한 김시은, 배두나 배우 주연의 영화
  •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미국의 사진작가 낸 골딘의 삶과 예술, 투쟁에 대한 댜큐
  • <어나더 라운드>, 혈중 알코올 농도 0.05%를 유지할 때 생기는 일을 다룬 덴마크 영화
나혜인 PD: 매주 금요일에 만나는 시네챗입니다. SBS 온디맨드를 중심으로 다시 보면 좋을 영화들을 매주 추천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필름 프로듀서 권미희 리포터 함께합니다. 권미희 리포터 안녕하세요?

권미희 리포터: 네,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네,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권미희 리포터: 네, 잘 지냈습니다. 피디님도 잘 지내셨길 바랍니다.

나혜인 PD: 네, 시간이 참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벌써 한 주가 지났네요. 오늘은 또 어떤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 나눌까요? 주제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움직임들’ 이네요.

권미희 리포터: 네, 이번주는 조금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들을 가져와봤습니다. 표현이 약간 거창하긴 합니다만, 영화가 가진 수많은 역할 중 현재를 고스란히 담는 기록으로서의 역할, 나아가 우리 사회에 문제제기를 하는 영화들을 가지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나혜인 PD: 네, 영화를 보면서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가 미처 몰랐거나 지나쳤던 세상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도 있죠.

권미희 리포터: 그렇습니다. 영화만큼 시대 반영을 직접적이고 신랄하게, 때로는 극적으로 표현하는 장르가 드물죠. 이런 영화들이 실제로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 많은 관객들이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나혜인 PD: 흥미롭습니다. 그럼 첫 번째 작품은 어떤 영화일까요?

권미희 리포터: 네. 첫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정주리 감독님의 < Next Sohee>입니다. 밝고 씩씩한 고등학생 소희가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영화는 희망적으로 시작됩니다. 소희뿐 아니라 세상으로 나아가는 사회 초년생들의 모습이 보여지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기대와는 다르게 소희나 주변 친구들은 우울하고도 이율 배반적인 사회를 마주하며 서서히 어두운 나날 들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면서 점차 희망을 잃고 빛을 잃어 가지요.

나혜인 PD: 네, 안타깝다는 말로는 부족한, 슬프고도 잔인한 소희의 이야기 기억납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영화는 중반부까지 소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사건을 쫓던 형사 유진의 시점으로 바뀝니다. 유진은 소희와 소희 친구들, 학교, 현장학습과 관련한 주변 인물들을 접할수록 소희에 대한 미안함과 사회의 부조리함에 분노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 제목처럼 어디에선가 또 있을 법한 ‘다음 소희’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이 영화는 서늘한 현실 고발적인 영화였습니다. <다음 소희>는 영화 <도희야>를 연출했던 정주리 감독의 두번째 장편으로,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 75회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주간 폐막작이기도 했으며, 다수 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지요.

나혜인 PD: 네. 영화 시작에서 소희가 아무도 없는 연습실에서 홀로 춤연습을 했던 장면 굉장히 인상적이었거든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꿈 많아 보이던 소희의 모습. 영화 마지막에 유진이 소희의 휴대폰에서 그 춤추는 장면을 다시 보면서 영화가 끝났을 때, 아, 소희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그때였구나 싶었어요.

권미희 리포터: 네. 춤을 매개로 소희의 반짝이는 청춘을 바라볼 수 있었지요. 특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씩씩한 모습과 길을 잃고 스러져가는 모습까지 소희 역의 김시은 배우의 연기는 소희 그 자체였던 것 같습니다.

나혜인 PD: 네, <다음 소희>, 아프지만 우리가 꼭 봐야 할 현실의 한 조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LISTEN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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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챗: 말랑말랑 사랑 가득 영화

SBS Korean

24/05/202414:26
나혜인 PD: 다음으로 소개해주실 영화도 유사한 맥락일까요?

권미희 리포터: 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보다 긴 실제의 시간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로라 포이트라스(Laura Poitras) 감독의 2022년 다큐멘터리 < All beauty and the bloodshed>로, 미국의 사진작가 낸 골딘의 삶과 예술, 투쟁에 대한 작품입니다.

나혜인 PD: 네, 낸 골딘에 관한 다큐멘터리군요. 그렇다면 앞서 다룬 영화와는 다르게 정말 실제의, 한편의 자서전과 같은 작품일 것 같은데요?

권미희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영화는 낸 골딘의 개인사부터 그녀의 작품세계, 그리고 당시 진행중이었던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어린 시절 언니의 죽음과 모순적이고 억압적인 가족의 영향으로 일찍 독립한 낸 골딘은 사진을 통해 본인과 본인의 주변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사진만이 나의 유일한 언어’였다고 한 낸은 본인의 모습과 친구들, 애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솔직하게 사진으로 찍어나갑니다. 뉴욕을 중심으로 1970년~1980년대의 언더컬쳐 예술가들.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의 성소수자들과 함께 지내며 찍은 사진 작품들을 선보이고 명성을 얻어가는데요, 그녀가 남긴 사진들은 그때의 문화, 역사의 기록이기도 하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녀는 에이즈, 약물 중독 등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사진으로 죽어가는 친구들을 남기기 시작합니다.

나혜인 PD: 네, 말씀만 들어도 아주 강렬합니다. 낸 골딘은 사진을 통해 현재와 사회의 사각지대를 기록하고 알리는 역할을 한 셈이네요.

권미희 리포터: 네, 그렇습니다. 마약, 폭력, 사랑, 성, 가정사 등의 주제와 관련한 모습들을 아주 솔직하고 때로는 적나라하게 표현해오던 낸 골딘은 본인의 명성을 걸고 본격적인 사회 운동을 펼칩니다. 낸이 직접 겪은 마약성 진통제 중독 이후 이와 관련한 P.A.I.N((Prescription Addiction Intervention Now)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제약사와 실소유주인 새클러 가문을 겨냥해 전방위적 활동을 이어나가는데요, 영화는 이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네, 사진작가라는 예술가의 개인사를 시작으로 그녀의 사회운동까지 방대한 내용이 담겨있네요.

권미희 리포터: 네. 그녀의 아주 개인적인 경험은 약물중독의 위험성이라는 사회적 문제로 자연스레 이어지고 확대됩니다. 그녀를 비롯해 유사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는 실제로 사회에 전달이 되어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하는데요, 새클러 가문의 기부금으로 운영 자금을 마련하던 전 세계의 대형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낸 골딘과 그녀의 단체 활동 이후 기부자 명단에서 새클러 가문을 제외하기 시작합니다.

나혜인 PD: 와, 정말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내었군요! 설명을 듣다 보니 낸 골딘의 삶 만 마주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예술가가 사회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사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까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인 것 같습니다. 지난 79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 사자 상을 타기도 한 작품인데요. 온디맨드를 통해 꼭 관람해야겠습니다.
LISTEN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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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챗: 엄마에 이어 이번에는 ‘아빠’ 생각나는 영화

SBS Korean

18/05/202413:45
나혜인 PD: 자, 마지막 영화 소개해 주시죠.

권미희 리포터: 네, 끝으로 이야기할 영화는 토마스 빈터베르크(Thomas Vinterberg)감독의 < Another round>입니다. 사실 앞서 소개한 작품들과는 약간 결이 다릅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실험이 결코 작지 않은 아주 유의미한 발견을 끌어냈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하나로 엮어봤습니다.

나혜인 PD: 네, 한껏 취하게 만드는 영화, 매즈 미켈슨의 명연기가 돋보였던 작품이죠. 간단히 내용 말씀해 주시겠어요?

권미희 리포터: 네, <어나더 라운드>, 원제목은 ‘Drunk’로 덴마크 어로 ‘폭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같은 고등학교의 교사이자 친구들인 니콜라이, 마틴, 페테르, 토미는 열정도 없이 지루하고 다소 우울한 아주 평범한 중년 남자들입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유지가 삶에 활기를 준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실험해 보기로 한 그들은 실제로 술을 마시고 수업도 하고 일상생활을 이어갑니다. 초반엔 활기가 넘치는듯 보이며 이 가설이 효과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점차 알코올의 농도가 올라가고 지속된 실험은 모두를 만취 상태에 빠뜨립니다.

나혜인 PD: 네. 뭐든지 과하거나 제어하지 못하는 순간 참사가 일어나는 건 당연한가 봅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말씀 주신 대로 만취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도 있고, 제어에 성공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재밌고도 발칙한 실험을 통해 실제로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의미하게만 느껴졌던 삶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심경 변화와 열정 발견이었던 것 같습니다. 알코올을 통해 삶의 의미, 사랑, 찬란한 열정 등에 대해 되짚어보고 재발견해 볼 수 있었어요. 영화의 처음과 끝에 젊은이들의 무리가 술에 취하고 한껏 들뜬 분위기로 춤을 추고 파티분위기를 자아냈죠. 특히 끝부분에선 젊은이들 틈에 주인공들이 섞여 들고 함께 어울리는데요, 매즈 미켈슨의 열정적인 춤은 삶의 예찬, 환희와도 같았습니다. 그들의 실험이 세상을 변화시킬만한 큰 일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우리가 보다 충실히 삶을 살 수 있는 새로운 시도로써 생각해보면, 저는 이 영화 또한 작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생각합니다.

나혜인 PD: 네. 소개 잘 들었습니다. <다음 소희 Next Sohee>,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All beauty and the bloodshed>, <어나더 라운드 Another round>까지,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 소개 잘 들었습니다. 멘트 추가 필요. 이번 주 시네챗 이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소식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다음 주에도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들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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