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호주 초연 ‘해밀턴’ 열풍…글로벌 뮤지컬 업계의 ‘테스터 마켓’ 등극

A scene from "Hamilton" on Broadway

A scene from "Hamilton" on Broadway Source: Joan Marcus

극장 공연의 메카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21세기 최고 뮤지컬 ‘해밀턴’의 호주 초연이 팬데믹으로 봉쇄됐던 세계 문화 관광 재개의 물꼬를 트는 등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21세기 최고 흥행작 ‘린 마누엘 미란다’의 힙합 뮤지컬 ‘해밀턴’이 3월 호주에서 초연하며 호주 뮤지컬 역사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이번 호주 초연은 코로나 19가 전 세계 라이브 극장을 폐쇄시킨 후 처음 열리는 ‘해밀턴’의 무대로 전 세계의 시선이 시드니로 몰렸습니다. 화제의 ‘해밀턴’ 컬처 IN에서 만나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 21세기 최고 흥행 힙합 뮤지컬 ‘해밀턴’ 호주 초연
  • 25만 장 사전 티켓 판매로 호주 박스 오피스 기록
  • 호주… 전 세계 뮤지컬 시장의 중요한 ‘테스터 마켓’

진행자: 공전의 히트작 21세기 최고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Hamilton)’호주에서 초연됐습니다. 드디어 지난 3월 17시드니 리릭 시어터(Lyric Theatre)에서 선을 보였는데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사전 티켓 판매에서 호주 박스오피스 초유의 흥행 기록이 나왔다고요?

유화정 PD: 3월 17일 프리미어 이전 사전 티켓 판매에서 25만 장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액으로는 4 천만 호주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이전 호주 공연작인 해리포터·라이온 킹·오페라의 유령·위키드와 같은 다른 인기 작품의 티켓 판매를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호주 박스오피스 초유의 기록입니다.

월요일을 제외한 화·수·목·금·주말 4회 등 주 8회 공연되는 ‘해밀턴’의 티켓 가격은70 달러부터 시작해 프리미엄 좌석의 경우 350달러에 이르는데요.  총 2000석의 리릭 시어터의 4월 5월 공연은 이미 전석 매진이고 9월까지 10월까지 예약 판매가 줄을 이었습니다.  ‘해밀턴’의 호주 반응이 시작부터 이처럼 뜨겁다 보니 벌써부터 11월 이후 연장 공연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2015브로드웨이를 강타 2016미국 연극 뮤지컬 분야의 아카데미상 격인 토니상 13관왕과 그래미·퓰리처상 수상 2017년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 웨스트엔드(West End) 진출 등 21세기 최고의 화제작답게 작품성과 흥행 모두 블록버스터 뮤지컬입니다.  이번 호주 초연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 19 확산으로 지난해 전 세계 극장이 폐쇄되면서 공연문화의 최악의 빙하기를 맞았습니다. 이번 ‘해밀턴’ 호주 초연은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처음 올려지는 ‘해밀턴’의 유일한 무대로 그 성공 여부에 세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는 겁니다.  호주 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되는 것이죠.

호주는 1년에 대작 뮤지컬 5~6편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데요. 중소규모 작품까지 포함 수백 편이 공연되는 한국에 비하면 작은 시장으로 치부하기 십상이지만 굵직굵직한 대작들을 선보이는 시험무대로 호주가 이른바 세계 뮤지컬 시장의 ‘테스터 마켓’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세계 뮤지컬의 양대 산맥이자 세계적인 공연시장인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런던의 웨스트엔드 공연 작품이 호주에서 초연된다는 건 호주로서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죠. 이번 ‘해밀턴’의 호주 초연은 호주 뮤지컬의 새장을 여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진행자: 뮤지컬 ‘해밀턴’잊혀진 미국 건국의 아버지 ‘알렉산더 해밀턴’일대기통해 미국 초대 건국사를 다루고 있는데요. 미국 독립전쟁 혼란의 시기가 작품의 배경이 되고 있죠?

유화정 PD: 1783년 미국 독립전쟁이 끝나고 마침내 미합중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미국의 미래는 불투명했습니다. 연방정부 헌법·주 정부의 부채·공공재정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저마다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국가의 형태를 실현시키려고 애를 썼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강력한 중앙집권적 연방정부를 구성하고 신용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경제 체재를 짜낸 사람이 바로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 1757 ~ 1804)입니다.
Lin-Manuel Miranda,  American actor composer lyricist and writer who created Hamilton
Lin-Manuel Miranda, American actor composer lyricist and writer who created 'Hamilton' Source: Erin Patrice O'Brien
진행자: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 최초의 중앙은행인 미합중국 은행 설립자로 ‘미국 금융의 아버지’이자 미국인들에겐 10달러 지폐 초상화의 주인공으로 알려져 있지만 굴곡진 일생에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비운의 인물로도 비춰지죠?

유화정 PD: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생은 탄생부터 파란의 시작이었습니다. 영국령 서인도제도의 한 섬에서 출생연도도 명확하지 않은 사생아로 태어나 11살에 어머니를 잃고 고아로 자랐습니다. 어려서부터 남달리 총명했던 해밀턴은 17세에 미국으로 건너와 콜롬비아 대학교의 전신인 킹스 칼리지에서 공부할 만큼 성공의지도 강했습니다. 대학 재학 중 해밀턴은 독립군에 입대해 미국을 위해 싸웠고 전쟁의 사선에서 조지 워싱턴 장군을 만나게 됩니다. 인생의 대 반전이었죠.

워싱턴 장군의 부관으로 신임을 얻은 해밀턴은 미국 독립 후 초대 대통령에 오른 워싱턴에 의해 초대 재무장관으로 발탁돼 대통령의 오른 팔로서 재정시스템이 바탕이 되는 강력한 연방정부를 설계하려 했지만 주변에는 그를 시기하는 정적들이 많았습니다. 1804년 7월 12일, 뉴욕의 거물 정치인 에런 버러가 신청한 권총 결투에서 총상을 입고 49세로 생의 최후를 맞기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일생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당시 권총 결투를 벌였다는 사실이 의아스러워요. 서부 개척시대 맨도 아니고, 더군다나 공직자 신분으로 권총 결투라니 실제 그럴 있었을까요?

유화정 PD: 당시 뉴저지 주에서는 결투가 불법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에런 버의 결투 신청을 받고 두 사람이 결투를 벌인 곳은 뉴저지주 위호켄의 인적 드문 숲 속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은 3년 전 해밀턴의 장남 필립이 아버지를 대변하기 위해 권총 결투를 나섰다가 숨진 장소이기도 합니다. 비극으로 얼룩진 역사적인 장소 위호켄 숲은 훗날 해밀턴 공원으로 명명됐고 이곳에는 뉴욕의 마천루가 보이는 곳에 해밀턴 흉상과 함께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바로 이런 내용들이 미국 건국 초기의 역사를 담은 뮤지컬 ‘해밀턴’비춰지고 있는 건데요. ‘해밀턴’만든 작곡가 린-마누엘 미란다(Lin-Manuel Miranda)음악 장르로 힙합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알렉산더 해밀턴’뉴욕 포스트를 창간하고 수많은 논쟁을 글로 이어갔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유화정 PD: 힙합, R&B, 재즈 등 다양한 형식의 음악과 랩으로 쏟아내는 예리한 가사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점은 ‘해밀턴’만의 독특함입니다. 평론가들에 따르면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을 도모하던 시기에 기존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 전복의 정신을 담고 후에 정부의 역할에 대한 대립되는 입장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논리를 펼치기에는 힙합만큼 적합한 장르가 없었을 것’이라는 평입니다.

뮤지컬은 해밀턴의 어린 시절을 랩으로 빠르게 요약해 전달하며 ‘알렉산더 해밀턴’이란 인물에 대한 소개로 시작됩니다. ‘해밀턴’이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라 등장인물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요. 주인공 해밀턴과 관계된 여러 인물들에 대한 관계 설명에 대해서도 직설적입니다. 예를 들면, 애런 버가 “나? 그에게 총을 쏜 멍청이지”라고 바로 밝히는 식으로 등장인물 간의 관계와 결말까지 서두에 다 밝히고 나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진행자: 해밀턴이 당시 미국 사회에서 아웃사이더로 시작해 혁명에 몸을 던졌던 아이콘임을 생각하면, 저항의 음악인 힙합이 이보다 어울릴 수가 없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유화정 PD: 예리한 지적입니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작품의 주제와 잘 맞아떨어진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인데요. 정통 브로드웨이 뮤지컬 방정식에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입힌 ‘해밀턴’이 기존 뮤지컬 관객들은 물론이고 그동안 뮤지컬 극장과 거리가 멀었던 젊은 세대까지 모두 포용하면서 흥행의 최고 정점을 찍은 겁니다.

‘해밀턴’은 흥행뿐만 아니라 평론가들의 만장일치의 찬사를 받으며 2016년 미국 연극 뮤지컬 분야의 아카데미로 통하는 토니상에서 13관왕을 달성합니다. 2016년 토니상 시상식은 ‘해밀턴’이 토니상을 싹쓸이했다 해서 ‘Hamiltonys’ 불리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같은 해 ‘기자들이 주는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 상까지 수상하며 21세기 최고의 뮤지컬로 등극했습니다.



진행자: ‘해밀턴’태동이 백악관 초청 공연에서 시작이 됐고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차례나 브로드웨이 공연을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해밀턴’인기 요인이 뭘까요?

유화정 PD: 첫째 이유,아주 단순합니다. 음악이 정말 좋기 때문이죠. ‘해밀턴’의 OST 넘버들은 뮤지컬을 보지 않아도 힙합이나 팝 음반을 듣듯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큼 음악 자체로 완결성이 높습니다. 또한 랩 운율은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성이 있습니다.

뮤지컬 ‘해밀턴’은 근대 역사와 미국 건국 초창기의 역사적 사건들을 압축적으로 담아냈지만 역사가 극을 압도하지는 않습니다. 연신 이어지는 신나고 파워풀한 곡들을 즐기다 보면 힙합의 리듬과 함께 머릿속에 어느새 ‘알렉산더 해밀턴’이라는 인물이 남게 됩니다.

진행자: ‘해밀턴’을 만든 작곡가 린-마누엘 미란다는 직접 극본을 쓰고 주인공 ‘해밀턴’ 역까지 맡아 무대에 올랐는데요. 독특한 음악만큼이나 캐스팅 또한 눈길을 끌죠?

유화정 PD: ‘해밀턴’의 두 번째 인기 비결은 바로 캐스팅에 있습니다. 미국 건국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시작이 이민자들에 의한 것이었음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해밀턴’을 포함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비 백인(non-white) 배우들이 연기합니다. 해당 배역들은 오디션에서부터 비 백인 배우가 맡을 것이 명시되어 있는데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에서 해밀턴은 라틴계인 미란다가 배역을 맡았고 해밀턴의 아내인 일라이자는 아시아계 배우 필리파 수, 일라이자의 언니인 안젤리카는 흑인 배우가 각각 맡았습니다.

진행자: 명의 등장인물 유일하게 백인 배우가 연기하는 배역은 악역인 영국의 역할로 미국 혁명기 시기의 미국 독립 전쟁 당시 영국의 국왕이었던 조지 3세(King George III)역할 뿐이라고요?

유화정 PD: 악역이지만 코믹한 캐릭터입니다. 조지 3세는 미대륙 식민지 사람들이 지금은 독립의 착각에 빠졌지만 곧 굽실거리며 돌아올 예전 연인으로 생각합니다. 미국 식민지의 지도자들에게 “You’ll Be Back”과 같은 달콤한 회유의 노래로 협박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조지 3세 역은 영국식 억양을 가진 백인 배우가 역할을 맡게 돼 있습니다.

조지 3세의 극 중 등장 횟수는 매우 적지만 매 등장마다 확실하게 웃겨주는 코믹 캐릭터로 극 중에서의 인기는 상당합니다. 마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헤롯 왕처럼 감초 같은 역할입니다.

진행자: ‘해밀턴’ 호주 초연은 Michael Cassel호주 프로덕션으로 호주 감독과 스탭·배우 모두 호주에서 구성을 이루게 되는데 이번 호주 공연의 캐스팅에도 다양성이 부여됐죠?

유화정 PD: 총 35 명의 호주 출연진 구성에는 호주 아보리진과 토레스 해협 군 도민을 포함 사모아·뉴질랜드 마오리·필리핀·자메이카·남아프리카 공화국·나이지리아·이집트·일본· 이탈리아 등 다양한 배경의 배우들이 포함됐습니다.  

‘해밀턴’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감독인 Thomas Kail은 “호주 프로덕션 캐스트의 다양성은 프로덕션의 빛나는 불빛 중 하나이며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모두에 필적하는 일류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출연진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호주 뮤지컬 수준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출연 배우는 시드니 프로덕션 캐스팅이지만 ‘해밀턴’의 이번 시드니 스테이징 즉 세트· 의상·무대 구성·안무는 오리지널 ‘해밀턴’과 거의 동일합니다.

진행자: 어떻습니까 뮤지컬 해밀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진출은 전망이 있나요?

유화정 PD: 미국 독립사라는 다소 낯선 소재를 다루고 있고 번역이 어려운 랩 때문에 아시아 권 진출은 좀 무리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뮤지컬 ‘해밀턴’은 미국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깔려 있어야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한 가지 공연 팁을 드리자면 ‘해밀턴’을 보시기 전에 인터넷에 올려진 줄거리와 가사 번역을 미리 보시고 가시면 훨씬 즐거운 좋은 공연이 되실 겁니다.

진행자: 컬처 IN, 오늘은 최근 호주 초연으로 화제를 낳고 있는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 힙합 뮤지컬 ‘해밀턴’대해 얘기 나눠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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