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프라노 카라 손, 오텔로의 주역 ‘데스데모나’로 오페라 하우스 롤 데뷔

Madame Butterfly. Karah Son superb as Butterfly

Madame Butterfly. Karah Son superb as Butterfly

‘벨칸토' 창법을 완벽히 구사하는 소프라노로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린 카라 손이 베르디 ‘오텔로’의 주역 ‘데스데모나’로 호주 겨울 시즌을 장식한다.


‘관객을 사로잡을 정도로 강력한 포르티시모에 도달하면서도 높거나 낮거나 그 어떤 음역에서도 견고한 지속성을 유지하는 최고의 소프라노다’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무대에서 ‘푸치니아나’로 사랑받아온 소프라노 카라 손이 2021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베르디 ‘오텔로’의 주역 ‘데스데모나’로 데뷔합니다.

[사전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시드니 봉쇄령으로 공연이 잠정 연기됐음을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로부터 전달받았습니다.]


Highlights

  • 세계적인 두 한국 아티스트 ‘오텔로’ ‘데스데모나’로 주역 캐스팅
  • 이용훈 테너와는 이탈리아 ‘투란도트’ 공연 이후 10년 만에 재회
  • ‘데스데모나’의 유명 아리아…고통받는 이를 위한 기도 “Ave Maria”
  • 비극 캐릭터 ‘데스데모나’, 섬세한 감정선 표출하는 내면 연기 돋보여

유화정PD(이하 유화정): 손현경 소프라노 전화 연결했습니다. 손현경 님 안녕하세요?

손현경 Sop. (이하 손현경): 안녕하세요.

유화정: 반갑습니다. 1년 6개월 만인 가요? 지난해 라 보엠 인터뷰에서 “일 이년 후 또다시 뵙게 될 것 같고, 그때는 또 다른 역할로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하셨는데, 그 역할이 ‘오텔로’의 데스데모나 이군요?

손현경: 아 예. 제가 벌써 시드니에서 인사드린 지 1년 반이 흘렀는데요. 그때 이제 극장에서 말이 오갔던 것은 오텔로의 데스데모나가 아닌 다른 작품들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프로덕션들이 많이 취소가 됐어요. 그리고 오페라 오스트리아가 다시 겨울 시즌이 열리면서 다른 역할이 아닌 데스데모나 역할로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유화정: 이번 ‘오텔로’에서는 메인 롤을 한국 테너와 한국 소프라노가 다 거머쥐었는데, 세계 무대에서 이런 경우는 좀 드문 편 아닌가요?

손현경: 네, 정말 상당히 드문 편입니다. 보통 만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요. 이용훈 선생님과는 인연이 있는지 이번이 벌써 두 번째 만남입니다.

유화정: 아 이용훈 테너 님하고 이전에도 함께 공연하신 적이 있군요?

손현경: 예. 거의 10년 전에 이탈리아 볼로냐라는 극장에서 투란도트를 같이 했었습니다.

유화정: 그래요. 그런데 이렇게 상대 배역이 같은 한국 아티스트일 때 어떤 점이 편한가요? 아니면 더 조심스러울까요?

손현경: 아..(웃음) 솔직히 저는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예를 들면 저희 리허설 가기 전에도 제가 보통은 상대 배역에게 실례가 될까 봐 마늘이나 이런 거를 잘 못 먹고 가요. 김치나.. 그런데 가기 전에 같이 이용훈 선생님이랑 삼계탕을 먹고 갔어요. (웃음) 어머 이런 일도 있구나 싶더라고요.

Soprano Karah Son
Soprano Karah Son Source: SBS Korean


유화정: 지난해 라 보엠 공연은 다행히 코로나 이전에 마무리됐었죠? (네 네 ) 잘 아시겠지만 호주는 3월 15일을 기해 카르멘 공연 도중 극장이 폐쇄됐고, 만 1 년만인 올해 3월에서야 오페라 무대가 재개될 수 있었는데요. 호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극장들이 문을 닫았죠.  무대가 없는 지난 1년 여 동안 손현경 소프라노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손현경: 아.. 저도 여기서 라보엠을 끝내고 바로 이탈리아로 공연을 하러 갔어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3월에 이탈리아가 정말 (코로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가지고 나머지 공연이 다 취소되고 하마터면 이탈리아에서 억류될 뻔했어요.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못 빠져나오고요. 그래도 어떻게 겨우 빠져나와 가지고 한국으로 왔는데요. 그리고 그 이후에도 제가 잡혀있던 프랑스 낭뜨, 영국 글라인본, 코펜하겐 등 정말 많은 공연들이 취소돼서 좀 슬펐는데, 또 덕분에 가족들과 오랫동안 같이 있을 수 있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유화정: 그 이후에 공연이 재개됐나요?

손현경: 어 그러고 나서 이제는 여름 시즌이 지나고 가을 시즌부터 다시 공연이 재기되어서 연주하러 갔는데 또 그때 이제 코로나가 불 번지듯 막 이렇게 확산돼가지고 연주하러 가서 공연 중에 코러스 한 분이 또 코로나에 걸려서 코러스 없이 오페라를 연주한 적도 있습니다. 

유화정: 아, 어느 나라에서요?

손현경: 거기도 이탈리아였습니다.

유화정: 좀 전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그나마. 아드님이 벌써 고등학생 되지 않았어요? 오랜만에 좋은 시간 가지셨겠어요.

손현경: 예 맞습니다.

유화정: 앞서 (이탈리아에서는) 코러스 없이 연주를 했다고 하셨는데 참 정말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속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호주 입국하시고 2주간 쿼런틴 기간을 보내셨죠? 어떠셨어요? 그 안에서 소리도 못 내고 연습도 못하셨을 거 아니에요.

손현경: 네.. 그 정말 답답하긴 했지만 제가 한국에 있으면서 (연주 때문에) 해외 왔다 갔다 하면서 이번까지 쿼런틴 사실은 거의 다섯 번째입니다.. 이제 도가 텄다고 할까요(웃음) 그래서 2주 동안 잘 잘 먹고 운동도 잘하고 악보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이러다 보면 하루가 또 금세 흘러가더라고요.

유화정: 아니, 손현경 소프라노님 굉장히 긍정적이시네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 처음 봬요. 쿼런틴을 (웃음) 그런데 어떻게 다섯 번이나 하셨어요? 정말 놀라운데, 어느 어느 나라에서 하신 거예요?

손현경: 아 이제 저 처음에 이태리에서 미국 갔을 때 하고, 미국에서 다시 한국에 왔을 때 하고, 한국에서 다시 유럽 갔을 때 하고, 너무 많이 했어요. 사실 가는 나라마다 했습니다.

유화정: 말씀대로 도가 트셨겠네요. (네) 그동안 호주에서 공연하신 푸치니 작품 속의 주인공 들 나비 부인의 초초산, 투란도트의 류, 라 보엠의 미미 모두 죽는 역할이었잖습니까? (네 네) 지난 인터뷰 때 그렇게 얘기하신 기억이 나요. 계속 죽는 역할만 하니까 동료들이 장난 삼아..

손현경: 아 ”오늘도 잘 죽어” 맨날 이렇게 얘기해요. (웃음)

유화정: 오늘도 잘.. 참..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텔로’에서 ‘데스데모나’ 역시 명이 길지 않은데요. 극 중 역할 설명을 좀 주신다면 요?

손현경: 예. 오텔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인 오셀로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인데요. 데스데모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귀족의 영애로 오텔로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됩니다. 오텔로는 아프리카 출신의 무어인인데요 지금은 베네치아를 지키는 장군입니다. 그런 오텔로를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의 계략으로 어 이제 오텔로는 데스데모나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그래서  질투에 눈이 멀어서 그녀를 목졸라 죽이는 내용입니다. 죽을 때도 그녀는 자기를 죽인 사람은 오텔로가 아니라면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고 떠납니다.
유화정: 베네치아 귀족의 딸과 그러니까 아프리카 평민 출신에서 장군이 된 거죠? 오텔로가 (네) 어떻게 보면 신분과 흑백의 인종을 뛰어넘은 당시로서는 극히 드문 고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러나 비극으로 맺음 되는군요. 질투 때문에.

손현경: 네. 맞습니다.

유화정: 베르디는 셰익스피어를 늘 베개 밑에 두고 잘 정도로 평생 심취해 있었다고 하던데요. 이 비극의 절정으로 치닫는 상황 전개 중간중간 아름다운 아리아들도 등장한다고요?

손현경: 네. 이제 오페라 오텔로는 그 소재가 전쟁, 군대 이런 것들로 구성이 돼 있어요. 그래서 굉장히 남성적인 느낌이 있는데요. 그에 반면 중간중간 데스데모나의 아름다운 아리아가 또 이렇게 반대되는 매력을 줍니다. 특히 죽기 전에 기도하는 아리아 “Ave Maria”는 아주 유명한데요. 오텔로의 곡들 중에 가장 유명하고 아름답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유화정: 기도하는 아리아.. 마지막 오텔로를 위한 기도이에요?

손현경: 어 스스로도 위하고 오텔로도 위하고, 모든 사람들을 위한 그런 굉장히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그런 내용입니다.

유화정: 네. 그렇군요. 어떤 내용인지 가사를 좀 설명해주시면.. 불러 달라고 제가 요청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고…

손현경: 네?? (웃음)

유화정: 불러주실 수도 있나요? (웃음)

손현경: 그럼 제가 앞부분 조금만 불러드릴게요.이게 기도문이에요. 그래서 앞은 정말 이렇게 나와요. “아베 마리아 피아니 그라치아 엘레뽀 ~ 정말 우리가 기도문 있잖아요. 한 음으로 쭈욱 나오는.

유화정: 아 그레고리안처럼 그런 느낌인가요?

손현경: 네 네. 그래서 이런 기도문을 계속한 다음에 이제 아리아 부분은 억눌리고 이렇게 폭력이나 이런 나쁜 것들로 인해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성모 아베 마리아에게 “이런 고통에 빠져 있는 사람, 힘든 사람, 억눌려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주세요”라는 내용입니다. 

유화정: 이 시대에도 필요한 기도이겠네요.

손현경: 네. 사실은 그렇습니다.

Soprano Karah Son as Cio-Cio-San in Opera Australia's Madama Butterfly
Soprano Karah Son as Cio-Cio-San in Opera Australia's Madama Butterfly Source: Courtesy of Opera Australia


유화정: ‘데스데모나’ 역할 상 따뜻하고 유연하면서도 상황 전개에 맞춰 비극적인 암울함을 내포하는 목소리가 요구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겠어요?

손현경: 예. 맞습니다. 전 제가 항상 해온 역할은 사실 좀 액티브한 연기들을 많이 하는 역할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이런 암울함을 이렇게 보여줘야 하는 연기를 해야 되니까 내면연기가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감정선을 섬세하게 다루는 연기를 하게 되어서 재밌기도 하고  여러 가지 공부가 되기도 하는 역할입니다.

유화정: 지난 라 보엠 공연은 배경 무대가 1830년에서 1930년으로 100년을 뛰어넘어 현대적 감각으로 획기적인 변신을 했었잖아요. 물랭루주를 연상시키는 카페 신에서는 스트립 댄서까지 등장해서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참 그렇더라고요. (웃음) 이번 ‘오텔로’의 극 중 시대 배경은 셰익스피어의 원작 오셀로와 같은 15세기 경이되나요?

손현경: 아.. 아니요. 이번에도 거의 몇 백 년을 훌쩍 뛰어넘어서 배경이 1920년 정도 됩니다.

유화정: 그래요? 그러면 무대 의상도 다 바뀌겠네요?

손현경: 네. 그런데 좀 클래식한 옷도 있긴 하지만 현대적인 군대 그런 배경을 한 의상을 입게 됩니다.

유화정: 이용훈 테너님은 오텔로 역이니까 검게 분장을 하시겠네요. 흑인 분장을..

손현경: 아 제가 알기로는 그렇진 않아요.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요즘에는 좀 그런 레이시즘 문제가 검은 색칠을 하면 그렇게 문제가 되는 경우도 간혹 있어서 요즘은 안 하는 추세라고 저는 들었습니다.

유화정: 네. 좋은 컨디션 유지하시기 바라겠습니다. 끝으로 호주 한인동포 여러분께 인사 말씀 주시겠어요?

손현경: 아 저 올 때마다 이렇게 반겨 주시고, 사실 제가 공연 끝나고 커튼콜 할 때 조금 조명이 환해지면 동포 여러분들을 뵐 때가 있어요. 제가 인사드리면서 박수 많이 쳐주시면 제가 너무너무 힘이 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항상. 그래서 여러분들께 항상 자랑스러운 한국의 소프라노가 되도록 이번에도 열심히 공연할 테니 많이들 오셔서 격려해주시고 사랑 부탁드립니다.

유화정: 네. 이번에도 기억에 남을 멋진 무대 보여 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오늘 시간 내주셔서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손현경: 감사합니다.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 2021 베르디의 ‘오텔로‘를 통해 그간의 ‘푸치니아나’에서 ‘데스데모나’로 새롭게 변신한 손현경 소프라노 함께했습니다. 진행에 유화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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