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자폐 진단으로 영주권 거절’… 케언즈 한인 가족, ‘장관 개입’ 호소

자녀의 자폐 진단 기록으로 영주권이 거부된 케언즈 한인 가족이 장관의 개입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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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jae Lim was born at Mater Mothers Hospital in Brisbane in 2014. Credit: Supplied

Key Points
  • 성재의 자폐 진단 기록으로 케언즈 한인 가족 영주권 거절
  • 가족이 호주에 남기 위해서는 내무부 장관의 개입 필요
  • 장관의 도움을 호소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 펼쳐져
호주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임현신 씨와 아내 양유진 씨는 아이들과 함께 호주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부부는 2013년 생후 3개월 된 딸과 함께 호주에 이민왔다.

둘째 아이 성재는 2014년 브리즈번에 있는 마터 마더스 병원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호주에서 이들 가족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성재가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가족의 영주비자가 거절됐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곧바로 행정 항소재판소에 항소를 했지만 기각 결정을 통보받았다. 가족이 호주에서 계속 살기 위해서는 이민 담당 장관의 도움이 절실하다.

호주 생활의 꿈

아버지 임현신 씨는 2000년대 초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왔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현신 씨의 당시 경험은 아내와 함께 호주 이민을 결심하는데 중요한 촉매제가 됐다.

처음에는 골드코스트에 정착했지만 영주권을 받고 호주에 정착하기 위해 케언스로 이주했다.

케언스에서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는 현신 씨는 다른 조건들이 충족된 후 영주 비자인 RSMS비자(Regional Sponsored Migration Scheme(subclass 187))를 신청했지만, 둘째 아이 성재가 건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2021년 7월 비자 승인이 거부됐다.

호주에서는 의료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예상 치료비를 기준으로, 건강 상 이유로 비자 승인이 거절될 수 있다.

가족은 행정 항소재판소(ATT)에 항소를 했지만 올해 7월 이 또한 기각 통보를 받았다.

행정 항소재판소는 성재의 중등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 때문에 특수 교육과 연방 정부의 장애 지원 서비스 등 성재에게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임씨 가족은 8월에 이민법 351조에 따라 가족이 호주에 영구히 정착할 수 있도록 장관이 개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만간 비자가 만료되는 가족들은 이민 결정을 기다리거나 장관의 개입을 구하는 사람들이 신청할 수 있는 브리징 비자(Bridging Visa E: BVE)를 신청했다.

“메디칼 이슈”

성재가 2살 때 유진 씨는 아이가 감기 증세를 자주 보이고 고열이 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유진 씨는 아들이 2016년 말부터 넉달 넘게 감기로 여겨지는 병을 앓았고, 이 기간동안 성재의 상태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케언스 병원에서 성재는 천식과 감기 진단을 받게 된다.

성재가 3살 때 유진 씨는 다른 의사를 찾아갔고 이번에는 성재에게 자폐증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유진 씨는 성재의 언어 지능, 학습 능력, 사회성은 몇 년간의 치료 기간 동안 현저히 감소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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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m family is facing a struggle to stay in Australia after the residency application for their son was rejected on medical grounds. Credit: Supplied

“성재의 상태는 점차 호전”

성재의 언어 능력 저하가 걱정된 부모는 성재를 여러 병원에 데리고 갔다. 그러던 2018년 9월 감기 후유증으로 성재의 귀가 막혀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이후 2018년 12월 성재는 이어튜브 삽입 수술(ear tube insertion surgery)을 받았고 이후 아이의 상태는 호전됐다.

유진 씨는 “귀속 안쪽 중이에 물이 차서 소리가 들리지 않던 상태로 이어튜브(ear tube)를 삽입해서 체액을 귀 밖으로 빼주는 간단한 수술”이라며 “귀 수술 후 귀가 들리기 시작해서인지 아이의 언어 발달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 했다”라고 말했다.

유진 씨는 수술 이후 성재의 언어 사용 능력과 사회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내년에는 친구들과 함께 정규 수업을 듣는데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단어 몇 십개 밖에 말하지 못하던 상태에서 문장으로 구성된 말들을 하기 시작했고 사용 횟수도 증가 했다”라고 강조했다.

어머니로서 아들이 사랑한다고 하는 말을 듣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한 유진 씨는, 요즘에는 성재로부터 그런 말을 자주 들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유진 씨는 “하지만 자폐라는 아이의 기록 때문에 가족의 영주 비자가 거부됐고 성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호주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소아과 의사인 팀 워녹 박사는 2022년 5월 전문의 보고서를 통해서 “성재가 좋은 발달 과정을 보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호주 최대의 자폐증 전문 서비스 제공 업체인 Aspect(Autism Spectrum Australia)는 자폐증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그들의 환경을 경험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고 정의한다.

자폐증 환자의 상태는 모두 다르며, 자폐증을 '스펙트럼'이라고 묘사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호주에는16만 4,000명이 자폐증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2년과 비교해 42.1%나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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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jae Lim

앞으로 어떤 일이?

유진 씨는 호주에서 비자를 받지 못하고 추방될 경우 아이의 발달에 미칠 영향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유진 씨는 “성재는 호주에서 태어났고, 영어가 아이의 모국어”라며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성재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어린 나이에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라고 염려했다.

성재 가족을 돕기 위해 온라인 청원 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케언즈에 사는 에드워드 김 씨는 “이제 남은 방법은 장관 청원밖에 없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한인들이 청원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씨는 “성재가 수술 후 청력을 회복해 지금은 아주 많이 좋아져서 내년에는 학교에서도 정상 학급에서 보통 학생들과 자유롭게 수업할 수 있게 됐다”라며 “어린 자녀가 한국으로 가서 살아야 한다면 생소한 언어를 다시 배워야 한다. 자폐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처우 역시 호주와 현격하게 다르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모진 고문과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온라인 청원 캠페인에는 1만 5,000명 이상이 서명을 한 상태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서 성재 가족은 “여러분이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7살 아이라고 상상해 보라. 그리고 어느 날 자폐증이 호주 사회에 엄청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더 이상 호주에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생각해 보라”라고 말했다.

가족은 청원 사이트에서 “어린아이가 가져올 경제적 부담이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라며 “지난 10년간 가족이 기여한 공로와 향후 기여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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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jae Lim Credit: Supplied (Lim Family)
이들은 "가족이 신청한 지역 후원 비자는 호주 지방 지역의 숙련 기술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것으로 가족들이 이미 호주 지역 경제 발전과 인구 증가에 도움을 줘왔고 앞으로도 계속해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SBS 한국어 프로그램은 이번 일을 문의하기 위해 내무부에 연락을 취했다.

내무부 대변인은 개별적인 케이스에 대해서 내무부가 코멘트를 할 수는 없다며, 호주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이 호주에 입국하거나 호주에 머물기 위해서는 1958 이민법과 1994 이주 규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호주에 머무는 동안 합법적인 이민자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비자 소지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서 장관 개입은 독특하고 예외적인 상황을 지닌 적은 수에 한 해, 그렇게 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 이뤄진다며, 결정 권한은 장관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임씨 가족들은 “어린아이의 잠재적인 경제적 부담을 근거로 한 결정을 철회해 달라”라며 “가족이 케언스 지역 사회에 계속해서 사회적, 경제적 기여를 할 수 있게 허락해 달라”라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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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15 November 2022 9:40am
Updated 22 November 2022 4:21pm
By Justin Sungil Park, Carl Dixon
Source: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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