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핫크로스번'…12~14세기 수도승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것에서 유래
- 일 년 내내 곰팡이 없는 신선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믿어 부활의 신비 의미 부여
- '이스터 버니' 게르만 신화 속 새에서 토끼로 변신…알을 낳으며 새 생명을 상징
- 호주에선 매년 'Easter Egg Hunt', 미 백악관 뜰에선 'White House Easter Egg Roll'
호주에서 성탄절(Christmas) 다음으로 긴 휴일이 부활절 연휴(Easter Holiday)입니다.
이스터 홀리데이는 매년 3월~4월 중으로 날짜는 변경되지만 Good Friday부터 Easter Monday까지 총 4일간 길게 연휴로 이어져 종교와 관계없이 모든 호주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휴가이기도 합니다.
이스터가 다가오면 호주의 베이커리, 수퍼마켓, 카페 등의 진열대에 선봉장으로 나서는 빵이 있죠. 건포도가 들어간 십자 모양 장식의 핫 크로스 번(Hot Cross Bun)입니다.
호주인들의 부활절 전통 음식인 된 핫 크로스번의 유래와 부활절에 등장하는 ‘이스터 버니 (Easter Bunny)’의 상징적 의미에 대해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올해 부활절은 작년에 비해 일주일여 정도 빨리 찾아온 듯한데요. 부활절은 성탄과 달리 왜 해마다 날짜가 바뀌는 걸까요?
유화정 PD: 새해 달력이 나오면 성직자나 목회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절기가 부활절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해마다 날짜가 달라지기 때문에.
부활절은 일년 중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을 기준으로 합니다. 춘분 절기는 보통 3월 20일 혹은 3월 21일로 양력이지만 보름은 음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부활절의 날짜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인데요.
부활절은 정하는 방법은 325년 로마에서 열린 세계적 규모의 종교회의인 니케아공의회에서 정해졌습니다. 당시 공의회에서는 매년 춘분 후에 뜨는 최초의 보름달을 기준으로 첫 번째 일요일을 부활절로 지키기로 했고, 이후 이는 1 천 700년(1697년) 동안 지켜오는 세계교회의 약속이 됐습니다.
진행자:서양에서는 춘분을 ‘스프링 이퀴녹스(spring equinox)’라고 부르죠. 물론 남반구 호주의 경우 춘분은 9월이 됩니다만 부활절을 정하는 기준이 ‘춘분’이라니 흥미롭네요. 호주는 이스터 홀리데이가 나흘간 이어지죠?
유화정 PD: 호주의 부활절은 성금요일 Good Friday부터 시작해 그다음 날 토요일은 이스터 이브(Easter Eve) 혹은 홀리 세터데이(Holy Saturday)로 부르기도 합니다.
일요일은 이스터 데이(Easter day), 월요일은 이스터 먼데이(Easter Monday)로 나흘 연속 휴일이 됩니다. 이 기간 동안 거의 모든 쇼핑센터들이 문을 닫고 직장도 휴무에 들어갑니다.
많은 기독교 국가들에서 성목요일 혹은 성금요일부터 이스터 먼데이까지 부활절 전후를 부활절 연휴로 지정하고 있는데요. 특히 기독교 신자가 많은 유럽과 남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필리핀 등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이 1년 중 가장 큰 국가 공휴일이자 명절 연휴로 부활절을 기념합니다.
미국은 공식 국가 공휴일은 아니지만 사실상 모든 학교가 부활절에 맞춰 이스터 봄방학을 하고 대부분의 관공서나 회사나 상점들도 문을 닫고 부활절 연휴를 보냅니다.
Easter Bunny Source: Pixabay
유화정 PD: ‘이스터 버니(Easter Bunny)’라고 하는 이 부활절 토끼는 독일의 게르만 신화에서 유래합니다. 부활절을 나타내는 영어 ‘이스터(Easter)’와 봄의 여신을 뜻하는 ‘에오스트레(Eostre)’라는 단어가 비슷한 데서 그 기원을 유추해 볼 수 있는데요.
신화에 따르면 겨울이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봄의 여신 ‘에오스트레’가 날개가 얼어붙어 날 수 없는 새를 토끼로 변하게 했고 목숨을 구한 토끼는 계속해서 알을 낳을 수 있었습니다.
게르만족 사이에서는 봄에 토끼가 나타나 집 앞에 알을 두고 가면 그 집의 한 해 농사가 풍년이 된다는 신화가 생겨났습니다. 이것이 부활절 토끼가 탄생한 Easter Bunny의 기원설입니다.
진행자: 계묘년을 맞아 올해 초 컬처 IN이 시간을 통해 토끼의 한자 ‘묘(卯)’ 가 대문을 좌우로 열어젖힌 형상을 하고 있고 이는 만물이 땅을 밀치고 나오는 것으로 풀이돼 번창과 희망, 생장을 상징한다는 내용을 다룬 바 있는데, 비슷한 맥락이네요.
유화정 PD: 부활절 토끼 기원 신화는 19세기에 접어들면서 독일 이민자들이 미국에 전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오늘날 이스터 바니와 이스터 에그는 세계 각국의 부활절 대표 풍습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 부활절 풍습의 하나로 매년 백악관에서 열리는 ‘달걀 굴리기(White House Easter Egg Roll)’ 연례행사가 있습니다.
12살 이하 어린이 수천 명이 백악관 뜰에서 삶은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긴 수저 모양의 막대기로 가장 멀리 가장 빨리 굴리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 달걀 굴리기의 규칙인데요. 입장권은 추첨을 통해서 얻게 되고 어른들은 아이들과 동반 시에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White House Easter Egg Roll 행사 덕분에 이스터 먼데이는 여행객들이 백악관 마당을 지나다닐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고요?
유화정 PD: 달걀 굴리기는 19세기 초, 미국 4번째 대통령인 제임스 메디슨의 부인인 돌리 메디슨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돌리 메디슨은 국회의사당에 아이들을 초대해 잔디밭에서 달걀 굴리기 이벤트를 열었는데요.
1880년부터는 장소가 바뀌어 백악관에서 열리게 됐습니다. 이유는 국회의사당 정원이 망가진다는 의원들의 항의 때문이었습니다. 부활절 달걀 굴리기 이벤트는 남북전쟁 때를 제외하고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Easter Egg Hunt Source: AAP
유화정 PD: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Easter Egg를 잔디밭 곳곳에 숨겨놓고 어린아이들이나 가족들에게 찾게 하는 일종의 보물찾기 행사입니다. 몇 개 이상 찾으면 선물도 주고, 혹은 찾은 수만큼 병원이나 양로원 등에 선물로 바꾸어 기증도 할 수 있는 뜻깊은 행사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자그마한 크기의 에그 초콜릿부터 대형 크기의 바니 초콜릿까지 이스터 기간 동안에 소비되는 초콜릿 양이 호주 연간 초콜릿 소비량의 75%라고 하니 어마어마한 양이 되는데요.
초콜릿뿐만 아니라 에그 헌팅할 때 찾아낸 달걀 모양의 초콜릿을 담는 토끼 모양의 깜찍한 바구니에 This way, That way라고 에그 헌팅 장소를 알려주는 토끼 표지판까지 이스터 바니는 부활의 상징적 동물로 호주인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인이 설에 떡국을 먹고 추석에 송편을 먹듯이 이스터 시즌이 되면 호주인들은 ‘핫 크로스 번’(Hot Cross Bun)을 먹죠. 이스터 초콜릿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부활절 전통 음식인데요.
유화정 PD: ‘핫 크로스 번’은 이름 그대로 십자가를 등에 진 모양 때문에 부활절에 먹는 빵으로 유명합니다. 호주인들은 보통 버터 한 조각과 함께 아침 식사로 즐겨 먹곤 하죠.
이스트를 많이 넣어 발효시켜 부드럽고 예로부터 건포도나 말린 과일이 주로 사용됐는데 여기에 계피 향료로 맛과 향을 내고 아이싱을 이용해 십자가 모양으로 장식해 마무리합니다. 주로 영국,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캐나다 등에서 성 금요일에 전통적으로 먹는 빵입니다.
핫 크로스 번'은 12~14 세기경 잉글랜드의 한 수도승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십자가 모양이 새겨진 향료 빵을 만들어 성 금요일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나눠줬다는 유래가 있습니다.
핫 크로스 번에는 여러 부활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유화정 PD: 우선, 빵이라는 것은 예수님이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에서 함께 나눈 빵을 상징합니다. 빵 안에 든 건포도는 마지막 만찬에서 제자들과 함께 마신 포도주를 연상케 하고요.
빵 위에 새겨진 십자가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표시입니다.
빵 반죽에 들어간 향료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시신 부패 방지를 위해 여인이 무덤에 가져온 향유를 연상시킵니다. 또 빵을 부풀리는데 사용된 이스트는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신(Risen) 예수님의 부활을 상징합니다.
진행자: 한편 핫 크로스 번이 의학적 효험을 지닌 미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는 속설도 있는데 무슨 얘긴가요?
유화정 PD: 성 금요일에 부엌 서까래에 핫 크로스 번을 걸어 놓으면, 그 빵이 신선하고 곰팡이가 없는 상태로 1년 내내 유지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크로스번은 매년 굿 프라이데이에 교체되는데 일 년 후 빵들은 건조하게 말려 부셔서 물과 섞어 약으로 취급되기도 했습니다.
이 빵이 신선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믿었던 이유는 예수의 부활하기 전의 몸 상태가 전혀 부패된 흔적이 없는 것을 상징하는 것과 같다고 여겼기 때문인데요.
영국인들은 집안에 십자가 모양 장식의 빵을 걸어 두면 부정적이거나 악한 영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주방에 걸어 놓으면 주방에서 발생하는 화재나 사고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그 해에 성공적인 베이킹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Easter Hot Cross Bun
유화정 PD: 1592년 엘리자베스 여왕은 성 금요일, 크리스마스 또는 장례식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핫 크로스 번을 매일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대할 수 없다고 선언해 이 빵에 신성한 의미를 부여했는데요.
이유는 핫 크로스 번의 의학적 효험을 지닌 미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는 점외에 다른 어떤 날에도 단순히 먹기에는 너무 특별한 음식이라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몰래 핫 크로스 번을 굽다가 걸리면 그날 구운 빵들은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줘야 했습니다.
핫크로스번을 공유하는 사람들 끼리는 강한 우정과 유대감을 즐기게 된다고 합니다. 올 부활절에는 핫 크로스 번을 반반 나누며 해피 이스터 되시기 바랍니다.
진행자: 굿 후라이데이를 맞아 부활절의 여러 상징적 의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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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대표 음식 ‘핫 크로스번(Hot Cross B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