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목숨만 소중하나요? 왜 Asian Lives Matter 또는 All Lives Matter는 안 되나요?”

Protesters participate in a Black Lives Matter rally in Sydney last weekend.

Protesters participate in a Black Lives Matter rally in Sydney last weekend. Source: AAP

코로나19로 촉발된 동양인에 대한 혐오 사건은 넘어가고 왜 흑인과 원주민 차별에 대해서는 호주 전역에서 규탄 집회가 열리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은 글들이 호주 한인 소셜 미디어에서 감지됐습니다.


주양중 PD: 이른바  중국 발 코로나19사태로 불거진 호주 내의 아시아계를 겨냥한  인종차별 사건들. 중국에서는 문화관광부에 이어 교육부까지 나서 호주의 인종차별이 폭력적이며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고 거론하며 관광 자제 조치에 이어 중국 학생들의 호주 유학까지  말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크고 작은 인종차별 사건들이 산발적으로 발생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일의 단초가 인종차별 사건이 아니라 사실은 호주가 코로나19 발병과 둘러싼 국제사회의 외부 조사를 요구하면서 중국과 외교적인 마찰을 빚었고 그 후로 시작된 무역 보복 조치의 일환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에서 말하는 것처럼 호주에서 보도된 인종차별 사건들이 그렇게 위험하고 끔찍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실 2020년 만큼 우리 한인 동포들이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많이 생각하신 적도 없으셨을 정도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은 호주에서 큰 이슈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미국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하며 이제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전 세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지난 주말 호주 전국 대 도시에서도 ‘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라는 흑인차별규탄 시위가 열렸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규제가 모두 풀리지도 않았는데 전국적으로 약 5만여명이 운집했고요, . 호주에서는 원주민 인권 문제가 크게 다뤄졌습니다. 이 시간 나혜인 프로듀서와 인종차별 그리고 흑인 인권 시위 등에 대한 문제를 다각적으로 들여다 보겠습니다. 나혜인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안녕하세요?

주양중PD: 지난 2주 전이었습니다. 그때 저희가 호주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대응 방안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지난 달 25일에 발생했지만 지난 2주 전까지는 시위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확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시안계를 향한 인종차별 이슈를 저희가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당시 많은 분들이 저희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러가지 반응을 주셨죠?

나혜인 PD: 그렇습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우리 한인동포들의 우려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좋아요, 화나요, 슬퍼요 등의 반응을 보여주셨고 여러가지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특히 캔버라에 사는 한 동포 분은 자신의 경험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이틀 전에 버스에서 내리다가 마주친 불량 청소년 무리 중 한명에게 “코로나 바이러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Coronavirus, Go back to your country)”라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주양중PD: 코로나바이러스에다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면…명백한 인종차별적 발언이잖습니까? 

나혜인 PD: 네 그래서 이분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니 그 사람이 도망을 갔다고 하는데요. 버스 기사가 바로 리포트도 해 주고, 경찰서에 가서 신고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찰에서는 ‘Verbal harassment’ 즉, 언어적인 괴롭힘은 범죄가 아니라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경찰들도 모욕적인 말을 많이 듣지만 말만으로는 처벌을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는데요. 이 분은 처벌을 못하는 건지 처벌할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자신의 경험을 남겨주셨습니다.

주양중 PD: 네, 전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경찰이 꼭 수사를 하지는 않더라도, 경찰 신고가 공식적인 기록이기 때문에 해당 사건을 신고하고 기록에 남기는 건 중요하잖습니까?

나혜인 PD: 네. 다른 네티즌 한 분도 저희 이 방송 내용을 글로 남기시면서, 신고한 것 자체도 훌륭하다라는 댓글을 남겨주셨는데요.  또 다른 한 분은 경찰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다른 경험을 나눠주기도 하셨습니다. 불빛없는 시골 도로에서 중앙선이 없어서 일방통행으로 착각하고 크게 좌회전을 하다가 퇴근 중인 경찰에게 잡혀 실랑이를 하던 도중 경찰이 중국인을 넣은 욕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몇몇 분들이 직접 겪은 인종차별에 대해서 나눠주셨는데요. 경찰의 대응도 아쉬움이 남지만…누군가 다치는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닐지라도 마음에 상처가 될 수 있는 이런 종류의 인종차별을 일상생활에서 너무 쉽게 겪을 수 있다는 부분 또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Corona racism
Chinese Australians raise grave concern over increasing discrimination and xenophobia over the coronavirus outbreak. Source: AAP Image/ Joel Carrett
주양중 PD: 아시아 계를 향한 인종차별에 대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보도가 되다가 이 이슈가 미국에서 발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로 분위기가 완전 전환됐죠?

나혜인 PD: 그렇습니다.  지난 5월 25일 발생한 미국 경찰의 과도한 물리적 진압으로 숨진 흑인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흑인 차별 규탄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습니다. 

주양중 PD: 그래서 다음 날 부터 미국에서 시위가 있었고, 호주에서는 6월 달들어 시위가 시작된 것이죠?

나혜인 PD: 네, 먼저 6월 1일 월요일 저녁 퍼스 포레스트 페이스 쇼핑  구역에서 시위가 진행이 됐는데요. 약 2000여명이 참석해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숨을 쉴 수 없다’, ‘평화가 없이는 정의도 없다” 등을 외쳤고, 원주민 원로와 운동가들도 참석해 구금 중 사망한 호주 원주민 문제를 주목시켰습니다. 다음 날인 2일에는 시드니에서 집회가 있었고요. 그리고 지난 주말이었던 6일에는 시드니, 멜번, 애들레이드 등 호주 전역에서 약 5만 여명이 모여 흑인과 원주민 인권문제를 개선시키자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주양중 PD: 그런데 이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 집회 관련 호주한인들의 반응이 매우 궁금합니다.  생각 외로 이민자 사회의 반응은 엇갈리다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저희 SBS 한국어 프로그램 페이스북 포스트에 여러가지 댓글이 많이 달렸다고요?

나혜인 PD: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실 가장 우려한 부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많은 인파가 집회로 인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점이었는데요. 코로나19 사태의 2차 유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정부에서도 사실 그 문제 때문에 시드니 집회의 경우는 주 최고 법원에서 집회 불허 판결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물론 바로 진행된 긴급 재심 재판소에서 집회불허판결을 뒤집고 허용했지만 가장 우려한 부분도 코로나19공중의료 수칙이 무시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것이었는데요. 다수의 언론들도 결국 지금까지의 사회적 봉쇄조치에 2중 잣대가 작용됐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주양중PD: 네. 실제로 멜버른에서는 이미 지난 주말 집회에 참가한 사람 중에 이미 확진자가 나왔잖습니까?

나혜인 PD: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 페이스북에서도 ‘코로나 2차가 터져야 정신을 차리겠네’, ‘굳 소셜 디스턴싱’ , ‘사망률이 높은 대 유행의 불안한 시간에 이렇게 어수선하게 해야되겠냐?’ 등과 같이 코로나19 재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댓글보다 더 많았던 댓글은 이번 시위에 대해 왜 코로나19로 생겨난 아시안 계를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 사건 또는 혐오 사건들이 있을 때는 조용하다가 흑인, 원주민 인권 문제가 나오자 갑자기 다 이렇게 들고 일어서느냐라는 좀 비판적인 반응이었습니다. 한 네티즌은 “무슨 유행처럼 자신들이 깨어있는 것 처럼…호주 내에서 인종차별 나왔을 땐 아무 소리 없더니…”라고 글을 남겼고요. 또 다른 분은 “이참에 아시안들의 인권도 좀 살펴봐야할 때가 아닐까..ㅠㅜ, 코로나 때 그렇게 본인들은 동양인들 비하, 차별, 조롱하면서 관심 한번 없더니…” 그리고 또 다른 분은 “정의를 가장한 폭도들 흑인 시위 이전에 아시안 혐오나 멈추길…”이라는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BLM protest in Brisbane
Protesters participate in a Black Lives Matter rally in Brisbane, Saturday, June 6, 2020. (AAP Image/Glenn Hunt) NO ARCHIVING Source: AAP
주양중PD: 네, 저희 소셜미디어 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왜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만 중요하냐? Asian Lives Matter 또는 왜 All Lives Matter는 안되냐? 라는 글들이 올라왔는데, 가볍게 넘길 지적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혜인 PD: 그렇습니다. 여러 호주한인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런 글이 올라왔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하게 사안을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아시안 계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들…물론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6개월 정도였고요. 이 흑인 인권 문제가 공론화 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수 십년이 됐죠.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Black Lives Matter 라는 해쉬태그가 달린 것은 지난 2013년 7월 13일부터였는데요. 미국 플로리다주 샌퍼드에서 편의점에 들렀다가 귀가하던 후드 티을 입은17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29세의 조지 짐머만이 범죄자로 의심해 뒤 쫓은 뒤 총으로 살해한 사건에 대해 백인이 대 다수인 배심원단이 무죄를 평결하면서 부터였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생겨난 Black Lives Matter 즉,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해쉬태그는 단순히 흑인의 목숨이 다른 인종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권력의 집행 과정에서 유독 흑인을 과격하게 대하는 일을 규탄하는데 쓰여져 왔습니다.

주양중 PD: 그래서 ‘흑인의 목숨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라는 슬로건이 내걸린 거군요.

나혜인PD: 그렇습니다. 아시아 인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이 여러차례 발생하긴 했지만 공권력으로 부터 나온 차별은 아니었기 때문에 여기에서 조금 다른 점이 있는데요. 하지만 흑인 인권 존중 집회에서 호주 원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은 호주에서도 공권력의 집행 과정에서 원주민에 대한 인권 문제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Guardian's Deaths Inside project에 따르면 1991년 로열 커미션이 실시된 이후 경찰 구치 상태에서 사망한 호주 원주민의 수는 최소 432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호주 원주민 인구는 호주 전체의 3%에 불과한데요. 하지만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 중 원주민 비율은 28%에 달합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알려진 수감 중 사망한 원주민에 대한 사건들도 꽤 되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지난 2015년이었죠. 시드니 롱베이 교도소에서 5명의 교도관들에게 진압당하다가 사망한 26세의 데이비드 던기 역시 미국에서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씨와 동일하게 사망 직전 “숨을 쉴 수 없다”라고 12차례나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유사성 때문에 원주민 인권 문제가 흑인 인권 문제와 같이 부상한거죠.
(SYD933) Sydney,  28 May 2000 - Crowds of more than 100, 000 took advantage of a perfect Sunday morning to walk across the Sydney Harbour Bridge in the 'Walk for Reconciliation' as part of Corroboree 2000. (Dave Hunt/ AAPIMAGE)
More than 250,000 people took part in the landmark walk across the Sydney Harbour Bridge Source: AAP
주양중PD: 게다가 집회가 있었던 6월 초는 ‘국가 화해의 주간 National Reconciliation Week’ 이기도 했으니, 사실 원주민 이슈가 같이 나오기에 적절한 시기이도 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렇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야외 행사들이 없고 온라인으로만 기념 행사들이 진행돼 아마 올해는 잘 모르고 넘어가셨던 분들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 국가 화해의 주간은 원주민과 토렌스해협 군도민과 비원주민의 화합을 기리기 위한 주간입니다. 1998년 부터 해마다 5월 26일을 ‘사과의 날(Sorry Day)’로 기념하며 빼앗긴 세대인 원주민들에게 저질렀던 인종 차별을 사과해 오고 있었고요. 그리고 특히 올해는 화해의 다리 걷기 2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도 했죠. 2000년 5월 28일, 호주 원주민과 비 원주민의 화해를 지지하는 의미로 25만명이 시드니 하버 브릿지를 같이 걸었습니다.

주양중PD: 그렇죠. 그런데 또 Black Lives Matter…에 이어 All Lives Matter 모두의 목숨은 소중하다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노동당 소속 헬렌 폴리 연방 상원 의원도 이 All Lives Matter 캠페인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큰 비난을 받았잖습니까? 이건 어떻게 설명을 하는게 좋을까요?



나혜인PD: 네, 사실 얼핏 들으면 문제가 될게 없는 말입니다. 모두의 목숨은 소중하다. 그러죠?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죠. 여기에 대해서는 미국의 여 배우 기븐 샤프가 틱톡에 아주 간단하지만 너무나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해서 올렸는데요. 어떤 집에 불이 났습니다. 그래서 그걸 본 사람이 “이 집에 불이 나서 도와줘야해요”라고 하는데, 다른 사람이 옆에서 “그럼 제 집은요, 제 집은 소중하지 않나요?”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당신 집도 불이 났나요?” 이렇게 묻는데요. 하지만 그 사람은 “아니요. 그렇다면 제 집은 소중하지 않나요?” 이렇게 묻죠. “그러니, 아무도 당신 집이 소중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아요. 하지만 저 집은 불이 나고 있으니 도와야죠”라고 답합니다. 왜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캠페인이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캠페인의 의미를 희석시키는지에 대한 답은 여기에 있습니다. 흑인의 생명이 소중하다고 해서 다른 인종의 생명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고 흑인의 인권이 위험한 상황이니 이걸 도와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캠페인이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는 캠페인을 반대하는 캠페인으로 쓰이는 겁니다.

주양중 PD: 네, 저희 소셜미디어에도 이런 댓글 때문에 많은 논쟁이 있었죠?

나혜인 PD: 네 그렇습니다. 논쟁이 때론 한국어로 또는 영어로 진행이 됐었는데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 페이스북 논쟁을 보시지는 못하셨을 겁니다. 저희 SBS 의 소셜미디어 규정에 따라 욕설이나 인신 공격성 댓글이 자동으로 숨겨지기 때문인데요. 언제든 저희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활발하게 토론을 해 주시는 것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청취자 여러분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참 반가운데요. 하지만 비록 온라인 상에서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예의는 꼭 갖추고 대화에 임해 주셨으면 한다는 점...이 시간을 비롯해서 다시 한번 부탁을 드립니다.

주양중PD: 네, 이 시간 아시아 계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들 그리고 이어서 세계적으로 일어난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시위와 관련된 내용들 나혜인 프로듀서와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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