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적 행위에 맞닥쳤을 때는 이렇게 대응하세요"

The COVID-19 pandemic has seen a spike in racism.

The COVID-19 pandemic has seen a spike in racist incidents. Source: AAP

코로나19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 사례가 많이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호주에서 실제로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됐을 경우 할수 있는 다양한 대응들을 구체적으로 알아봅니다.


진행자: 코로나19 팬데믹의 대표적 사회적 병폐 가운데 하나는 아시아인을 겨냥한 인종차별입니다. 캔버라에 거주하는 한 청취자 분이 저희  SBS SNS 에 남긴 글이 눈길을 끌었는데요…“버스를 탔는데, 한 백인 중년 남성이 다짜고짜 COVID를 중얼거리더니 저를 향해 Go back to your home country라고 소리쳤습니다. “호주에 상당기간 살면서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듣는 분이 다수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지만 막상 제가 직접 겪게 되니까 당혹스럽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경찰서로 가서 신고했지만 말 그대로 버스는 지나갔고, 뭐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소극적인 소리만 듣고 돌아왔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가운데도 이런 경험을 겪은 분들이 다수 계실 겁니다. 아무튼 코로나19 는 현재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까지 모든 대륙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 퍼져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작이 작년 말 중국이었기 때문에 특히 올 초부터 동양인을 향한 다양한 인종차별 사건들이 호주 내에서 많이 보도되고 신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단 호주뿐만이 아니라 유럽 등 다른 곳에서도 동양인을 타깃으로 한 인종차별 사건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만약 내가 직접 인종 차별의 피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혜인 프로듀서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안녕하세요?

진행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인종차별 사건…올해 참 많이 접학 있죠? 

나혜인 PD: 네. 코로나19로 사실 올 한해 동안 모두가 무척 예민했었는데요. 그래서 더더욱 인종차별을 넘어 동양인에 대한 혐오를 느낄 수 있는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얼핏 생각해도 떠오르는 사건들이 많은데요…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안에서 또는 길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너희 나라, 즉 중국으로 돌아가라”,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마라”, “개나 박쥐를 먹지 말라”라는 소리를 듣거나, 심한 경우에는 침을 뱉고 위협을 하는 경우도 있었죠. 시드니 매릭빌 지역이었는데요. 동양인 자매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데려온 아시아의 개”라는 끔찍한 소리를 듣고 괴롭힘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멜버른에서는 동양인 의료진의 진료를 거부하는 사건도 있었고, 심지어는 언론에서도 “차이니즈 바이러스, 차이니즈 키즈”라는 헤드라인을 내놓아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그리고 이렇게 실제로 물리적으로 일어난 인종차별 외에도… 온라인상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종차별적인 포스트나 댓글들이 올라왔었습니다.  

진행자: 네. 다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됐기 때문인데…우리 한인 동포분들도 같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여러 경험을 하셨죠? 

나혜인 PD: 네. 언론에 보도된 정도의 심한 인종 차별이 아니더라도 뭔가 찜찜한 느낌을 많이 받으신 경우가 있으실 텐데요. 특히 저도 주변에 버스에 앉았더니 사람들이 자리를 옮기더라라든지, 마스크를 끼고 상점에 갔더니 “왜 마스크를 끼냐?”라고 물어보면서 눈치를 주는 사람들이 있어 곤혹스러웠다라든지 또는 “가게의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니 더 피해 다니는 것 같았다”라든지 하는 얘기를 많이 듣곤 했습니다. 
The racist slur spray-painted on the garage door of a Chinese-Australian family in Melbourne.
The racist slur spray-painted on the garage door of a Chinese-Australian family in Melbourne. Source: SBS News
진행자: 그런데 인종차별 사례가 늘었다… 단순한 우리의 느낌만은 아니라고요? 

나혜인 PD: 네. 호주 내에서 인종차별 신고를 받고 있는 기관 중의 하나인 호주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이번 회계연도 들어 최고치의 인종차별 사례가 신고됐다고 합니다. 코로나19 락다운 기간이었던 3월과 4월에는 비록 신고 건수가 평상시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신고된 인종차별 사례의 1/3 가량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내용들이었다고 합니다.  호주 인권위원회 친 탄 인종 차별 위원장은 “언제나 새로운 것들은 편견을 생성해 내고,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을 찾는다”라며 코로나19와 관련된 인종차별 사건들의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그런데 정작 문제는 신고되지 않은 숨은 사건들이라고 합니다. 탄 인종차별위원장은 매년 호주 인권위원회에 접수되는 신고가 약 500건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일어난 인종 차별 사건들은 이를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죠. 

진행자: 그렇죠. 500건은 충분히 넘을 것 같은데요. 

나혜인 PD: 네. 인권단체인 All Together Now의 프리실라 브라이스 대표…. SBS  뉴스팀과 만나 스캘론 재단의 사회적 화합에 대한 보고서를 언급했는데요. 호주인 5명 중 1명이 매년 인종차별을 경험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브라이스 대표는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일어나는 인종 차별은500건이 아니라 수 백만 건으로 추측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호주인 5명 중 1명이 매년 인종 차별을 당한다고 답한 이  스캘론 재단의 사회적 화합 보고서는 2019년에 발표된 것이 가장 최근 자료인데요. 사실…코로나19가 지나고 난 뒤에는 과연 어떤 응답을 보일지도 아주 궁금합니다. 
Race Discrimination Commissioner Chin Tan talks to SBS News.
Race Discrimination Commissioner Chin Tan talks to SBS News. Source: SBS News
wl진행자: 그렇습니다.그런데 가장 중요한 점은, 만약 인종 차별을 받았을 때, 직면했을 때 슬기로운 대처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맞서는 것 외에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요…어떻습니까? 

나혜인 PD: 가장 공식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호주 인권위원회에 불만을 제기하는 겁니다. 온라인으로 불만을 접수하실 수도 있고요. 한국어로도 접수하실 수 있습니다. 전화로도 하실 수가 있는데 1300-656-419입니다. 일반 불만을 제기하면 중재나 조정이 들어가게 되는데요. 하지만 인종차별을 가한 당사자를 알지 못한다면 사실 한계가 있습니다. 호주 전역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을 한 번에 신고할 수 있는 이런 종합적인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은데요. 하지만 몇몇 주 별로 이를 담당하는 기관이 있기도 있습니다. NSW 주의 반인종차별 국 즉,   그리고 빅토리아주의 공평 기회 및 인권 위원회 인데, 이쪽으로 불만이 접수되면 호주 인권위원회로도 다시 연락이 가게 되고, 관련 기관으로 사안이 보내지기도 합니다.  

진행자: 호주 인권위원회에 불만을 접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나혜인 PD: 물론 경찰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권익단체 아시안 오스트렐리안 연합이 가장 추천하는 방법인데요. 이 단체의 에린 웬 아이 츄 의장은 “경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않더라도 공식적인 문서로 해당 사건을 기록에 남긴다는 측면에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합니다. 실제 기록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 호주 그리고 서양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염두에 둔 조언인 것 같습니다. 
Rail passengers in Sydney.
مسافران قطاری در سیدنی Source: AAP
행w진행자: 호주 인권위원회 그리고 각 주 별로 인권 관련 정부 기관, 경찰 말고는 신고할 곳이 이제 없을까요? 

나혜인 PD: All Together Now 의 브라이스 대표는 인종차별이 일어난 장소를 관장하는 곳에도 신고를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기차나 버스에서 인종차별을 당했으면 먼저는 기사나 관련 직원에게 말을 하고, 추후에 대중교통 담당 부서에 이를 신고하라는 거고요. 학교라면 교사나 카운셀러 등 학교 측, 직장이라면 매니지먼트에 인종차별 사건을 신고하고, 각 기관 내의 괴롭힘 관련 규정들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라는 겁니다. 브라이스 대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신고를 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런 신고들이 모이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아시안 오스트렐리안 연합의 츄 의장도 같은 맥락에서 “더 많이 신고할수록 더 많은 공식 기록을 남길 수 있다”라고 하는데요.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도 각 소셜 미디어 플랫폼마다 이를 다루는 규정이 있으니 바로 관리자에게 이를 신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이를 넘어서 호주 인권위원회 또는 호주 온라인 규제 기관인 로 사안을 신고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됐을 때 할 수 있는 대응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이런 대응들은 결국 인종차별 사건이 모두 끝난 뒤에 할 수 있는 방법들인데요. 좀 더 현실적으로…실제로 인종 차별을 받는다면, 그 순간에는 어떤 대응을 하는 게 좋을까요? 

나혜인 PD: 저희가 여기에 대해서는 지난 를 통해서도 인종차별 대응 매뉴얼을 보내드린 적이 있는데요. 당시 호주 인권위원회의 인종차별 관련 캠페인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 드렸습니다. 만약, 내가 인종차별을 당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는 상황에 차분히 응답하는 것인데요. 화를 내거나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문제가 되는 말과 행동을 먼저 지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방금 하신 말은 아주 공격적이고 무례하네요.”라든지, “자신을 위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좀 존중해 주세요”라는 말을 하는 거죠. 이렇게 말이 통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인데…안타깝지만 상대하지 않고 자리를 피하는게 좋은 상황도 있습니다. 두 번째 상황인데요. 말로 도발을 부추기는 상황 또는 상대방이 술이나 마약에 취해 있거나 또는 폭력성을 띠고 있어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라면 사실 피하는 게 안전하겠죠. 그리고 이후에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관련 당국에 신고를 할 수 있고, 나중에 소셜미디어에 경험을 올리거나 주변 가족이나 친구에게 경험을 나누며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피해자라면 이렇게 대응을 할 수 있겠는데, 인종차별은 또 주변의 목격자들의 대응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나혜인 PD: 네, 인종차별 현장만큼 주변 목격자들의 참여로 상황이 순식간 바뀔 수 있는 현장도 없을 것 같은데요. 목격자들의 대응과 참여가 정말 중요합니다. 요즘은 많은 분들 그 현장을 모바일 폰으로 찍어서 소셜 미디어에 공개하는 걸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사건을 방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격자가 할 수 있는 첫 번째 행동은 목소리를 내는 거겠죠. 침묵은 차별에 힘을 보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때에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기보다는 문제가 되는 말과 행동을 먼저 지적하는 게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하신말 괜찮은 말이 아니에요”, “그 사람을 그냥 놔두세요”, “인종차별적인 말이에요”, “그게 왜 그렇게 웃기죠?”이렇게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처럼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두 번째 대응은 지지 의사를 보여주는 겁니다.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게 부담스러우시면 버스 운전사나 현장 담당자에게 먼저 대신 얘기해 줄 수도 있고요.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있고요. 인종차별을 받는 사람 옆에 가서 앉거나 다가가서 괜찮냐고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이런 장면을 촬영해서 증거를 남기거나 경험을 공유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진행자: 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더욱 부각된 호주의 인종차별. 어쩌면 오래된 묶은 문제들을 지금까지 제대로 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예민한 상황에서 이 문제가 바로 수면 위로 올라 온 게 아닌가 싶은데요. 코로나19가 이런 우리 사회의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나혜인 PD: 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인종차별에는 그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겁니다. 한 개인의 어떤 행동이 괴롭힘을 유발한 게 아니라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타고난 피부색, 인종 때문에 무고하게 고통을 받는 것이 인종차별입니다.  그러니, 혹시 만에 하나 갑자기 인종차별을 받는 경험을 겪으시더라도…절대 이런 상황에 처한 본인을 탓하지 마시고, 잘못된 상황에 당당하게 대처해 나가시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끝) 

호주에서는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1.5미터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함께 모일 수 있는 인원수는 여러분이 거주하고 있는 를 따라야 합니다.  

코로나19 검사가 현재 호주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감기, 독감 등의 증상이 있다면 의사에게 전화를 하거나, ‘국립 코로나바이러스 건강 정보’ 핫라인 1800 020 080으로 연락하세요.

연방 정부의 코로나19 추적 앱(COVIDSafe)을 여러분의 전화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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