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세계 책의 날’에 돌아보는 코로나로 망가진 우리의 일상과 '독서 열기'

23 April 'World Book and Copyright Day' UNESCO

23 April 'World Book and Copyright Day' UNESCO Source: LitHub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의 일상을 망가뜨렸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를 새로운 취미로 선사했다. 전 세계적으로 독서량이 급증하면서 코로나 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출판계와 온라인 서적 판매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입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이란 말이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 출판업계는 책을 여행의 대체제로 제시했습니다. 코로나19에 '집콕'한 사람들이 바꾼 출판시장의 현재를 만나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 세계인의 독서 증진 장려
  • 호주 베스트셀러… ‘세상이 어두워질 때 당신을 지탱하는 것들’
  • 한국은 주식·증권·자기 계발서 어린이·청소년 책 역대 호황

진행자: 매년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입니다. 정식 명칭은 'World Book and Copyright Day'로 엄밀히 말하면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죠. 4월 23일을 ‘세계 책의 날’로 정한 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요?

유화정 PD: ‘세계 책의 날’은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 축제일인 '세인트 조지 데이'(St. George’s Day)에서 유래합니다'세인트 조지 데이’인  4월 23일 . 까딸루니아에서는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남성은 여성에게 장미꽃을 선사하고, 여성은 남성에게 책을 선물하는 오랜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마침 이날은 1616년 (4월 23일) ‘돈키호테’를 쓴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의 사망일이자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날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를 담아 1995년, 유네스코(UNESCO)는 이날을 `세계 책의 날`로 제정하고 세계인의 독서 증진과 도서 출판을 장려해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매년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시민 423명에게 책과 장미꽃을 선물하는 책드림’ 행사가 열립니다.

Barcelona celebrates Catalonia's patron saint on April 23 with books and roses
Barcelona celebrates Catalonia's patron saint on April 23 with books and roses Source: Getty Images


진행자: 책을 선물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는 스페인이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일 같지만, 세계 독서량 1위는 스웨덴이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는데요. 어릴 독서습관이 요인이라고 하죠?

유화정 PD: 스웨덴은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고, 아동문학이 크게 발달한 것도 독서율 세계 1위 비결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웨덴은 바로 ‘말괄량이 삐삐’의 나라이기도한데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쓴 말괄량이 삐삐는 70개 언어로 번역돼 6000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말괄량이 삐삐’는 스웨덴 어린이들의 자부심입니다. ‘말광량이 삐삐’는 원래 엄마 린드그렌이 딸에게 자장가 대신 들려주던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또 하나 특이점으로 스웨덴은 전 연령대에 걸쳐 여성의 독서율이 매우 높습니다. 여성의 독서율은 90% 전후로, 55~65세의 독서율은 무려 93.4%에 이릅니다. 하루 종일 책을 끼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같은 연령대의 한국 여성 독서율은 49.8%로 대조를 이룹니다.

진행자: 한국인의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평일 기준 6분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독서가 새로운 취미로 급부상하면서 독서량이 급증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죠?

유화정 PD: 코로나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무엇보다 야외 여가 활동이 제한되면서 '집콕'의 분출구로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독서로 관심이 향한 것으로 보입니다.

책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자 유통업체들은 도서 이용자의 소비패턴을 파악하고 신속 적절하게 대응했는데요.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들은 새벽 배송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바로 전날 밤 주문한 책을 새벽에 받아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독서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코로나 19 여파에도 전체 서적 판매량은 7.3 퍼센트 이상 늘었습니다.

진행자: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없네요. 팬데믹 이후 독서량 급증은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한데요. 특히 전국 규모의 다운이 이어졌던 영국은 온라인 서점 매출이 400% 늘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유화정 PD: 영국 BBC에 따르면 또한 락 다운 후 온라인 이용이 가능한 영국 공립도서관 신규 이용자 등록이 600% 이상 폭증하면서 12만 명이 새롭게 이용 등록을 했습니다. 공립도서관의 e북, 전자잡지, 오디오 북의 대출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락 다운 전과 비교해서 영국에서 판매 격증한 책으로는 페스트의 대유행을 소재로 한 소설 카뮈의 ‘페스트’와 네이선 울프의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 등입니다. 이외에 범죄소설이나 스테디셀러 작품이 인기가 높았습니다.

진행자: 베스트셀러는 나라와 사회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증거라고 있죠. 바이러스 시대 베스트셀러는 평상시와 다른 성격의 책이 것은 당연하다 싶은데요. 세계적으로 어떤 책들이 많이 읽혔나요?

유화정 PD: 2020년 5월 미국 출판계를 뜨겁게 달군 베스트셀러는 에릭 라슨의 ‘영광과 오욕(The Splendid and the Vile)’입니다. 아마존닷컴 논픽션 부문 1위로 전염병 시국 미국의 독보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는데요. 이 책은 부제로 ‘처칠 가족 그리고 런던 공습 당시의 저항에 관한 스토리(A Saga of Churchill, Family, and Defiance During the Blitz)’라는 긴 타이틀을 달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줄리아 베어드(Julia Baird)의 ‘Phosphorescence(인광: 경외심, 경이, 세상이 어두워질 때 당신을 지탱하는 것들)’이 2020 - 2021 베스트셀러로 주목받았습니다. 여성 정치 언론인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줄리아 베어드는 현재 ABC의 시사 프로그램 ‘더 드럼( The Drum)’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이밖에 이탈리아 작가 파울로 볼자키엘로(Paolo Borzacchiello)가 쓴 ‘마음을 안정시키고 최적의 말을 사용하자’, 일본에서는 ‘하루 1쪽씩 읽는 것만으로도 체득할 수 있는 세계의 교양 ’이란 책이 코로나 시대 넘버원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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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seller Source: Getty Images


진행자: 한국에서는 2020 출판계 키워드로 크게 '코로나'와 '재테크'였던 것으로 분석된 있는데요. 코로나19 확산 상황 속에서 주식·부동산 투자 열기와 맞물려 재테크와 자기계발 도서 판매가 급증했죠?

유화정 PD: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재테크와 자기 계발 분야 서적 판매가 크게 늘었습니다. 주식·증권 분야 도서 주 구매층은 30~40대로, 재테크 열풍 속에 주식·증권 분야의 도서 판매량이 200% 이상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30위 안에 ‘존 리의 부자 되기 습관’ ‘돈의 속성’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 하기’ ‘부의 대이동’ ‘부의 인문학’ 등 관련 서적이 7종이나 이름을 올렸는데요. 이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면서 부자가 되는 기회를 잡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는 자기 계발서 ‘더 해빙’입니다. 불안한 시대에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부를 일굴 수 있다는 내용으로 자기 계발서가 베스트 셀러에 오른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입니다.

진행자: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영화·공연계를 비롯한 문화계 전반이 코로나에 직격탄을 입은 반면, 어린이와 청소년을 겨냥한 출판시장은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리는 이변이 벌어졌다고요?

유화정 PD: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습 결손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주문하면서 도서 구입 열풍이 분 것인데요.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도 안 가고 도서관도 갈 수 없어서 책을 사주게 되고, 남의 손을 탄 중고책은 왠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서워 구입하기 찜찜해 새 책을 사게 됐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청소년 소설의 경우 전년 대비 무려 120.7% 판매가 폭증하며 역대 최대 호황을 누렸고, 게임과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집콕` 자녀와의 갈등에 해법을 제시하는 자녀교육서들도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진행자: 출판업계와 서점업계의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나오고 있나요?

유화정 PD: 올해 독서 시장도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든다고 해도 외부활동에 제한이 있을 수 있고, 독서에 대한 관심이 한순간에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특히 오디오북 업계 성장은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으로 코로나 이전부터 이어져온 만큼 장밋빛 전망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전자책의 형태는 터치 방식으로 책장을 넘기는 방식에서 비접촉식 오디오 북 형태의 전자책들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 빌 게이츠의 어록이죠. 책을 자주 접하고 매일 한 페이지라도 읽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 읽는 것이 점점 습관화가 되지 않을까요.. 오늘 컬처 IN은 ‘세계 책의 날’을 주제로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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