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브리핑: “IT 기술이민자들의 선택은 호주 아닌 캐나다?”

A man smiling

Nathan Sabherwal, of recruitment agency Randstad, says it's very difficult to find good tech workers in Australia. Source: Supplied

왜 기술 인재들이 호주가 아닌 다른 나라를 선택하고 있는걸까요? 이민 정책을 수정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이하 진행자): 호주의 기술이민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이민 정책 중 하나로 경쟁력 있는 국가로 손꼽혀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숙련된 기술을 가진 인재들이 선택하는 나라는 호주가 아닌 캐나다 또는 그 이외의 영어권 나라들이 앞서 나가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늘 경제브리핑에서는 이와 관련한 내용 알아봅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연결돼 있습니다. 왜 기술 인재들이 호주가 아닌 다른 나라를 선택하고 있는 건가요?

홍태경 PD: 호주는 오랫동안 숙련된 기술이민자들이 이주할 수 있는 최고의 목적지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캐나다와 영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들 나라들은 이민자 수용을 늘리고 기술이민자를 위한 특별 비자를 제공하는 등 발 빠른 이민 정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에 따라 이민 전문가들은 호주가 접근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호주가 더 많은 이민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이민 정책을 수정하고 있는 영국, 캐나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실제로 현장에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건가요?

홍 PD: 시드니에 있는 채용 대행사 랜드스타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데이터 엔지니어링 및 분석가 채용을 담당하는 네이선 사버왈 씨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국내 기술 산업에서 좋은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1년 반 전만 해도 하루에 800~900달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인 업무 담당자를 찾으려면 이제는 하루 1100~1300달러의 연봉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본인도 인도에서 IT를 전공한 사버왈 씨는 인력 부족의 원인 중 하나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비해 현재 호주에 들어오는 숙련된 기술이민자의 부족 현상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사버왈 씨는 "사람들은 여전히 호주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으며, 예전과 같은 인구 유입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팬데믹을 겪으며 많은 유학생이나 임시비자 이민자들이 해외로 떠나면서 인력 유출이 심각했는데요, 그 여파가 IT분야에 어김없이 나타나는군요.

홍 PD: 호주 국경이 다시 개방된 2020년 중반 이후 호주는 60만명 이상의 인구를 잃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 중 83%가 노동연령층이라고 호주경제개발위원회(CEDA)는 분석했습니다. 호주는 많은 필수 직종 인력을 채우기 위해 이민자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인데요, 2022년 7월부터 올해 9월 사이에 부여된 임시 기술이민비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직업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ICT 비즈니스 분석가, 요리사, 상주 의료직 및 개발직 프로그래머입니다. 호주기술위원회(Technology Council of Australia) 케이트 폰더 CEO는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사이버 공격 증가의 여파로 전 세계 기업들이 IT 인력을 찾는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IT 산업계에서도 인도계 이민자들이 주요 직종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알파벳(Alphabet, 구글 모기업)의 CEO인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 트위터의 CEO(최근 일론 머스크에 의해 해고되기 전까지)였던 파라그 아그라왈 등 인도계 이민자들이 IT업계의 고위직에 다수 분포해 있습니다.
Google Chief Executive Officer Sundar Pichai
Google Chief Executive Officer Sundar Pichai says the company is committed to transparency. Source: AAP
호주기술위원회 폰더 대표는 "다른 나라에서는 IT 분야의 인도출신 기술 이민자들을 글로벌 기술 회사에서 리더십 역할을 맡고 있는 이 엄청난 기회와 가치 있는 사람으로 볼 것"이라며 "그래서 인도가 우리 문 앞에 와있다는 사실은 이제 호주의 가장 큰 유학생 원천”이며 “이는 호주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큰 기회이고 세계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있는 일부 방식을 모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호주에서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국내 임시 기술이민자 중 11,000명 이상이 인도 출신으로 전체 프로그램의 20%를 차지했습니다. 두 번째로 큰 그룹은 거의 8,000명을 차지한 영국(14%)과 약 7,000명의 필리핀(12%)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비슷한 기술 이민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다른 국가들은 어떤 상황인가요?

홍 PD: 영국은 이미 인도 출신 기술이민자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있으며, 2023년 초에 개설될 예정인 새로운 영국-인도 청년 전문가 제도(UK-India Young Professionals Scheme, 18세에서 30세 사이의 학위 교육을 받은 인도 국민이 최대 2년 동안 일할 수 있으며, 연간 3,000명에 발급)를 통해 젊고 능력있는 기술이민자들을 유치할 예정입니다.

폰더 대표는 호주의 IT 산업은 지난 10년동안 경제의 두 배 속도로 성장해 왔으며 그 성장 추세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서 충분한 수의 국내 호주인들을 훈련시키는 데 실패했으며 호주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학위를 공부하는 사람들 중 약 3분의 2는 유학생이었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일부 비자 요건 때문에 졸업 후 2년 이내에 호주를 떠났거나, 이로 인해 호주에서 인턴십을 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호주에서는 현실적으로 인력 부족 현상을 계속 예상해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정책적 변화가 없지 않았습니까?

홍 PD: 그렇습니다. 팬데믹 이후 알바니지 정부는 학사 학위를 공부하는 유학생들의 졸업 후 비자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했지만, 폰더 대표는 그들이 공부하는 동안 졸업 후 비자 신청서가 빠르게 발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팬데믹 기간 이민자의 부족 현상은 기술 산업에 진정한 인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이는 결국 호주인들이 이러한 기술 직종을 위해 훈련받는 동안 기술이민자들이 그 격차를 메우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호주 인디아 인스티튜트(Australia India Institute)의 리사 싱 CEO는 호주의 기술이민자들의 절반이 실제로 다른 산업에서 일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약 10만 명의 기술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따라서 숙련된 이민자들을 유치하고 해외에서 얻은 그들의 자질과 기술을 제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호주간호조산사연맹(Australian Nursing and Midwifery Federation)도 대규모 퇴직 사태 가운데 간호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애니 버틀러 ANMF 대표는 7월 기준 구인 광고하고 있는 일자리 수가 작년 이맘때보다 두 배 증가했다"며 "전국에 적어도 8,000명의 구인 광고가 있지만, 이는 아마도 저평가된 숫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호주는 또한 가장 비슷한 기술 이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가죠, 캐나다와 경쟁 구도에 있다고 볼 수 있을텐데요, 캐나다는 기술 이민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야심찬 계획 추진하고 있다고요?

홍 PD: 인구 3,800만명의 캐나다는 2023년 46만5,000명, 2024년 48만5,000명, 2025년 50만명의 신규 영주권자를 맞이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습니다. 호주의 2022-23 이민 프로그램(인구 2,600만 명)이 19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캐나다의 야심찬 이민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기업, 학계 및 자선 단체의 네트워크인 Century Initiative의 리사 랄랑드 대표는 CEDA 회의에서 "직원이 부족해 병원들이 응급실을 폐쇄하고 있다"면서 "광업, 제조업, 숙박업, 식품 서비스업 등 여러 업종에 걸쳐 이와 같은 인력 부족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STEM 분야에서도 인력 부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이나 세금 기반이 마련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랄랑드 대표는 인구 고령화 속에서 캐나다의 경쟁력과 감소하는 생산성을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민이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센추리 이니셔티브는 2100년까지 캐나다의 인구를 1억 명까지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민 시스템은 후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미국조차도 시스템을 현대화하고자 노력 중인 상황인데요, 미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홍 PD: 미국의 이민 시스템은 느리기로 악명이 높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 중입니다.

2021년 1월 백악관에 입성한 첫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고용 기반의 밀린 비자 처리를 해소하고, 사용되지 않은 비자 수의 재할당을 허용하며, 긴 대기 시간을 줄이고, 매년 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에게 7% 이상의 영주권을 발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존재했던 상한선을 없애는 법안을 의회에 넘긴 바 있습니다.

아직 통과되지 않은 이 법안은 높은 STEM 학위를 가진 미국 대학 졸업생들이 국내에 더 쉽게 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취업 기반 영주권을 원하는 이들에게 불필요한 장벽을 없애길 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조치가 아직 법으로 제정되지는 않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이민자들에게 발급되는 비자 수에 대한 제한을 해제한 바 있습니다.

영국의 이민 프로그램도 인재 유치를 위한 유연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새로운 영국-인도 청년 전문가 제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난 8월 영국 정부는 특정 분야의 고성장 기업들이 새로운 스케일업 비자를 통해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유치할 수 있는 더 큰 유연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스케일업 비자를 받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인재들은 첫 6개월 거주 이후에 추가적인 후원이나 허가 없이도 2년 동안 영국에서 살 수 있게 됩니다. 이 비자를 위해 인재를 후원할 자격이 있는 사업체는 최소 3년 동안 전년 대비 고용 또는 이직률이 20% 이상 성장해야 하며, 3년 전 당시 최소 10명을 고용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 밖에도 중국과 인도도 인재를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점점 더 자국의 "인재 유출"을 인식하고 있으며, 많은 우수한 인재들을 해외 대학과 취업 기회에 빼앗기지만 이후 자국으로 유인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자국민들이 해외에서 귀중한 교육과 업무 경험을 얻은 후 본국으로 유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예를 들어, 우시(Wuxi) 시는 2006년에 기업들에게 우시 정부와 50%의 파트너십을 제공함으로써 해외 기업가들을 모집하기 위한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중국인 기업가들에게 제공되는 인센티브로는 2~3년간 세금 면제, 무료 근무 공간, 자녀를 위한 학교나 배우자를 위한 구직 지원 등이 제공됩니다. 인도 정부도 기업인들의 귀환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호주 정부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인력 유치 경쟁에서 더 이상 늦장부리는 것은 호주 경제에도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요?

홍 PD: 그렇습니다. 앤드류 자일스 호주 이민부 장관은 숙련된 기술 인력의 부족이 호주가 직면한 가장 큰 경제적 도전 중 하나라고 인정했습니다. 지난달 CEDA 이민 관련 회의에서 자일스 장관은 "어떤 이민자도 '영구적으로 임시 비자’여서는 안 되며 새로운 비자 프로그램은 단순히 임시 이민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몇 년 동안 확실성 없이 어려운 조건에서 사는 것을 강요하지 않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또 유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도록 비자 조건을 확대하는 것 외에도 호주-인도간 경제협력무역협정(Australia-India Economic Cooperation and Trade Agreement)을 통해 STEM과 ICT 학사학위를 우등으로 졸업한 인도인들에게 거주 기간 1년을 추가로 제공할 수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인재 유치를 위한 호주의 이민 시스템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이며, 전문가들은 2월 말까지 중간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기술이민자들에게 호주는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목적지 중 하나일 텐데요, 안전하고 여유로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호주의 장점이니까요.

홍 PD: 그렇습니다. 팬데믹 이전에 실시된 조사에서는 기술 이민자들이 호주를 최고의 목적지 중 하나로 꼽은 바 있습니다. 2019년 5월에 발표된 OECD 국가들의 인재 매력 지표(Indicators of Talent Attractiveness)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기회의 질", 소득 및 세금 협정, 좋은 편의 시설과 삶의 질 때문에 기술 이민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목적지로 뽑혔고 호주와 뉴질랜드는 포용적인 사회와 밝은 미래 전망을 이유로 그 뒤를 바짝 쫓았습니다.

하지만 입국을 위한 이민 정책을 고려했을 때, 미국은 비자 거부율이 낮고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에 대한 할당량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은 호주에 1위 자리를 뺏긴 바 있습니다.
List of the top 5 most attractive OECD countries for skilled workers
Australia topped the list of the most attractive OECD countries for skilled workers in 2019. Source: SBS
이렇듯 팬데믹 이전 이민 정책을 놓고 봤을 때 고도의 숙련 노동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OECD 국가 상위 5개국은 호주, 스웨덴, 스위스, 뉴질랜드, 캐나다였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모리슨 정부가 임시비자 거주자들에게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권고하고, 국경 폐쇄로 호주의 출입국을 제한했으며 자국민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재정적 지원을 거부하고, 비자 처리를 위한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임시 이민자들을 향한 부정적인 모습은 호주의 명성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이는 대유행 기간 동안 영구 이민자 수용량을 크게 늘린 캐나다가 이미 자국에 있는 임시 이민자들에게 더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주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진행자: 호주가 다시 기술이민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 기술이민자들을 위한 적극적인 이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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