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드니 영화제 공식 초청,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 '장손'의 오정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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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회 시드니 영화제 공식 초정작 독립 장편 '장손(House of the Seasons)' 촬영 현장. 장손 성진역의 강승호 배우(왼쪽), 오정민 감독(오른쪽)

3대로 이루어진 대가족의 서사를 통해 '사라져 가는 것들'과 '살아갈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오정민 감독의 독립 장편 영화 '장손(House of the Seasons)'이 제71회 시드니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Key Points
  • 제71회 시드니영화제…6월 5일~16일, 한국영화 3편 포함 200여 편의 세계적 수준작 선보여
  •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만장일치 3관왕의 '장손(오정민 감독)'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상영
  • "극장에 들어와서 모든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행위는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의미"
  • "메시지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 자신의 가족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올해로 제71회를 맞이한 시드니 영화제가 6월 5일부터 16일까지 스테이트 시어터에서 세계적 수준의 영화 200여 편을 선보이며 시드니 겨울 문화 일정의 하이라이트를 이룹니다.

올해는 모두 3편의 한국 영화가 소개되는데요. 이 가운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의 쾌거를 이룬 오정민 감독의 독립 장편 <장손>이 시드니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돼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제에 앞서 오정민 감독님 연결했습니다. 영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화정 PD : 감독님, 안녕하세요?

오정민 감독: 네 안녕하세요. 오정민입니다. 반갑습니다.

유화정 PD: 시드니 영화제 초청작 선정을 먼저 축하드립니다.

오정민 감독: 네 감사합니다.

유화정 PD: 감독님뿐만 아니라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함께한 많은 분들이 큰 기대를 가지고 계실 텐데요. 이번 시드니 영화제 참석 소감을 먼저 간단히 주신다면요?

오정민 감독: 네 이번에 시드니 영화제가 이제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상영을 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이때까지 국내 관객들에게만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이제 해외 관객들 그리고 특히나 호주 한인 동포 여러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어떻게 보실지 참 궁금합니다.

유화정 PD: <장손>은 지난해 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3관왕을 차지했고요. 이어 49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넥스트링크상 등을 수상하며 올해의 화제작으로 크게 주목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서 3대에 걸친 대가족의 서사를 담은 영화를 만들게 된 어떤 특별한 동기가 있으셨나요?

오정민 감독: 저는 이제껏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영화를 계속 찍어왔었는데요. 20살 때 이제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제가 느꼈던 어떤 어른의 세계들을 이제 영화를 찍고 싶었고 그리고 첫 영화는 가장 시네마틱 한 영화를 찍고 싶다! 그래서 가족의 세월 긴 세월을 담는 작업을 좀 해보고 싶었습니다.
71회 시드니 영화제 공식 초정작 독립 장편 <장손>의 촬영 현장. 장손 성진역의 강승호 배우(왼쪽), 오정민 감독(오른쪽)_main still.jpg
71회 시드니 영화제 공식 초정작 오정민 감독의 독립 장편 '장손'
유화정 PD: <장손>에 앞서서는 2016년 '연지' 2018년에는 '성인식' 등 독립 단편 영화로 국내외 다수의 영화제에서 탄탄한 연출력을 인정받으셨는데요. 평소 모든 영화의 대본을 직접 쓰신다고요?

오정민 감독: 네 그 이때까지는 계속 그래 왔고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계속 제가 직접 글을 쓰고 싶습니다.

유화정 PD: 국문학을 전공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영화 공부 전에. 아무래도 필력이 남다르시지 않겠어요? (웃음)

오정민 감독: 그렇다기보다는 고등학교 때는 이제 소설을 쓰고 싶었고요. 그러면서 이제 영화를 보면서 이 사람의 살갗이 드러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좀 더 글보다는 영화라는 매체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제 대학교를 진학을 하려고 했었는데 좀 더 인문학적인 공부를 먼저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국문학과를 전공했고요.

유화정 PD: 그럼 영화 공부를 시작하신 건 대학을 졸업하시고?

오정민 감독: 학교에도 이제 복수 전공으로 영상학과를 전공을 했었고요. 졸업하고 한국 영화 아카데미를 가서 이제 1년간 공부를 했습니다.

유화정 PD: <장손>은 얼마 기간 동안에 쓰신 작품이에요?

오정민 감독: 일단 시나리오는 한국 영화 아카데미를 들어갔던 2017년 이전에도 있었고요. 그리고 투자를 받기 위한 노력은 2018년도부터 노력을 해왔고. 결국 촬영은 2022년에 들어가게 됐으니까 최소 5년 이상을 이 작품에 좀 매달려 있었습니다.

유화정 PD: 그러네요. 쉽게 나온 작품이 아니네요. 영화는 일반적으로 그 도입 시퀀스의 몇 분이 영화의 흥미를, 나아가서는 영화의 흥행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장손>의 도입부는 뭐지? 왜 안 보이지? 내 눈이 흐린가? 눈을 비비며 시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더라고요. 왜 이런 도입을 시도하셨어요?

오정민 감독: 극장에 들어와서 모든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행위가 저는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간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우리 삶과 결코 떼어낼 수는 없겠지만, 저는 어떤 영화로 가는 어떤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직접 영화를 다 보시면 엔딩까지 영화를 다 보신다면 그 각자만의 답을 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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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회 시드니영화제 공식 초청작 '장손(House of the Seasons)'의 오정민 감독
유화정 PD: 극 중에서 주인공 장손 '성진'이 가업인 두부 공장을 마다하고 영화인의 길을 가고 있는데요. 혹시,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가 감독님의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낸 것 아닌가 하는 그런 의문이 들었는데요. 어떤가요?

오정민 감독: 그런 질문을 많이 받곤 하는데요. 사실 시작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을 했지만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면서 제 이야기보다는 좀 더 보편적이고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를 담을 수 있는 그런 레이어가 많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유화정 PD: 영화 전반에 걸쳐서 집이 강조됩니다. 봉준호 감독님은 영화 '기생충'에 맞는 집을 찾기가 어려워서 아예 대저택을 새로 지었다고 예전에 저희 방송 인터뷰에서 언급하셨는데요. 오정민 감독님은 이 <장손>에 안성맞춤인 집을 어떻게 구하셨어요?

오정민 감독: 물론 봉준호 감독님처럼 이제 큰 예산의 영화를 만들면 직접 짓는 게 가능하겠지만 <장손> 같은 경우는 저 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사실 세트 작업은 불가능했고요. 다만 이게 운인지 불운인지 모르겠지만 투자를 받기까지 오래 걸리는 바람에 PD와 되게 오랜 기간 로케이션을 찾을 수 있었고, 결국 촬영 전에 전까지 고생을 하다가 합천에서 이 집을 발견했고. 너무 만족스러운 집이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손 촬영
'장손' 촬영 현장
유화정 PD: 네 그래도 집을 빌릴 때는 뭐 얼마 간의 지불이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오정민 감독: 그럼요. 그런데 합천에서 저희는 2022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2월까지 약 반년 정도를 빌려야 했기 때문에 되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이 집주인 선생님께서 어르신께서 이 집에 대한 사랑이 넘치셔서 영화에 담을 수 있다면 당신의 집이 계속 남을 수 있는 거라며 되게 기뻐하셨어요. 그래서 감사하게도 저희가 힘들긴 했지만 되게 뿌듯하게 영화를 봐주시면서 고생했다 이렇게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유화정 PD: 그 소품들도 아주 특별했어요.

오정민 감독: 네 집에 선생님께서 직접 쓰시는 물건도 많았고 사실 이런 디테일한 소품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미술팀이 많이 빼고 새롭게 배치하고 그리고 서울 세트 소품 창고에서 가져와서 이렇게 되게 조화롭게 꾸몄습니다.

유화정 PD: 영화에서 각 가족 구성원의 캐릭터가 아주 매우 분명하게 드러나는데요. 대가족의 내밀한 그 가정사를 미스터리한 무드로 이끌어주기도 합니다. 이 출연진들, 원로 대배우 손숙 배우를 비롯해서 최고 경력의 배우들을 섭외하는 것이 글쎄요, 독립 영화에서 쉽지 않았을 텐데요. 어떻게 가능했습니까?

오정민 감독: 저도 이렇게 많은 캐스트 분들을 모시는 영화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요. 사실 시나리오를 배우분들이 대부분 좋아해 주셨습니다. 일단, 차미경 배우 같은 경우는 저희 졸업 영화 때 주인공이었고요. 그리고 이후에 손숙 선생님께서도 시나리오를 보내고 한 3일 만에 하겠다는 답장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또 차미경 선배님 소개로 오만석 배우님도 이렇게 참여를 하게 되었고. 아마 주인공 성진 역할에 강승호 배우가 제일 마지막으로 캐스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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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의 할머니 역의 손숙 배우
유화정 PD: 강승호 배우를 선택한 데는 어떤 감독님만의 뭐가 있으셨나요?

오정민 감독: 장손 역할의 성진 경우는 저는 어떤 젊은 세대의 초상 같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특징이 개성이 되게 강한 배우가 아니라 되게 다양한 면모로 이 사람의 모습이 보여졌으면 좋겠다, 선악이 되게 다양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강승호 배우가 딱 그러했습니다.

유화정 PD: 3대로 이어지는 대가족의 전형적인 모습 이면에는 구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갈등이 세세하게 그려집니다. 예를 들면 자정에 드리던 제사를 저녁 9시로 당기자는 이 신세대 손주들의 요청을 할아버지가 수락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시대에 맞춰 변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느꼈습니다. 감독님의 의도하신 부분인가요?

오정민 감독: 저는 한 세대의 신념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무리 강해봤자 세월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화정 PD: 아주 짧은 답변을 주셨어요. 영화의 영어 제목이 <장손>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House of the Seasons> 라고 했는데요. 어떤 포괄적 의미를 담으셨나요?

오정민 감독: <장손>은 한 인물보다는 이 가족 집안 자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들은 변해가지만 그 시간을 담은 집은 그대로 남아있는 그 상황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유화정 PD: <장손>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촬영 감독 조합이 주는 CGK 촬영상을 수상할 만큼 아주 뛰어난 영상미와 아름다운 미장센을 자랑하는 영화로 꼽히는데요. 감독님이 뽑으시는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장면을 추천해 주신다면 어떤 장면일까요?

오정민 감독: 저는 일단 모든 장면을 좋아하고요. 한 장면을 뽑으면 아마 나머지 장면들이 좀 삐질 것 같습니다. (웃음) 개인적으로 제가 부탁이 있다면 영화의 시작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끝까지 관객분들이 극장에 남아서 영화를 지켜봐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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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손'의 3대. 앞줄 오른쪽 할아버지 역의 우상전 배우, 앞줄 왼쪽 아버지 역의 오만석 배우, 가운데 장손 성진역의 강승호 배우
유화정 PD: 혈혈단신으로 가구를 일군 할아버지의 장손에 대한 남다른 기대는 영화의 결말에서 전 재산이 담긴 통장을 손자에게 건네주는 방식으로 표현되던데요. 이때 차창으로 햇살이 비추어지고 장손 '성진'의 그 감정이 표출되지 않는 알듯 말듯한 그런 표정이 굉장히 인상에 남았어요. 관객들은 이 장면에서 어떤 해석을 하면 좋을까요?

오정민 감독: 이 장면을 찍기 위해서 되게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자연광으로 찍고 싶어서 겨울에 그 공간으로 차창으로 주인공 얼굴에 부딪힐 수 있는 도로를 찾는 데만도 되게 오래 걸렸고요. 그리고 그 도로에서 빛이 떨어지는 시간대가 1시간이 채 안 돼서, 그렇다면 테이크를 한 다섯 번 정도밖에 못 가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을 구현하는 데 되게 오랜 시간이 걸렸었고, 해석은 저는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에 가깝기 때문에, 그 부분은 관객들이 보시면서 각자의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어떤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유화정 PD: <장손>의 명장면으로 영화의 엔딩을 또 꼽지 않을 수 없는데요. 카메라는 흩날리는 눈발과 할아버지를 롱테이크로 담아내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할아버지를 따라 계속 주시하게 이끄는데요. 영화가 끝나도 관객들의 시선은 한쪽 끝을 헤매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 긴 여운을 통해 감독님, 또 이런 질문을 드리면 뭐라 하실 것 같은데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어요?

오정민 감독: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메시지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쪽에 가깝긴 하고요. 다만 그런 연출적인 욕심은 있었습니다. 엔딩에서 어떤 한 세대의 퇴장을 보여주는데, 관객들이 그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이 영화가 단순히 영화관 속의 영화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 속에도 반영되는 그리고 영혼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로 하여금 자신의 가족을 되돌아볼 수 있는 어떤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참 의미가 있는 일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유화정 PD: 감독님과의 연결을 참 잘한 것 같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그 긴 여운이 정말 내면으로 전해지면서 이 영화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또 들었습니다. <장손>의 한국 상영관 개봉이 올해 말로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천만 관객 시대에 독립 영화는 1만 관객도 뉴스거리가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한국상영관 개봉에 거는 기대는 어느 정도세요?

오정민 감독: 물론 <장손>은 여러 번 볼수록 볼 때마다 감정이 다르고 다른 인물들에게 이입하면서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여러 번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얼마만큼의 극장을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얼마만의 기간 동안 영화를 틀 수 있을지는 제가 장담할 수는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비관을 하고 싶지는 않고요. 관객들을 위한 영화니까 관객들께서 잘 판단해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화정 PD: <장손>이 호주에서 먼저 공개되는 만큼 호주 한인 동포들의 입소문을 타고 한국으로 좋은 기운이 전해지길 바라겠습니다. 감독님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시드니에서 뵙겠습니다.

오정민 감독: 네 감사합니다. 한인 동포 여러분 곧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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