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문학상 수상 서수진 작가 “호주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이야기 쓰고 싶어요"

Sue Sujin Seo, author, “I want to write a story of Koreans living in Australia… ”

Sue Sujin Seo, author, “I want to write a story of Koreans living in Australia… ” Source: Supplied

대학 한국어 어학당을 배경으로 한 소설 로 고국의 제25회 한겨레 문학상을 수상한 한인 동포 서수진 작가는 코로나19 락다운 기간 중에 수상 소식을 듣고 “어두운 터널 끝에서 빛을 만나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혜인 PD: 서수진 작가님 안녕하세요?

서수진 작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나혜인 PD: 한겨레 문학상, 5월 말에 수상이 발표됐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특히나 고국 한국이 아닌 호주에서 수상 소식을 들으셨기 때문에 좀 더 마음이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서수진 작가: 네. 특히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락다운이 완화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어요. 그래서 락 다운 기간 동안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느낌이 있었는데, 터널 끝에서 빛을 만나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당선 소식을 듣고 전화로 많이 울었는데 그게 좀 오랫동안 글을 써왔던 마음이기도 했지만 좀 락 다운 기간 동안 수업이 너무 많이 끊기고 절망적인 기분으로 보냈던 것에 대한 보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더 마음이 울컥했던 것 같아요.

나혜인 PD: 굉장히 힘들고 우울했던 시간이었는데…그래도 말씀하신 것 처럼 빛같이, 우리의 일상이 돼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드셨을 것 같기도 해요. 네. 한겨레 문학상 3천만 고료인데요. 상금은 어떻게 사용하시고 있나요?

서수진 작가: 아직 생각을 잘 못했어요. 우선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이 되면 여행을 가고 싶어요. 친한 친구들하고 발리에 가자고 말은 해 뒀는데, 정말 언제 갈 수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나혜인 PD: 네. 정말 빨리 여행 가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보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좀 해 볼 텐데요. 먼저 당선작 <코리안 티쳐> 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눠보죠. 어떤 내용인지 설명을 좀 해주시죠.

서수진 작가: 네, 우선 한국 대학의 한국 어학당에서 일하는 여성 강사 4명의 이야기에요. 아시겠지만,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 한국어 교육이 꾸준히 발전되고 확장돼 왔잖아요. 그런데 한국어 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어 강사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에 계약직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 <코리안 티쳐> 소설의 배경인 대학 어학당 역시 학기당 계약을 연장하는 시간 강사를 두고 있어요. 그런데 새로운 원장이 부임하면서 어학당 규모를 늘리고자 검증되지 않은 외국 학생들을 무더기로 데려오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필연적으로 여러 문제가 생기죠. 그 과정에서 강의 평가를 가지고 강사들을 자르게 되는 거예요. 그런 상황 속에서 4명의 시간 강사가 잘리지 않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나혜인 PD: 한국 어학당에서 근무하는 4명의 여성 강사가 주요인물인데, 한국어 선생님이 아니라 제목을 <코리안 티쳐> 로 하신 것이 눈에 띕니다. 특히, 호주에 있기 때문인지, 저는 보통 한국어로 글을 쓸 때는 영어 단어 그대로를 사용하기 보다는 먼저 한국어 단어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제목이라 많이 고심을 하셨을 것 같은데…이렇게 영어로 된 제목을 쓰신 건 어떤 의도셨는지 궁금합니다.

서수진 작가: 네. 제목에 대한 질문을 조금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선 이 책에서 4명의 시간 강사 중에 첫번째 인물이 학생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려고 준비하려는 장면이 있어요. 초급 학생들이라서 한국어를 아직 못하기 때문에 “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코리안 티쳐라고 스스로 소개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는 한국어를 가르치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어 강사보다 코리안 티쳐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떻게 이름 불리느냐가 제 책에서 굉장히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인데요. 학생이 강사의 사진을 몰래 찍어서 동의 없이 SNS에 올리는 장면이 나와요. 거기서 학생이 강사에게 코리안 핫걸이라는 해쉬태그를 붙여요. 강사는 당연히 모욕감을 느끼죠. 우리가 이렇게 불리는 이름은 우리가 받는 시선, 우리가 처한 상황으로 연결이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코리안 티쳐라는 제목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굉장히 타자화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죠.

나혜인 PD: 어학당 학생들의 모습 어쩌면 여러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은 다문화 사회 호주의 모습과도 닮아 있을 것 같은데요… <코리안 티쳐> 는 호주에서 집필하신 건가요?

서수진 작가: 네. 호주에서 썼어요.  저도 타국에서 외국인과 이방인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어학당 학생들의 모습을 지금 호주의 한국인들 그리고 저 자신에게서 발견할 때가 많거든요. 아무래도 언어적인 어려움을 겪고, 타국인이라서 억울한 일을 당할 때도 있고, 또 기본적인 오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오해를 받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제가 오해하기도 하고…여러 가지가 있겠죠. 그리고 좀 국가적인 특성으로 쉽게 묶여버리는 것도 같아요. 한국인, 아시아인, 한국에서 살 때는 하나의 개인으로 살았다면, 여기서는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느낌이 굉장히 더 큰 것 같고요. 이렇게 일상적인 오해와 차별 같은 것 안에서 투쟁하면서 살아가는 이방인의 모습을 담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나혜인 PD: 작품에서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신 한겨레 신문 인터뷰를 봤는데요…한국의 어학당뿐 아니라 호주 한인 사회도…역시 고학력 비 정규직에 대한 문제가 존재한다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서수진 작가: 네. 제가 호주에서도 대학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여럿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호주는 똑같더라고요. 계약기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고용환경은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요. 그래서 꼭 대학들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슷한 흐름으로 가는 것 같아요. 기업들은 좀 유연하게 인력을 쓰기를 원하니까요. 결국 고용을 당하는 노동자의 입장에서는…이제 제가 그렇죠? 잘리지 않기 위해 형편없는 대우를 감내해야 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타국에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더 말할 것도 없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 것 같고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겹치면서 그런 흐름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 이 책 작가의 말에도 “소설을 쓸 때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심정이었다.”라고 썼고요. 이 책이 벼랑 끝에서 애쓰는 모든 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나혜인 PD: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의 상황이 그렇지 않습니까?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되는 이런 힘든 코로나19의 상황인데요. 특히나 호주 한인사회의 경우도 한국에서 좋은 고 학년을 가지셨던 분들이 이민자로 왔을 때 원래 일하던 직종에서 일을 하지 못하시고 다른 직종에서 일을 하는 상황이 있으시기 때문에 말씀하신 고 학력 비 정규직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 않으실까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께서는… 한국어 가르치는 일은 오래 해 오셨나요? 한국 어학당의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서수진 작가: 제가 한국 어학당에서 일하기 전에 처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호주에서였어요. 제가 그전에 멜버른에서 2년 정도 살았는데요. 그때 제가 한국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내가 한국인이고 국어 국문을 전공했으니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겠다.” 해서 한국어를 개인적으로 과외처럼 가르치기 시작했고요. 그 일이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그래서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과정을 밟고 그러면서 대학 어학당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어학당에서 일을 하고 보니깐…분위기가 너무 다른 거예요. 호주에서는 학생들이 모두 취미로 배우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때문에 모두 즐겁게 배우는데 한국을 찾아와서 대학 어학당에서 배우는 학생들의 경우는 한국 대학에 진학하고 싶거나 아니면 한국에서 일하고 싶거나 아니면 한국에서 한국어로 생활해야 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취미라기보다는 정말 1순위가 한국어를 배우는 일인 학생들이 대부분이에요. 굉장히 진지하고 간절해요. 그래서 시험을 못 보고 성적이 안 나오면 찾아와서 울기도 하고 굉장히 절망하고… 유급되면 안 되니깐…학생들의 태도가 굉장히 다른데, 그런 면에서 일 할때도…스스로도 한국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언어가 되겠구나. 저희가 호주에 살 때 영어를 배우는 것처럼 한국에서 한국어를 굉장히 간절하게 배우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고요. 그런 것을 제 책에서도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학생들의 간절함, 강사들의 간절함. 간절함이 키워드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혜인 PD: 간절함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이렇게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 오시면서…. 작가가 되는 것, 책을 내는 것,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것도 간절함의 일부였는지 궁금합니다.

서수진 작가: 항상 작가의 꿈은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지금 글을 써 온 게 15년이 됐거든요. 그 15년 중에서 유일하게 글을 쓰지 못했던 시간이 한국어 강사로 대학에서 일 할 때였어요. 한국어 어학당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굉장히 고군분투하면서 일을 했기 때문에 책을 쓸, 글을 쓸 여력이나 시간이 잘 안 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질문을 주신 것처럼 작가의 꿈은 늘 마음속에 있었죠. 그래서 지금 이렇게 호주에 와서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다시 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혜인 PD: 다른 언어를 쓰는 국가에서 모국어로 문학을 한다는 것…그래도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한국 소식을 접하고 한글로 된 책을 읽는 것이 과거보다는 수월해졌지만 그래도 모국어를 지키고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결코 쉬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셨나요?

서수진 작가: 네. 아무래도 한국어를 둘러싸인 환경이 아니니까요. 한국에서는 계속 신조어부터 해서 문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잖아요. 그것들이 뒤처질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꼭 신조어뿐 아니라 단어나 문장이 만들어지는 정서가 시대에 따라서 많이 변하는데 그것을 놓치면 현대의 한국 독자들과 소통이 어려워지니까요. 또 한국 책을 구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요즘은 이북으로 많이 나오지만 아직 이북으로 나오지 않은 책이 더 많고, 그 책을 매번 국제 배송으로 받아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요즘 호주 지역 도서관에 한국 소설이 정말 많이 들어왔어요. 제가 만나는 호주에 계신 한국 분들과 꼭 이야기하는 건데요. 몇 년 전과는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변화가 생겼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한국에서 되게 핫한 많이 이야기되는 작가들 책이 많이 들어와 있으니까, 이 방송을 들으시는 한국 교민 여러분께서 꼭 호주 도서관에 가셔서 한국 도서관에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나혜인 PD:호주 생활이 이제 3년 정도 되신 걸로 들었는데요. 앞으로 계속 호주에서 생활하시는 건가요? 독자로서는 호주를 기반으로 하는 기성작가가 생긴다는 것 아주 기대되는 일입니다.

서수진 작가: 우선 향후 몇 년간은 호주에서 지낼 것 같아요. 영주권 연장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요. 하지만 작가로서도 호주에서 살아가는 경험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돼요. 왜냐면 타국이라는 환경에서 외국인으로, 이방인으로 절대 내 언어가 되지 않을 언어로 계속해서 사용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매 순간 많은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타국에서 살아가는 한국 교민들이 모두 느낄 이 간극…이런 거리 같은 것들을 잘 표현해 내는 작가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혜인 PD: 끝으로 추후에는 어떤 작품을 쓰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서수진 작가: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다음 책은 호주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첫 번째 책 처럼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로 구성하고 있거든요. 호주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투쟁하듯이 분투하면서 살아가는지…또 어떻게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지 그려보고 싶습니다.

나혜인 PD: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오실지 그리고 그 속에 호주가 어떻게 녹아들어 있을지 아주 궁금합니다. 네 제25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자 서수진 작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끝)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